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바람타고 일본 포르노물에 몰려든 배우 아닌 한국여성들

[티브이데일리 윤상길 편집위원] "일본에서 유명해지고 싶어?(일본男)" "물론입니다.(한국女)" "정말 할 맘이 있는 거지?(일본男)" "그런데 저는 몸밖에 없어서(한국女)"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일본男)" "어떻게..(한국女)" "우선 옷부터 벗어볼까(일본男)"
이 낯 뜨거운 대사는 최근 일본에서 발매된 성인용 영상, 일명 AV(Adult Video)에 수록된 대화 내용이다. 허접한 시설의 사진 스튜디오가 현장. 일본인 매니저와 스타지망생인 한국 여성이 통역을 사이에 놓고 첫 만남부터 해괴망측한 대화로 영상을 풀어나간다.
영상 막바지(성 관계가 끝난 다음)의 대화는 더 충격적이다. "좋았어? 너 (데뷔해도)잘 나갈 것 같은데. 신 군(통역)에게 전화할게. 계약서 줄 테니까.(일본男)" "네 잘 부탁해요(한국女)"
일본에서 한류스타로 만들어주겠다며 일본인 감독이 카메라테스트를 한다. 옷을 하나씩 벗기고, 섹시 댄스를 추게 한 다음 연기 지도를 한답시고 스킨십에 들어간다. 그리고 지루할 정도로 오랜 시간 성행위가 계속된다. 그게 전부다. 이 AV의 제목은 "저기! K-POP 아이돌이 벗었다"이다. 인기 AV 순위에도 올라 시리즈물로 제작돼 이미 3편까지 출시됐다.
80분짜리 이 영상에는 2명의 한국 여성이 등장한다. 촬영 내용은 사전에 약속된 것으로 보이며, 출연 한국 여성은 발음으로 미루어 재일동포나 한국어를 잘 하는 일본인이 아니라 분명 한국에서 이 영상을 위해 일본에 온 한국 여성이다.
지금 일본 AV업계에서는 '신한류(新韓流)'란 이름으로 한국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포르노물 제작이 유행이다. '한국'이란 이름으로 검색되는 판매 중인 성인물이 100편이 넘는다. 여기에 출연하는 여성들은 대개는 '신인 AV스타'라고 소개된다. 하지만 국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AV에는 '약먹고 무너진 한국인 교사', '성인용품 숍의 한국인 알바', '기상천외 한국VS일본 AV걸 대결', '일본에서 X파는 한국 여인들', '일본 X들의 한국 초미니 여자 체험기', '일본 마사지에 빠진 한국 여자', '돈 떨어진 한국 유학생 거리로 나서다' 등등 글로 옮기기 어려운 제목들이 난삽한 사진과 함께 DVD 재킷을 장식하고 있다.
일본 현지 AV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제작 관계자는 "일본 성인용 DVD에 얼굴을 드러낸 한국 여성은 지난해의 경우 약 100명 정도 된다."라고 전한다. 그는 "출연자는 모두 일본 유흥가에 취업한 접대여성이며,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한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일부 유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아닌 한국배우가 '신한류스타'로 둔갑한 셈이다.
그의 전언에 따르면 AV 출연 경험이 있는 유흥업소 종사자는 업소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있어 출연 유혹에 쉽게 빠진다. 또 대부분 불법 취업자인 탓에 이 약점을 이용한 조폭 등 건달들의 강요를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출연료(?)는 어느 정도일까. 1편 출연료는 10만엔(한화 약 100만원)을 넘지 못한다.
실제로 AV 천국인 일본에서도 경기불황으로 여배우 몸값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얼마 전 일본 주간지 '주간포스트'는 AV업계 관계자와 배우의 말을 인용해 "편당 5만엔에 벗는 배우도 생겨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 잡지 보도를 보면 현재 일본에서 발매되는 성인용 DVD 신작은 매달 2000편 남짓. 전체 시장규모는 4000억~5000억엔 규모이다. 그러나 규모는 과거에 비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편당 1천만엔 가량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최근에는 그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그 불똥이 당장 여배우 몸값에 튀기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편당 400만~500만엔 정도 출연료를 받았던 인기여배우가 많이 있었지만 현재는 아무리 인기배우라도 편당 100만엔 이하로 받는 경우가 많다. 제작비가 크게 줄었지만 AV 배우에 대한 저항감도 줄어들어 출연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잡지의 인터뷰에 응한 여배우 고무로 유리(38)는 1990년대 후반 AV계에서 '퀸'으로 불려진 유명 AV스타이다.
그는 "출연료는 처음은 높고 나중은 점점 내려가는 것이 통상적 사례이다. 내 경우는 처음 편당 100만엔 정도였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70만엔까지 내려갔다. 지금 여배우의 출연료는 처음부터 10만엔이나 5만엔도 흔하다고 들었다. 지금 아이들의 활동을 보면 어느 의미에서는 아마추어의 취미 생활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주간 포스트'는 또 "일본에서는 AV가 풍속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하면서 여배우들이 그만큼 벌거벗는 일에 대한 저항감이 없어져 출연료도 내려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5만엔이라도 벗겠다는 여자가 많이 있기 때문에 금액이 맞지 않으면 그만 두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본 안에서의 현실을 보더라도 AV에 출연하는 한국 여성에게 특별히 후한 출연료를 줄 이유가 없다는 설명도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올해도 한류는 음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중문화 분야 관계자들에게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팝 아이돌 스타의 활동은 전 세계에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 중심에 일본 시장이 자리 한다. K팝, K드라마, K무비, K뷰티가 한류를 이끌고 있다. 그렇다고 K-AV까지 한류에 편승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느냐는 비난의 소리가 일본 현지에서도 거세다.
일본 도쿄의 신오쿠보 지역에서 한국식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한 한국유학생은 "정신대 할머니 생각을 해서라도 제발 한국 여성들이 AV 출연 같은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한다.
AV는 성인물의 범주를 벗어난 '하드코어 포르노물'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AV는 시네마가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AV는 예능이다. 극 형식의 내러티브에 의존하지 않는 섹스 버라이어티인 셈이다.
한국은 일본 AV를 불법으로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DVD의 반입을 금지하고, 다운로드를 통한 감상도 법에 저촉을 받는다. 하물며 AV 출연은 법적으로는 물론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다. 한국에서는 소유할 수도, 볼 수도 없는 쓰레기 영상물이다. 하지만 쓰레기통에 덮개를 씌운다고 쓰레기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상길 편집위원 news@tvdaily.co.kr / 사진=일본AV DVD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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