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맛있는 야구]타자에겐 지문, '나만의 타격폼' 열전

2014. 3. 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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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대호 기자] 사람의 지문이 각양각색이듯, 타자들의 타격폼도 선수마다 모두 개성을 가지고 있다. 외야 멀리서 타자를 바라볼 때, 너무 멀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타격폼만 보면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이런 선수들은 프로야구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특이한 타격폼 1위를 꼽자면 단연 박정태가 거론된다. 우타자였던 박정태는 허리를 거의 90도로 숙이고, 오른손으로만 배트를 잡고 투수쪽으로 내민 채 투수 공을 기다렸다. 그러면서 박정태는 끊임없이 방망이를 돌리면서 타이밍을 잡았다.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박정태만의 타격 비법, 일견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박정태는 이 타격폼으로 프로야구를 주름잡으며 레전드 2루수로 여전히 팬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양준혁 역시 마찬가지. 극단적인 오픈스탠스에 '만세타법'은 양준혁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다. 만세타법은 양준혁이 장타력을 보강하기 위해 고안한 타격방법이다. 2002년 삼성으로 돌아온 뒤 후배 이승엽에게 자극을 받아 완성시킨 타격폼이다. 김성한의 '오리궁둥이' 타법도 여전히 자주 거론되는 타법이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는 김성한의 타격자세는 '베이스볼 키드'가 한 번쯤은 반드시 따라해본 타격 폼이었다.

선수층이 넓은 메이저리그는 희한한 타격폼을 가진 선수가 더 많다. 휴스턴 영구결번인 제프 베그웰은 비교적 작은 체구에도 30-30 클럽에 두 번이나 들어갈 정도로 장타력이 우수했다. 특히 양 다리를 한껏 벌리고 무릎을 90도로 굽혀 유지하던 '기마자세'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송지만(넥센)도 그의 타격폼을 벤치마킹해 많은 장타를 양산해냈다. 또한 '흔들타법'으로 유명한 게리 셰필드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프로야구 현역선수 가운데는 박석민과 박한이(이상 삼성), 이용규(한화), 박준서(롯데) 등이 특이한 타격폼을 가진 선수다. 타격 전 준비동작이 요란한 박한이는 이미 10년 전부터 그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박한이는 일단 타석에 서면 장갑을 고쳐끼고 발 아래를 고르고, 소매로 얼굴을 쓸어넘기고, 헬멧을 벗어 앞머리를 쓸어넘기고, 방망이로 홈플레이트 앞에 줄을 긋고, 방망이를 두어번 휘둘러본 뒤 타격자세를 취한다. 타격자세 자체는 특이할 것이 없지만, 준비동작 하나만큼은 명물이다. 이 동작을 매 투구마다 하는 것이 특징.

박석민 역시 타격폼은 국내에서 가장 깔끔한 편이지만 대신 타격 전후로 특이동작이 많다. 허리를 쭉 펴다가 벨트 단추가 풀어졌던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헛스윙 후에 이어지는 이른바 '트리플 악셀'은 박석민의 전매특허다. 팬들에게는 즐거움을 주지만 투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박석민, 유먼은 "우스꽝스러운 스윙 후에 홈런을 펑 친다.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이용규는 왼다리를 굉장히 높게 들면서 타격 타이밍을 잡는데, 마치 투수가 와인드업 하는 것처럼 높게 다리를 올린다. 박준서는 방망이를 물레방아처럼 5~6바퀴 돌리며 공을 기다리는데, 이 타격폼을 장착한 이후 1군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넥슨과 2K 스포츠가 함께 개발한 '프로야구 2K14'는 이러한 특이 타격폼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이다. 박석민의 '트리플악셀', 양준혁의 '만세타법', 이용규의 '내가 좌완투수', 박한이의 '준비동작' 모두 게임에서 즐길 수 있다.

타격폼은 각양각색이라도, 일단 스윙이 시작되면 타자들의 선택지는 많지가 않다. 어퍼스윙을 하든, 레벨스윙을 하든 방망이가 나갈 길은 정해져 있다. 결국 타격폼은 타자가 공을 기다리며 자신만의 타이밍을 찾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양각색 타격폼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cleanupp@osen.co.kr

< 사진 > 넥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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