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연이다]인기 폭발 '별그대' 김창완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지난주 시청률은 25%다. 시청자들의 수다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체감 인기는 더욱 높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전지현(천송이 역)의 변치 않는 '방부제' 미모와 섬세한 연기력, 그리고 현대극과 사극 모두에 어울리는 탄탄한 발음과 연기력의 김수현(도민준 역)의 공이 크다.
하지만 주인공인 전지현·김수현 커플만큼이나 김수현·김창완 커플도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김창완은 이 드라마에서 62세의 변호사 장영목 역할을 맡았다. 김수현에게 김창완은 지구에서 처음 만난 충직한 친구이자 기댈 수 있는 아버지 같은 존재다. 40여년 전, 당시 '허윤'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던(?) 김수현의 도움으로 사법고시에 합격을 하고 변호사가 되면서 그는 차츰 김수현이 보통 인간이 아니라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임을 알았다. 그 이후 김수현의 신분세탁을 돕고 그의 정체를 숨기는 모든 일을 묵묵히 해준다. 김수현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그와 사적인 만남을 갖고 "제가 이곳에 와서 400년간 군대만 26번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부터 오랜 세월 동안 땅을 사고 팔아 1000억대의 재산을 형성한 과정을 들려준다. 김창완은 너무 평온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경청하고 그를 다독거린다.
겉으로 보기엔 김수현의 아버지뻘이라 "비주얼, 이거 무시 못 합니다"라며 은근히 자신이 60대의 어른임을 과시하면서도 지구 나이로 400살이 넘은 김수현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고 항상 예의를 갖춰 대한다. 3개월 후에는 지구를 떠나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고 선언한 김수현의 말에 당황하면서도 애틋한 마음을 감추고 이별 연습을 하는 중이다.
그런데 김창완에게 라이벌이 나타났다. 김수현이 이웃집 여자이자 400년 전 인연을 맺은 천송이에게 사랑을 느끼자 김창완의 질투심이 폭발한 것이다. 다른 사람하고는 밥을 먹지 않는다는 김수현의 취향을 존중해 항상 차만 마셨는데, 어느 날 집에 가보니 전지현과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배신감을 느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10년 전부터 휴대폰을 사라고 거듭 강조해도 삐삐 사용만 고수하던 김수현이 천송이의 한마디에 휴대폰을 구입하자 김창완은 단축 번호를 눌러본다. 단축 번호 1번이 자신이 아니라 천송이임을 확인하자 마치 연적이 나타난 것처럼 화를 내며 뾰로퉁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김창완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남남 커플, 너무 재미있네요" "김창완의 일상 연기는 압권"등의 호응을 보였다.
올해 환갑인 김창완은 이 드라마에서 모처럼 자기 나이와 성품에 맞는 역할을 맡아 과거와 현대를 오간다. 또 배신, 연쇄살인 등이 가득한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그는 지난 몇년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스스로 표현하듯 '나쁜 짓만 하며' 돌아다녔다. 병원에서 메스를 드는 대신 정치를 했던 드라마 <하얀거탑>(2007)의 우용길 부원장 이후 탐관오리 중의 탐관오리였던'흰도포'(드라마 <일지매>(2008)), 이몽학의 난을 피해 홀로 의주로 도망친 못난 왕 선조(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를 거쳐 바이러스 치료제 연구에 대한 열정이 과한 나머지 세상을 혼돈에 빠뜨렸던 천재 과학자 최수철(드라마 <세계의 끝>(2013))까지 악역을 주로 연기했다. <내조의 여왕>에서 출세욕에 불타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후배들에게 가혹하게 구는 임원 역을 맡기도 했고, 영화 <닥터>에서는 젊은 아내에게 집착해 살인을 저지르는 성형외과 의사 역을 맡기도 했다. 웃으면 눈이 반달 모양이 되는 선한 인상, 아파트 재활용품 분리 수거장에서 흔히 만나는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같은 김창완이 착한 얼굴 뒤에 숨겨진 악마의 본성을 보일 때 사람들은 그의 연기력에 감탄하면서도 "혹시 진짜 저런 면이 있는 게 아닌가"란 의구심까지 가지게 만든다.
"<하얀거탑> 이후 많은 감독들이 제게 악역을 주문했어요. 시나리오를 주면서 그래요. '전에 했던 나쁜 놈과 다른 나쁜 놈'이라고요. 제가 볼 때는 다 똑같은 나쁜 놈인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죠. 인성이 나빠서 나쁜 짓을 했는지, 주어진 상황이 나빠서인지, 아니면 어떤 폭력의 희생자라서 나쁜 짓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 여러 이유가 있으니까요. 자꾸 악역이 들어오다보니 각기 다른 악의 면모를 정확하게 골라 끄집어내는 게 매 작품의 숙제가 되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라디오의 진행자, 동화책 작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김창완은 자신의 정체성을 '로커'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잠사학과 출신으로 서울농대 록밴드인 '샌드페블스' 멤버이고 친동생들과 함께 '산울림'이란 그룹을 만들어 1977년도에 1집을 발표했다. 데뷔하고 1년 동안 무려 4장의 앨범이 나왔는데 모두 한국의 100대 명반에 다 들어가 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등 주옥같은 노래들을 듣고 성장한 7080 세대들은 김창완과 산울림에 추억의 빚을 지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음악을 만들다가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에 출연했다. 1989년 MBC <잠들지 않는 나무>가 그의 연기 데뷔작이다. 연기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고, 평소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의 그는 그저 '감독이 해보라고 해서' 연기를 시작했다. 정형화되지 않은 어눌한 말투와 선해 보이는 신선한 인상 덕분에 주로 마음 착한 아저씨, 억울한 직장인 등을 맡았다.
"연기 생활도 벌써 25년째네요. 특별한 노력 없이 대본에 쓰인 대로 편하게 연기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연기 접근 방식 자체가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대본을 몇 번 안 읽었는데 지금은 정말 수도 없이 읽습니다. 암기하려고 읽는 게 아니라 대사의 말뜻을 찾기 위해 읽죠. 제가 맡은 역할의 말 한마디가 엄청난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백 번 읽을 때마다 그 뜻이 백번 다르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이걸 이렇게 할지, 저렇게 할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술을 마음껏 마시기 위해 돈을 벌고, 음주운전이 싫어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김창완.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는 그는 연기든, 노래든, 만나서 술을 한잔 하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역할에도 천직의식을 가진 그 덕분에 우리도 행복하다.
<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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