고사리가 발암식물?.. 우리 주변에 숨은 독초이야기

박경일기자 2014. 4. 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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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품은 식물이야기 / 김원학·임경수·손창환 지음 / 문학동네

우리 땅에서 볼 수 있는 독초(毒草)에 대한 정확하고도 상세한 정보가 담긴 책. 환경단체에 몸담은 전직 기자 출신과 중독학, 독성학을 전문 분야로 삼은 두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가 의기투합해서 함께 썼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이 책의 출간 이유를 '독초 오용으로 인한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책은 단순한 독초의 종류와 사진 등을 담은 도감의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책에는 독성 정보는 물론이고, 역사 이야기부터 과학 지식에 이르기까지 독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독초라면 그저 독버섯부터 떠올리는 정도라면 이 책이 독초의 범주로 분류하는 식물군은 놀라울 정도다.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독초는 다름 아닌 감자. 감자가 처음 유럽에 전해질 무렵 한센병과 연관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감자가 열병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었고, 심지어 만지기만 해도 병을 얻는다고 믿는 이들도 있었다.

감자에 대한 이런 믿음이 전적으로 근거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감자의 초록 부분이나 줄기, 어린 잎, 새싹 등에는 운동중추 마비와 적혈구 파괴를 유발하는 독성이 있다.

특히 외부물질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의 독성은 사용이 금지된 합성살충제만큼이나 강하다. 실제로 식물 중에서 감자 중독사고는 버섯 다음으로 많을 정도다. 그럼에도 저자는 "감자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설명한다. 감자는 분명 독초지만 독성이 미처 합성되지 않은 신선한 상태의 것을 선별해 조리한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독초에는 묵나물로 즐겨 먹는 고사리도 포함된다. 고전 의서(醫書)에는 '양기가 소모된다'거나 '오래 먹으면 눈이 어두워지고 머리가 빠진다'는 등 고사리의 유해성을 경고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일찌감치 유럽에서는 생고사리를 뜯어먹은 방목 가축들이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사리의 독성은 실험실에서도 확인됐다. 실제로 고사리가 섞인 사료를 먹은 흰쥐는 거의 모두 악성종양 발생으로 죽었다. 고사리를 먹은 암소의 우유에서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연구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사리를 별 염려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익혀 먹으면 고사리의 독성이 크게 줄어드는 데다 소금물에 삶으면 암의 매개 기능이 90%나 감소되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책은 독성을 품은 식용식물부터 꽃이 화려한 독초, 약초가 되는 독초 등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핀다. 또 담배 등 유용작물이 품고 있는 치명적 독성과 주변에서 흔전만전하게 볼 수 있어 무심코 오용하기 쉬운 독초 종류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독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릇된 상식으로 독초를 복용했다가 간 손상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례 등도 소개하고 잘못 알려진 정보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책에서 다룬 독초의 꽃과 열매의 컬러 사진을 빠짐없이 싣고 있어 실제 독초 구별에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이 같은 '실전 활용'의 기대 없이도 식물사와 독성학, 역사와 과학, 의학이 흥미롭게 교차하면서 풀어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만으로도 일독을 권할 만하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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