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연극은 삶을 배우는 과정.. 세상에 촉각 세워야"

"욕망의 시대에 인간 본성에 도사린 어리석음과 단순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지난 8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에 들어간 연극 '맥베스'에서 부인 역으로 열연하는 배우 김소희(44) 씨는 "(맥베스와 부인이) 특별히 탐욕스러운 인간이라기보다는 어리석고 단순한 인간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지난 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시작하면서 느닷없이 '인천 모자(母子) 살인사건'이 떠올랐다"며 "둘째 아들과 며느리가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범죄의 이면에도 어리석음이 자리잡고 있지 않았을까"라고 되물었다.
김 씨는 사람들이 이토록 어리석은 이유에 대해 "단순하게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넘어가는 것 같다"며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자신의 행동이 무척 어리석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자기 중심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단순함이야말로 악행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연극 '맥베스'에서 주인공 맥베스와 부인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결정을 내린다. 마녀들의 속삭임에 빠져 충성스럽기 그지없던 맥베스가 왕의 자리를 탐하게 되는 것.
김 씨는 "부인 역시 맥베스를 충동질하지만 '강력하고 특별한' 여자이기보다는 오히려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존재에 불과하다"면서 "한마디로, 유혹에 휘말리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인간"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라며 "그런 점에서 '맥베스'는 가장 현대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극에서 김 씨는 후배 박해수(맥베스 역)와 함께 특유의 열연을 펼친다. 자신이 직접 가르치기도 했던 후배와의 호흡에 대해 묻자 김 씨는 "매우 잘 맞는다"면서 "연극 연기에 대해 생각하는 지점이 같기도 하지만 연기 성향과 목소리에서도 잘 어울린다"고 자평했다. 두 배우는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지향점이 같다는 것. 그렇다면 김 씨는 어떤 연기자를 꿈꿀까.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한 동작, 한 음성을 통해 관객을 보이지 않는 세계로 이끄는 존재지요. 따라서 온몸으로 소리를 내고, 온몸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더욱 넓게 보면, 연기는 삶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배우는 세상에 대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겠지요." 김 씨는 이어 "우리(배우)는 최대한 표현한다고 생각하지만 관객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눈에 불을 켜고 봐야 한다"면서 "이 연극이 관객에게 볼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을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처럼 자신에게 엄격해서일까. 김 씨는 지난해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비롯, 김동훈연극상 등 무려 4개의 유수 연기상을 휩쓸었다. 어쩌면 배우로서 '정점'에 선 것이 아닐까.
"정점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지난해 작품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이제는 없어졌어요. 나 자신의 연기에 대해 '끝까지 밀어붙였는가'라고 스스로 묻게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지요. 더욱 근본적으로는 '관객에게 어떤 값어치가 있을까'를 늘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기준에 맞춰 최선을 다할 따름입니다."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연기를 시작했다는 김 씨는 작품을 할 때마다 "미처 몰랐던 인생의 진실 한 단면을 알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연극은 '삶을 배우는' 과정인 것. 김 씨는 "연극을 하다 보면 내가 알고 있는 게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절감한다"면서 "그럴 때 인생에 대해 또 하나 깨닫는, 지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연극 '맥베스'는 오는 23일까지 공연한다. 1688-5966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02)3701-5555/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