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대신 '모해증거위조' 검찰의 셈법

입력 2014. 3. 17. 11:55 수정 2014. 3. 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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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확보 유리..국정원에 국보법 적용 부담감 해석도

신병확보 유리…국정원에 국보법 적용 부담감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김계연 기자 = 검찰이 간첩사건 증거위조에 관여한 국가정보원 비밀요원과 협조자에게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대신 모해증거위조 등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해석이 분분하다.

피의자들에게 적용한 법규는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검찰의 밑그림에 해당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를 구속하면서 사문서위조죄와 별도로 형법상 모해증거위조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전날 '블랙요원' 김모 과장 역시 모해위조증거사용 등의 혐의로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해증거위조 및 사용죄는 수사·재판을 받는 사람 또는 징계 혐의자를 모해(謨害)할 목적으로 증거를 위조하거나 위조된 증거를 사용한 경우 적용된다.

타인을 형사처벌받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데다 사법체계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증거위조죄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 형량은 증거위조죄의 갑절인 징역 10년 이하다. 일종의 가중처벌인 셈이다.

문제는 이 조항이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와 사실상 같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 12조는 '남을 형사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국보법 위반죄에 대해 증거를 날조한 자는 각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범죄행위라면 두 조항을 함께 적용할 수 없고 특별법인 국가보안법이 형법에 우선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범죄 구성요건이 중복되는 부분에서는 일반법과 특별법 관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핵심 인물들의 신병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검찰이 보다 확실한 혐의를 우선 적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서를 위조한 협조자 김씨의 경우 '날조'가 명확하다. 그러나 문서를 재판부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한 국정원 직원들은 법리를 엄격히 들이댈 경우 날조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모해증거위조죄는 위조한 증거를 사용한 경우도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선양(瀋陽) 주재 이인철 영사에게 문서를 전달한 국정원 김 과장도 위조 사실을 알았다면 여기서 빠져나가기 어렵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국보법상 날조죄 적용 범위를 어떻게 볼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차라리 법리적으로 명확한 모해증거위조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자 대공수사 파트너인 국정원에 국가보안법을 들이댄다는 부담 때문에 형법을 대신 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날조의 범위를 '위조 증거의 사용'까지 넓게 보고 미필적 고의일 때도 적용된다고 해석할 경우 위조 문서를 법정에 제출한 공판검사 2명까지 국가보안법의 사정권에 들어간다.

검사들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출입경기록 등 각종 문건의 진위를 의심했을 법한 정황은 이미 여럿 드러난 상태다.

검찰이 끝까지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문서 위조에 초점을 맞추느라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2일 검찰에 낸 의견서에서 "사건의 본질은 증거조작을 통한 간첩조작"이라며 "위조와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신속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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