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봄.. 힘겹게 일어서는 천안함 유족
잊혀져 서럽고 음모론에 울지만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
4월 첫 공개봉사활동 나서기로
[동아일보]
46명의 대한민국 해군 장병이 차디찬 바닷속에 잠겨 숨진 '천안함 폭침 사건'(2010년 3월 26일)'이 발생한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천안함의 비극을 잊어버린 이들에게는 여느 해처럼 따뜻한 봄이겠지만 사랑하는 아들, 남편을 잃은 유족들에게는 4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슴 먹먹한 봄이다.
4년이 흐른 사이 남북한은 최고지도자가 모두 바뀌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개성공단이 폐쇄됐다가 다시 문을 열고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는 등 최근 화해 무드가 조성됐지만 북한은 22일과 23일 이틀간 단거리 로켓 46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등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천안함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천안함의 교훈을 되새기기는커녕 사건의 실체마저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다. 동아일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19, 20일 서울지역 3개 초중고등학교에서 2개 학급씩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참여한 186명의 학생 가운데 '천안함 사건과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응답은 12.9%(24명)에 그쳤다. 천안함 사건을 아는 169명 중 69.8%는 '정부 발표가 의심스럽다'고 답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생들이 교육과정에서 천안함을 배울 기회는 없다. 본보 취재팀이 중학교 역사 검정교과서 9종과 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8종을 분석한 결과 고교 한국사 3종만 천안함 사건을 간단히 다루고 있다. 나머지 교과서에서는 아예 '천안함' 세 글자를 찾을 수 없다. 북한의 폭침 사실을 부인하고 '음모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확대 재생산되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작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인터넷에는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 이처럼 천안함 폭침 사건이 잊혀지거나 여전히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유족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가족을 잃은 고통에 세상과 접한 문을 닫고 살던 유족들은 4주기를 전후해 단체로 공개적인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인옥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장(52)은 "우리 아들들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살겠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온 국민이 단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애진 jaj@donga.com / 평택=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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