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패Go] "음악방송, 카메라는 고민한다" (종합)

2014. 3. 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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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서보현·김혜원기자] 오늘은 '소녀시대'를 만났습니다. 저를 가운데 놓고 빙~ 둘러싸더군요. 제 앞을 가로 막기도 했습니다. 뚫어져라 쳐다보더군요. 태연은 무섭게 노려봤고, 써니는 갑자기 윙크를 합니다. 이게 바로 '멘붕'아닐까요.

제 소개가 늦었네요. 혹시 '소시' 덕후(마니아·팬덤 용어)냐고요?

아닙니다. 저는 카메라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Mnet에서 일하는 카메라죠. '엠카운트다운' 신성환 영상제작팀장의 지시를 받아 움직입니다. 오늘은 '롱테이크' 기법을 시도했습니다. 무대 위로 직접 올라가 멤버들을 조망(?)했죠. 화면 전환 없이, 저 혼자 찍다보니 숨이 찹니다.

무대의 가수들과 눈맞춤을 한 게, 벌써 370번입니다. 2004년 7월부터죠. 부럽다고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수많은 도전이 있었고, 실수를 했고, 개선을 했고, 또 시도를 했고, 착오를 겪고, 수정을 했습니다. 화면 뒤의 보이지 않는 땀이 지금의 '엠카시대'를 만든 셈이죠.

10년이면 무대가 변합니다. 예전에는 가수들이 직접 다가왔죠. 자기 파트가 오면 무대 가운데로 나왔습니다. 요즘은 다릅니다. 갑자기 무대 뒤쪽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수가 카메라를 쫓아다면, 요즘은 카메라가 가수를 쫓는 방식입니다.

한 눈 팔다간 사고가 납니다. BPM(Beat Per Minute, 음악 속도)이 빨라져 0.5초 사이에 다른 인물을 잡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퍼포먼스는 어찌나 다양한지, 멤버의 합만큼 카메라 끼리의 호흡도 중요합니다. 정신없겠다고요? 딩동~.

그래도 전세계가 K팝을 주목하니 기분은 좋습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없냐고요? 음, 이왕 시작했으니, 제 일상을 빠짐없이 소개할까 합니다. 다들, 팔로~팔로~ 팔로 미.

◆ "카메라 친구를 소개합니다"

혼자서 이리 찍고 저리 찍냐고요? 총 7대의 카메라가 출동합니다. 초창기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네요. 우선 메인 카메라가 있고요. 그 옆에 클로즈업 카메라 2대, 위에는 부감 카메라, 양 끝에는 지미집, 그리고 레일 위를 달리는 이동차 카메라 등이 있습니다.

저는 메인 카메라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스탠다드 카메라. 바닥에 고정한 채 무대 정중앙을 비춥니다. 양쪽에는 클로즈업 카메라가 있습니다. 가수가 자신의 방향으로 오면 '틸트'(카메라를 상·하로 움직이 는 것) 혹은 '팬'(좌·우로 움직이는 것)으로 촬영합니다.

혹시 무대 끝에 서 있는 키다리 친구를 본 적 있나요? 지미집이라 부릅니다. 크레인 같은 구조물에 달려있죠. 부감 카메라처럼 넓은 시야를 가졌지만, 움직임은 자유롭습니다. 방청석을 싹~ 훑기도 하는데요. 엄마 몰래 구경 온 팬들은 지미집을 싫어합니다.

맨 뒤에는 바퀴를 단 친구들이 있습니다. 레일 위를 달리는 이동식 카메라죠. '엠카'에서 가장 바쁜 친구입니다. 요즘은 고속 카메라도 동원됩니다. 보통은 1초에 24개의 장면을 찍는데요. 이 '고속'이는 3배 정도 빨라요. 격렬한 안무를 슬로우모션으로 잡을 때 효과적입니다.

◆ "온에어, 어떻게 찍을까요?"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30분, '엠카' 생방이 시작됩니다. '동방신기'가 나오면 다들 바짝 긴장합니다. 고난도 퍼포먼스 때문이죠. 유노윤호가 댄서들과 춤을 추자 부감 카메라가 움직입니다. 천장에서 바닥을 비춥니다. ▶독특한 안무를 잡을 때, '부감'만한 친구가 없습니다.

선미의 '보름달' 무대입니다. 역시나 긴장해야 합니다. 수위 조절 때문이죠. 아니나 다를까, 선미가 소파 위에 거꾸로 눕습니다. 이 때는 이동차가 출동합니다. 짧은 치마에 특효약이거든요. ▶ 노출이 부담스러울 때, 이동차에 실린 카메라로 주변을 쭈~욱 스케치합니다.

제 머리 위에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이건 일종의 신호인데요. "지금 내가 촬영중이다"는 걸 알리는겁니다. 마침 '방탄소년단'이 나왔습니다. 7명이 얽히고 설킨 안무를 구사중입니다. 그러다 '갑툭튀', 1명이 갑자기 튀어 오릅니다. ▶ 개인 파트를 잡을 때, 제 역할이 중요합니다.

발라드 가수 린이 올라오면 지미집과 클로즈업 카메라가 바삐 움직입니다. 우선 지미집이 바닥의 드라이 아이스부터 천장의 조명까지를 훑습니다. 클로즈업 카메라는 린의 애잔한 표정을 잡고요. ▶ 전체를 잡을 때는 지미집, 포커싱을 할 때는 클로즈업이 제격입니다.

◆ "촬영 노하우를 물으신다면?"

쉴 새 없이 고개를 움직였습니다. 또, 사고없이 방송을 마쳤습니다. 동방신기의 화려한 안무도, 선미의 고혹적인 섹시미도 잘 찍었습니다. '갓세븐'의 묘기 안무도 침착하게 잡아낼 수 있습니다. 비결요? 저는 이미 안무를 다 외우고 있거든요.

사실 '갓세븐'의 마샬아츠, '엑소'의 생명의 나무 등 기상천외 퍼포먼스는 아무런 준비없이 잡을 수 없습니다. 그건 영화 '메트릭스'의 감독인 워쇼스키도 못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예습 복습은 필수입니다. 소속사로부터 가수의 안무 영상을 미리 받아 공부합니다.

우선 가수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 게 필수입니다. '갓세븐'의 경우 안무 영상에도 이름표를 달고 있죠. 무대의 디테일은 소속사 관계자와 논의합니다. 어떤 무대에서 어떤 소품을 강조할 것인지 서로 조율을 합니다.

카메라 동선도 미리 정합니다. 제 시야의 한계를 넘어서면, 다른 친구가 바통을 이어 받는 식이죠. 동방신기의 경우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이 종횡무진 무대를 뛰어다닙니다. 사전에 약속하지 않으면 놓치기 일쑤죠. 방향을 미리 계산해 카메라를 움직입니다.

◆ "사전녹화가 궁금하세요?"

혹자는 주 1일 근무가 아니냐고 묻습니다. 편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네, 목요일이 'D데이' 맞습니다. 하지만 '엠카' 식구들은 수요일 저녁부터 분주합니다. 사전녹화 세트 준비 때문이죠. 사전 녹화란 생방송 때 송출할 무대를 미리 찍어두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엠카'는 현장성을 중요시합니다. 사전 녹화를 지양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방송 시간은 단 90분, 출연 가수는 17팀입니다. 모든 무대를 완벽하게 잡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일부 무대는 사전 녹화로 담습니다.

주로 컴백 가수들에게 사전 녹화의 기회를 할애합니다. 소녀시대의 경우 '원테이크' 기법을 시도했습니다. 저 혼자서 무대 가운데로 들어갔고요. 1인칭 시점으로 9명의 소녀를 담았습니다. '원샷'으로 이어지는 화면이 '미스터'의 역동성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었죠.

여기서 잠깐, '사녹' 구분법을 알려드릴까요? 특별한 세트가 보인다면, 사전녹화입니다. 가수를 배려한 녹화이기에 무대 역시 스페셜하게 만들죠. 방청객 석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갑자기 특정 가수의 팬덤만 보인다? 그러면 사전녹화입니다.

◆ "때로는 예민해도, 뿌듯합니다"

앞서, 즐겁지 않냐고 물으셨죠? 네, 행복합니다. 반면 신경도 쓰입니다. 특히 걸그룹의 섹시 전쟁은 피가 마릅니다. 각도 조절이 필수입니다. 절대 아래에서 위로 찍지 않고요. 치마 속이 보이거든요. 일례로 '걸스데이'의 고양이 안무는 위에서 내려찍는 부감샷을 이용합니다.

무대, 그 어느 것 하나 꼼꼼히 챙기는 이유는 한류의 영향이 큽니다. 해외 어디서든 제가 찍은 영상을 볼 수 있으니까요. 엠넷 공식 유튜브에 업로드된 '엑소'의 '으르렁' 영상은 클릭수가 100만 건을 넘었습니다. 어마무시하죠?

제 영상이 문화 전도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더 커지더라고요. 가수들과의 아이컨택 하나 하나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거죠. 힘들게 만든 노래와 안무, 그리고 무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제 임무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엠카'는 카메라 친구들의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음향, 조명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100여 명의 스태프들과 함께 만드는 겁니다. 최고의 퀄리티를 뽑아내려고 모두가 밤낮없이 고군분투중입니다. 그들에게도 박수를!

< 이 기사는 'CJ E & M' 신성환 영상제작팀장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신 팀장이 '엠카'에서 잡고 있는 카메라를 의인화해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

< 사진=서이준기자, CJ E & M 제공,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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