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산 | 중국 곤유산 창산봉] 용왕의 아들이 유배되었던 산둥성의 고고한 바위성

글·사진 | 신준범 기자 2014. 2. 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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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산객 입맛에 맞게 자연 산길 따라 오르는 바위산 6km 코스

↑ [월간산]창산봉 정상에서 본 곤유산 바위능선의 위용. 중국 특유의 스모그가 껴 시야가 깨끗하진 않지만 곤유산의 화려한 산세는 숨길 수 없다.

중국 곤유산(昆崳山)과 곤륜산(崑崙山)은 다르다. 곤륜산은 중국 전설 속의 산으로서 신선과 도사가 사는 산의 대명사다. 중국의 유토피아 대상지라 할 수 있으며 불교적으로는 수미산 같은 이상적인 곳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지역의 곤륜산맥과도 상관없는 산이다.

곤유산(923m)은 중국 산둥성(山東省) 옌타이시(烟臺市)와 웨이하이시(威海市) 경계에 위치한 바위산이다. 인근의 노산과 비슷한 분위기의 화강암 바위산으로 산세가 우람하고 빼어나다. 태산, 노산과 더불어 산둥성의 3대 명산으로 국가급 산림명승공원이다. 중국에서는 관광지 급수를 알파벳 A의 개수로 나누는데 태산, 노산은 최고인 5A급, 곤유산은 4A급이다. 면적은 153㎢로 북한산국립공원의 2배 정도 크기다.

곤유산의 옛 이름은 고여산(姑余山)이다. 중국 민간에 널리 알려진 여성 신선인 마고가 여기서 수련을 하고 하늘로 올라갔는데, 그 흔적이 남아 있어 고여산이라 했다고 한다. 곤유산은 도교 전진파(全眞派)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800여 년 전 금나라 때 왕중양(王重陽·1112~1170)은 땅굴을 파고 그 속에서 정좌하여 도교 전진파를 만들었다. 그 후 7명의 제자를 받아들여 전파한 도교의 성산이며 명산이다. 산 중 곳곳에는 일곱 도사의 수련처가 있었다고 한다.

산둥반도 동부에서 제일 높은 곤유산은 북위시대 최홍위가 < 심육국춘추 > 에서 곤유산을 '해상선산지조(海上仙山之祖)'라고 불렀다. 전설에 따르면 바다 위 신선이 사는 산 중에서도 조상이 되는 산으로 봉래, 방장, 영주 등 신선들이 모두 곤유산에 살았다고 하여 '해상 선산의 조'라 한다. 진시황은 세 차례나 곤유산 지역에 와서 불로장생 약초를 찾았고, 서한시대 한문제는 곤유산에서 불로장생의 신선주를 찾기도 했다.

곤유산은 정상인 태박정(泰礴顶)을 비롯 창산봉, 봉황봉 등 72개의 봉우리가 연봉을 이루며 솟아 웅장한 아름다움을 지닌 바위산이다. 목본식물 300여 종, 초본식물 600여 종, 화훼류 350여 종으로 풍부한 녹색식물의 보고이며 사계절 산림의 변화가 뚜렷하다.

↑ [월간산]1 등산로 입구의 저수지와 일주문 역할을 하는 관문. 2 용왕의 아들이 풀려나며 바위벽에 아홉 갈래의 도랑이 생겼다는 구룡지.

등산코스는 4개로 나눌 수 있다. 곤유산 정상(태박정) 코스는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어 등산객보다는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곤유산의 주봉인 태박정을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80% 이상이 돌계단이며 왕복 6km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창산봉(672m)은 곤유산 전체 줄기에서 떨어진 외곽봉이다. 자연미 있는 산행의 맛을 즐기려는 한국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구룡지를 거쳐 구룡폭포 옆을 오른다.

다담계곡 코스는 주능선상의 중간지점인 봉황봉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다. 계곡이 넓고 커서 여름철 산행에 적합하다. 태박정과 연결하는 코스로 이용하기도 한다. 종주 코스는 곤유산 서쪽 끝인 곡씨마을에서 출발해 주능선을 걸어서 정상 태박정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입산허가를 따로 받아야 할 정도로 때 묻지 않은 자연미 넘치는 코스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군을 조망하며 숲길과 주능선의 부드러운 흙길을 걷는 코스다.

도봉산 선인봉 같은 암봉 널려 있어

이 중 한국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창산봉(苍山峰)을 산예모 회원들과 함께 오른다. 산예모는 '산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로 본지에 히말라야 그림을 연재하고 있는 곽원주 화백이 주축이 된 산악회다.

↑ [월간산]창산봉 산행은 자연스런 산길이 정상까지 이어져 한국의 등산인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주차장에 닿자 커다란 등산안내도가 눈에 든다. 한글로 된 해설도 있어, '구룡지 경치구역'에 대한 설명을 적어 놓았다. 높이 100m의 바위벽 아래의 폭포와 계곡을 말하며 지세가 절묘하고 폭포의 낙차가 커 '산둥성 제일폭포'라고 한다. 이정표에도 구룡못 방향을 알리는 한글이 적혀 있어 한국 등산객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등산로의 시작은 콘크리트가 깔린 길이다. 두 명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찰 정도라 지나치게 인공적이지는 않다.

소나무보다 더 짙은 초록의 호수를 지나자 바위산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다. 북한산 인수봉 같은 커다란 암봉 아래에 닿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작은 소를 두고 매끈한 바위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물놀이시설의 거대한 미끄럼틀 같은 곡선의 바위가 소를 둘러싸고 있다. 이곳이 구룡지다. 수량이 적고 이마저 얼어붙어 아홉 폭포의 장엄미는 볼 수 없지만 한국에서 온 등산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기에 충분한 비경이다.

구룡지에는 전설이 있다. 옛날 용왕의 9번째 아들인 구룡은 어리고 제멋대로여서 가는 곳마다 큰 비가 내리고 하천이 범람해 백성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를 안 옥황상제가 크게 노하여 그에게 곤유산에 들어가 벽을 마주하고 반성하라는 벌을 내렸다. 구룡이 벌을 받게 된 후 가뭄이 계속되자 옥황상제는 결국 구룡을 방면하게 되었는데, 그때 구룡이 벽을 벗어나면서 9갈래의 도랑이 생기고 구룡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길은 거대한 구룡의 암벽을 따라 이어진다. 바위를 깎아 계단을 만든 것이다. 계단 앞에선 산예모 회원들이 배낭에서 뭔가를 꺼내느라 분주하다. 바위의 계곡물이 얼어 있어 아이젠을 신고 있다. 철난간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올라서자 순식간에 고도를 높인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변의 너른 산세가 드러나며 곤유산 바위 연봉의 실체가 드러난다. 전체적으로 회색빛에 노란색을 띤 바위는 노산과 비슷한 편이다.

↑ [월간산]1 관광객들의 정상이라 할 수 있는 구룡정. 2 정상으로 이어진 기운 넘치는 바위산 줄기. 철탑이 있는 곳이 정상이다.

고도를 높이자 금세 얼음계곡을 벗어나 지능선에 올라선다. 주변을 둘러싼 암봉의 향연에 감탄이 절로 난다. 안타까운 것은 중국 특유의 뿌연 스모그가 끼어 암릉미를 속 시원하게 맛 볼 순 없다.

1.2km를 오르자 콘크리트길은 정상을 향해 더 이상 올려치지 않고 지능선상의 전망터인 팔각정(구룡정)으로 이어진 뒤 다시 고도를 내린다. 구두 신은 중국 관광객들이 도는 1~2시간 산책코스인 것이다. 한국에서 온 등산인들은 여기서 정상을 향해 방향을 튼다. 진짜 산길인 흙길이 나타난다. 정상은 지능선 너머로 솟았는데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게 솟구쳐 한국 등산객들의 목표 의식을 분명하게 만든다. 정상에는 철탑이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고도감 있는 슬랩을 트래버스하자 성벽처럼 굳건한 사방댐이 나타난다. 20여 m 높이라 사방댐치곤 상당히 크다. 사방댐 위로 계곡을 지나자 본격적인 오르막이다. 우리나라의 여느 등산로와 다를 바 없는 자연스런 산길이다. 소나무가 많아 산길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와 전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바위산이지만 아직 흙길이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곳곳에 도봉산 선인봉과 북한산 인수봉에 비교할 만한 큰 암봉이 널려 있다.

유럽의 거대한 성채처럼 솟은 정상의 바윗덩이가 점점 다가오기 시작한다. 동시에 덩치 큰 바위도 늘더니 정상 턱밑까지 올라서자 고도감 생생한 슬랩 지대다. 등산객이 많지 않은 탓에 바위결이 살아 있어 비브람창 등산화로도 쉽게 오를 수 있다. 게다가 쇠사슬 난간까지 있어 육산에 익숙한 산꾼들도 어렵지 않게 오른다.

↑ [월간산]구룡정 뒤편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산예모 회원들. 산과 예술을 사랑하는 모임의 약자다. 뒤로 창산봉이 고고한 바위성처럼 멋있게 솟았다.

그러나 경치가 시원해 그냥 지나치기는 아쉽다. 고도감 있는 협곡 너머에는 정상에서 흘러내린 바위산줄기가 막강한 힘을 과시하며 거대한 벽을 이루었다. 뒤를 돌아보면 수석 전시장이라 할 만큼 빼곡하게 온 산이 바위로 치장하고 있다. 아직 눈이 쌓이지 않은데다 소나무가 많아 겨울 풍경답지 않게 파릇한 분위기다.

창산봉 꼭대기는 672m의 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에 선 풍경이다. 서쪽과 북쪽으로는 적수가 될 만한 봉우리가 없어 탁월한 전망대 역할을 한다. 특히 서쪽으로 상당한 고도감을 자랑하는데 용이 몸을 비틀며 이어진 지능선의 바위등골은 과히 장관이다. 남동쪽 멀리 큰 덩치의 정상 산등성이가 드러난다. 시야만 깨끗하다면 우리나라의 여느 바위산보다 화려한 곤유산의 기운에 압도당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녹슬어 흉물스러운 철탑은 자세히 보니 태양열로 운영되는 산불감시탑이다.

하산은 온 길로 다시 되돌아가는 코스다. 절제를 모르는 바위의 축제가 열리는 산길을 다시 되새김질하여 내려선다. 콘크리트 등산로를 만나는 곳에서 구룡지 반대 방향인 팔각정으로 향한다. 관광객들의 정상이라 할 수 있는 구룡정은 또 다른 경치의 묘미가 있다. 백미는 구룡정에서 본 창산봉이다. 거대한 바위로 이뤄진 생명체가 하나의 산이 되어 앉아 있다. 일관된 바위 색깔과 균형미를 갖춘 창산봉은 마치 고고한 바위성 혹은 웅크린 바위 거인 같다. 작은 용왕각을 지나자 콘크리트 계단길은 한껏 고도를 낮춰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산행길잡이

↑ [월간산]

구룡지 풍경구역 주차장을 출발해 구룡지를 거쳐 정상으로 올랐다가 내려와 구룡정과 용왕각을 거쳐 주차장에 닿는 원점회귀 코스다. 콘크리트 등산로를 벗어나면 이정표가 없으므로 길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산길 흔적은 뚜렷하므로 등산 베테랑이라면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 단체라면 가급적 현지 가이드와 동행하는 것이 좋다. 바위산이지만 난코스라 할 만한 클라이밍구간은 없다. 다만 절벽 구간이 종종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는 있다. 주차장의 고도가 44m이므로 해발고도 630m를 올려야 해 어느 정도 땀을 쏟아야 정상에 설 수 있다. 총 6km에 4시간 정도 걸린다.

여행정보

여객터미널과 공항에서 산 입구까지 대중교통이 불편하므로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삼홍투어(02-771-3117), 산악투어(02-730-7227), 푸른여행사(02-752-5800) 등의 여행사에서 곤유산 산행 상품을 운영한다. 인천에서 화동훼리여객선을 타고 산둥성 석도항으로 가는 3박4일 상품이 일반적이며 비용은 30만~40만 원대다.

볼거리

↑ [월간산]1 적산법화원의 가장 큰 조형물인 적산명신 해신상. 2 장보고 전기관의 장보고 동상. 3 화려한 분수쇼를 볼 수 있는 청동 관음보살상.

적산법화원(赤山法華院)

석도항에 있어 곤유산을 찾는 한국 등산객들이 들르는 필수 관광지다. 적산법화원 내에는 60여 m 높이의 적산명신(赤山明神) 해신상을 비롯해 장보고 전기관이 있다. 장보고가 이곳에 해상무역 근거지를 설치했을 때의 유물을 전시하고 장보고의 행적을 재현해 놓았다. 청동 관음보살상의 분수쇼는 적산법화원 구경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웅장한 음악에 맞춰 다양한 효과를 곁들인 분수쇼는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볼거리다. 적산(赤山ㆍ367m) 산행도 겸할 수 있는데 2시간 걸리는 가벼운 코스지만 법화원과 석도항이 한눈에 들어와 경치는 기대 이상으로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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