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끝사랑'의 김영희 "연인 사이에 웬 밀당? 앙대요~"

하경헌 기자 2014. 1. 2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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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커플처럼 솔직한 사랑 꿈꿔"

"으응~ 앙대요!"

주먹을 쥔 채 두 팔을 들고 좌우로 힘차게 흔들면서 하는 이 말이 낯설다면 KBS2 < 개그콘서트 > (이하 개콘)의 현재 대세를 모르는 사람이다. < 개콘 > 의 인기코너는 그날 방청객들의 환호성이나 스마트폰에 새겨오는 응원문구를 보면 알 수 있다. 요즘 가장 큰 호응을 받는 코너는 '끝사랑'이다.

두 중년 커플의 연애담을 담은 코너는 자칫하면 민감한 소재가 될 수 있는 '돌싱'(돌아온 싱글)을 개그로 끌어와 귀엽게 포장했다. < 개콘 > 에서 중년 여성을 표현하기에는 김영희(31)만 한 인재가 없다. '아줌마' 캐릭터에 지금껏 특화된 모습을 보여줬던 그는 이 코너에 나와 시쳇말로 훨훨 난다.

김영희는 "개그우먼이기에 앞서 여자로 예쁘게 보이고 싶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줌마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원래 임우일 선배와 짠 코너예요. '댄수다' 코너에서 초반에 바람 잡으시는 그분요. 제가 원래 연인들의 닭살돋는 애정행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TV드라마 < 사랑과 전쟁 > 을 보는데 뭔가 끈적한 중년의 사랑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짰어요. 그런데 검사 과정에서 '너무 더럽다'며 무대에 올라가지 못했어요. 결국 1년이 지난 뒤 정태호 선배가 파트너가 되면서 방송을 탔죠."

김영희는 중년의 사랑은 알 것 다 아는 사람들이 하는 사랑이라 급하고 진하고 열정적인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중년이 사랑에 빠지면 무조건 '불륜'으로 모는 분위기도 안타까웠다. 그는 좀 더 코너를 귀엽게 바꾸기로 했다.

"김여사 캐릭터 말투는 지방공연에서 반응이 좋았었어요. 약간 '끼부리는' 아줌마가 좋겠다고 생각하고 설정했어요. 립스틱도 입술 전체를 바르지 않는 버건디(프랑스 적포도주를 의미. 청색 기미가 있는 적색)를 골랐죠. 원래 블라우스도 호피무늬였는데 정태호 선배의 조언으로 흰색으로 바꿨어요. 머리도 좀 더 귀엽게 동글동글 파마로 말고요."

코너에서 그는 애정행각을 빌미(?)로 정태호에게 갖은 굴욕을 당한다. 여성으로서는 치명적인 뱃살을 잡히기도 하고, 가래떡으로 목을 휘감기기도 한다. 어떨 때는 바닥에 질질 끌려다니기도 했다. 여성으로서의 수치는 다음이다. 우선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게 좋다.

"제가 몸이 좀 뻣뻣한 편이라 몸개그를 잘 못 살려요. 그래도 박수를 치고 웃으시니까 힘을 내서 해요."

그에게 유행어의 정확한 표기를 물었다. "이런 질문 처음 받는다"고 반색한 그는 '앙대요'라고 짚어준다. 원래 중년 여성이 튕기기 위해 했던 "안돼요"가 앞에는 강세, 뒤에는 콧소리가 첨가되면서 코믹하게 바뀌었다. 정태호의 조언으로 율동도 넣었다. '앙대요'는 요즘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 개콘 > 의 유행어다.

"저도 개그우먼이기에 앞서 여자니까 예쁜 옷을 입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캐릭터가 아줌마가 다가 아니었지만 다 그런 식으로 인식이 됐어요. 기왕 그렇다면 정말 아줌마 안에서라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자 생각했어요."

그는 2010년 '두분토론' 코너에서 '여당당'의 당수로 여성의 인권을 부르짖었다. 그동안에도 동네 아줌마, 거지 등 센 역할만 골라 했다. 그러나 김영희의 원래 성격은 굉장히 여성스럽다. 최근에는 방송에서 선배 임우일을 오랫동안 짝사랑했다고 고백하기도 했고, 센 캐릭터를 하다보면 여성스럽고 싶다는 바람이 솟아나기도 한다.

" < 개콘 > 코너가 없어 그동안 라디오, 예능프로그램 등 다른 활동을 많이 했어요. 9개월 동안 못 나갔죠. 돌아오니 정말 좋아요. 제 활동의 중심은 역시 무대인 것 같아요."

중년의 '끝사랑'은 솔직하고 당당하다. 김영희 역시 그런 사랑을 꿈꾼다. "연인 사이에 밀당(밀고 당기기)을 왜 해야 해요? 안 그래도 머리 쓰고 마음 다칠 일이 많은데"라고 말한다. 세심한 남자보다는 남자답고 무뚝뚝하지만 말이 통하는 사람이 좋다. 하정우, 김윤석, 윤제문, 정우 등 관련 연예인들이 줄줄 나온다.

"최근에 방송 나가서 보니 아줌마, 아저씨들한테는 제가 소녀시대더라고요(웃음). 웃으면서도 뭔가 메시지가 남는 개그를 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돌싱분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요. 아름다운 코너로 남기고 싶어요."

<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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