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이야기]롤 슈퍼스타 '페이커' 이상혁, "남들과 다른 게 좋아요"
소환사의 협곡 '미친 고딩'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드디어 '페이커' 이상혁을 만났다.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나. 그렇다면, 요즘 LOL은 '페이커'로 통한다.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종종 '갓'이라는 칭호가 붙는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이영호가 그랬듯,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종목 프로게이머의 중심에 최강 실력자 '페이커' 이상혁이 있다. 한 때 '미친 고딩'으로 불렸던 이상혁이 이제 세계 최강의 미드라이너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그가 하는 챔피언 플레이는 유행이 되고, 새로운 메타가 된다.
처음에는 실력 때문에 주목을 받았고, 소신 있는 인터뷰로 더 많은 인기를 얻었다. 도발도 서슴지 않는 자신감 역시 뛰어난 기량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이상혁이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지닌 최상위 프로게이머이면서, 동시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도 그 솔직함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은 마치 'CC(군중제어기)'에 걸린 것처럼 이상혁에게 빠져들곤 한다.
"기자님, '페이커 인터뷰는 안 하세요?""왜요?""인터뷰하면, 꼭 보고 싶어서요. '페이커'는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요."
종종 선수와 관계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페이커' 이상혁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고. 요즘 이상혁이 바빠서 스케줄 잡기가 어려운 거냐며 현실적인 질문도 덧붙인다. 그래서 만났다. 많은 사람이 기다렸던 '페이커 인터뷰'를 드디어 전하게 됐다.
'페이커'라는 이름이 현재 'LOL 최강'을 의미하지만, 이상혁은 아직은 애티가 나는 소년이기도 하다. '인기의 조건'을 두루 갖춘 그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물론, 평범한 10대로서의 일상까지 조명해본다. e스포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페이커'. 다른 사람들은 몰랐던, 이상혁이 말하는 이상혁.
"안녕하세요. 저는 SK텔레콤 T1 K의 미드라이너 이상혁이라고 합니다."
이런 게 당대 최고 실력자의 카리스마인 걸까, 평범한 자기소개에서도 '포스'가 느껴졌다. 정작 본인은 "유명한 건 알겠는데, 연습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 점을 느낄 기회가 없다"고 말하니 아이러니다.
"지난번에 포모스에서 이상민 인터뷰를 봤어요. 그분이 제 이름을 언급했던데요. 인터넷으로 인기를 실감할 기회였죠. 오프라인에서 실제 인기는 잘 모르겠어요. 처음 LOL 프로게이머가 될 때 막연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잘 돼서 기분이 좋아요."

8살 때 메이플 스토리로 게임에 입문했다는 이상혁, 알고 보니 노력형?- '페이커' 하면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빠른 반응속도와 뛰어난 컨트롤 등 극대화된 피지컬 능력이에요. LOL 팬들은 이상혁 선수를 가리켜 '손가락부터 다르다고' 하더군요.
"제가 게임을 참 많이 했어요. 특히 워크래프트 유즈맵을 여러 가지 많이 하면서 컨트롤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웬만한 워크 유즈맵은 다 잘해요. 또, 카오스를 할 때부터 모든 캐릭터를 다 한 덕분에 LOL에서 역시 어떤 챔피언을 잡아도 자신이 있어요.
지금 제가 탑을 잘 못해요. 그래도 한 10판 정도 하면 (정)언영이보다는 잘할 것 같고요, 20판 하면 '마린(장경환)'형만큼 할 것 같아요(웃음). 30판을 하면, 언영이보다 잘하는 '플레임(이호종)'만큼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아, 제가 말한 게 실력 순위는 아니고요. 그냥 그렇다는 거죠(웃음)."
- 재능형 게이머와 노력형 게이머 중 재능형이 분명한 것 같은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렇지 않아요. 제가 8살 때 친구와 메이플 스토리로 게임에 입문했어요. 예전부터 게임을 많이 한 것이지, 그게 재능은 아닌 것 같고요. 전 오히려 노력형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노력형이라는 게 단순히 게임을 많이만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게임을 해야 실력이 빨리 느는데, 그걸 잘하는 게 노력형 게이머인 것 같아요."
- 이상혁 선수에게도 롤모델이 있나요? 데뷔하기 전에 프로게이머의 꿈을 갖게 한 다른 선수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예전에는 '훈(김남훈)' 선수가 롤모델이어서 라이즈 플레이를 따라 하곤 했어요. 지금도 가끔 그 생각이 나요. 1세대 프로게이머가 활약할 때는 친구들과 같이 치킨을 먹으며 CJ 프로스트의 경기를 보기도 했어요. 한 타를 잘하는 팀이었죠. '매드라이프' 그랩도 떠오르네요. '래퍼드' 형이 오공하고, '앰비션' 선수가 오리아나 하고."

이상혁의 이상형은 아이유?이상혁은 프로게이머를 막 시작했을 때나 정상에 오른 지금이나 바뀐 건 없다고 말했다. 달라진 건 사람들의 인식이다. 이상혁은 여전히 게임을 좋아하고, 가끔 영화를 보며 여가를 보낸다. 그리고 걸그룹보다는 친근한 아이유가 더 좋아서, 롤챔스 축하공연은 아이유가 하면 좋겠다며 웃었었다. 그렇다면 이상혁의 이상형은 어떨까? 그는 단 한마디로 설명했다. "예쁜 여자가 좋아요(웃음)."라고.
- 학창시절 별명이 있었어요?
"소환사명이 별명이 돼서 친구들이 '고전파'라고 불렀어요. '페이커'나 '고전파' 모두 갑자기 떠오른 거예요. 그렇게 지었어도 제법 멋있는 걸 보면 머리가 좋나 봐요(웃음).
- 이상혁 선수의 인간적인 면이 궁금해요. 성격이라든지, 형제나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고요.
"이상한 성격? 엉뚱한 면이 있어요. 이게 성격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게임 할 때 남들이 많이 하는 건 안 좋아해요. 다들 소환사 주문으로 점화와 점멸을 들길래, 저는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 케일로 회복과 유체화를 들었어요. 천리안을 고른 적도 있고요. 해보니까 나쁘지 않길래 팀원들에게 추천했다가 야유를 받았어요.
남들과 다르게 하는 것이 좋아서 오리아나, 그라가스가 대세일 때 랭크에서 거의 안 했고요, 대세 챔피언이어도 재미가 없으면 안 해요. 제드와 야스오가 재미있죠. 대회에서 나오는 픽은 솔로 랭크에서 잘 안 하는 편인데 룰루는 재미있어서 해요.
형제는 두 살 아래 남동생이 있어요. 어릴 땐 제가 컴퓨터를 독차지해서 동생은 게임을 많이 못 했어요. 동생은 혼자 게임을 하다가 열 받아서 막말하다 부모님께 혼난 적도 있어요. 친구들이 제 사인받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스트레스라고 하던데요.
취미는 게임이에요. 칼바람 나락을 가끔 하다가 근래엔 랭크 게임만 해요. 예전에 했던 게임을 가끔 해보면 너무 재미가 없어서 다시 롤을 하게 되고요. 아, 그러고 보니 롤 외에 다른 게임을 하는 게 장점이 있네요. 다시 롤에 흥미를 갖게 해주니까요."

그게 다 운이라고? 정말 억세게 운좋은 사나이로군.남들과 다른 걸 좋아해서, 이렇게 남다른 프로게이머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혁은 자신이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자신의 플레이 영상을 보며 '이때는 운이었지.'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이건 잘했는데 안 짚어줬네' 할 때도 있다고 한다.
- '페이커의 명장면'이라면 아무래도 '류' 유상욱 선수와의 제드 미러전일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열심히 연습해서 그런가 최근 한 달 밖에 기억이 안 나요. 딱히 뽑는다면 저도 그 제드 미러전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상대 팀 쉔 궁극기가 있어서 안 싸우려고 하다가, 그쪽에서 싸움을 걸길래 붙었어요.
머리보다 손이 먼저 따라갔던 것 같고, 다시 봐도 제가 어떻게 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참, 근데 경기에서 '딸피'로 살아남는 건 다 운이에요. 그 운이 계속되면 실력으로 보이는 거죠."
- LOL을 할 때 세팅은 어떻게 해요?
"기본값을 복원하고, 마우스 감도를 맞추면 끝이에요. 스마트키를 쓰고, 그 외에 별다른 건 없어요. 누구나 그렇듯이, 모니터 크기가 달라지면 좀 곤란해요."
- '페이커'도 게임을 하다가 '멘붕(멘탈 붕괴)'를 겪나요?
"가끔이요. '멘붕'한 상태에서 팀원들에게 뭐라고 한마디 하고 난 후, 다시 생각하면 후회스러워요.차라리 아무 말 안 했다면 지금 더 잘하지 않을까. 계속 그런 후회의 반복인 것 같아요. 최고의 팀원들과 같이해서 많이 이기니 '멘붕'할 일이 거의 없지만, 잘하는 만큼 지면 더 충격이 커요."
- 새로 들어온 '캐스퍼' 권지민 선수는 아마추어 시절에 같은 팀이었던 걸로 아는데요.
"온라인으로 알았지, 오프라인으로 만난 적은 없어요. 권지민은 '(푸)만두(이정현)' 형이랑 비슷하면서 좀 색다른 바보 같아요(웃음). '만두' 형이 멍청한 바보 같다고 한다면, 권지민은 이상한 바보죠. 아, 이렇게 말해도 되냐고요? 거짓말하는 것보다 서로 솔직한 게 좋잖아요.
만약 제가 팀원들에게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아직까진 그런 얘길 못 들어봤네요. 저는 팀원들에게 '돌직구'를 던져요. "언영이 요새 못하는 거 같다" 이러고(웃음)."

우리를 이길 방법을 찾아라, 아직은 우리 스스로밖에 모르는 것 같지만.- 언제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거로 생각하나요. SK텔레콤 K에게 대항할만한 팀이 있다고 보는지 궁금해요.
"붙어보기 전에는 아직 모르죠 우리가 독보적이라고 해도, 생각해보면 별로 그렇지 않아요. 만약에 다른 팀에 제가 한 명 더 있다면 SK텔레콤 K를 이길 방법을 모색할 것이고, 이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아직 우리를 이길 방법을 찾아낼 선수가 없는 것뿐이지, 언젠가는 나타날 거예요. 저보다 어린 선수 중에서요.
- 나이와 실력이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나 봐요.
"아뇨. 나이를 먹는다고 게임을 못하는 게 아니라, 나이가 어릴수록 게임을 하는 인구도 많아서 잘하는 사람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나이 어린 선수 중에 잘하는 선수도 많고, 못하는 선수도 많아요.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게임을 하는 인구 자체가 적으니까 잘하는 사람도 그만큼 드문 거고요.
'츄냥이(이관형)' 형도 나이가 많은데 솔로 랭크에서 잘하는 걸 봤어요. 나중에 대회에서 저희가 이기긴 했지만, 그때도 '나이가 많아도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이와 실력은 관계없다고 생각했어요. 노력 여하에 따라 갈리는 것 같고요. '츄냥이' 형 전에는 '훈' 선수가 솔로 랭크에서 굉장히 잘했죠."
- 이미 많은 걸 이뤘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프로게이머를 시작한 지 아직 일 년 밖에 안 됐잖아요. CJ나 나진 같은 팀들을 보면 저희 팀이 오래된 것도 아니라서, '이제 시작이구나' 생각이 드는 거죠. 롤챔스 이번 시즌 우승이 목표고, 롤드컵이 한국에서 열리니까 꼭 나가고 싶어요. 롤드컵 상금이 제일 크기도 하고요."
- 지금까지 받은 상금도 꽤 많죠.
"돈을 쓰는 타입이 아니라서 크게 와 닿지는 않아요. 우승했다는 사실과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보인다는 것이 더 중요해요. 부모님께서도 상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 하고, 티도 안 내세요."

페이커의 소환사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최고의 LOL 선수로서,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꿈나무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클템' 해설처럼 대학교를 나온 뒤에 프로게이머를 하세요. 저는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중간에 나와서 그런지 머리에 든 게 없어요. 똑똑한 친구들을 보면 부럽고. 저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공부해서 자기를 발전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친구들이 계속 공부하는 걸 보면 보기 좋더라고요."
'페이커' 이상혁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분명 많은 질문을 한 것 같은데 뭔가 아쉽고 아직도 더 물어볼 게 많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무리 인사를 해달라고 했더니, 이상혁은 "뭐라고 하지?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잊어버렸어요."라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최민숙 기자 minimaxi@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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