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의 프로축구 30년] 현대 호랑이 채찍 잡은 월드스타 차범근

김덕기 2013. 12. 2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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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그는 어느 모로 보나 동료 선수들에게 모범적인 선수였다. 소속 팀과 팬들에 대한 프로선수로서의 의무감을 결코 저버린 적이 없었던 한 스포츠맨이 오늘 아쉬운 석별을 고했다."

1989년 6월18일 차범근이 '분데스리가 10년'을 마감하던 날 독일 본에 본사를 둔 축구전문지 INP(인터나티오네스 프레스)는 차범근 은퇴 특집기사에서 바이에른 레버쿠젠 팀 라이너 칼문트 매니저의 말을 빌려 차범근의 은퇴를 이렇게 아쉬워했다.

INP는 이어 "팬들도 차범근의 석별을 아쉬워했다. 분데스리가 1988/1989 시즌 마지막 경기인 카이저스라우테른과의 경기 중 후반전이 시작된 직후 트레이너 겔스도르프가 차범근을 다른 선수로 교체하자 관중석의 팬들은 모두들 기립박수와 함께 차범근을 항해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그는 10년동안이나 분데스리가에서 외국선수로는 최장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며 차범근의 은퇴를 이례적으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렸다.

차범근이 분데스리가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가족과 함께 영구 귀국한 것은 이로부터 5개월 가까이 지난 1990년 11월10일이었다. 차범근은 그에 앞서 9월28일 6개월 코스의 쾰른 체육대학 축구 코치 과정을 이수하는 등 지도자로서의 새 출발을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었다.

차범근이 10년만에 금의환향하자 축구계의 관심은 그의 향후 거취에 집중됐다.

차범근은 김포공항에서 가진 귀국 인터뷰에서 "선수로는 더 이상 뛰지 않겠다. 당분간 국내 축구 실태를 살펴 본 뒤 1년 후에나 프로팀 지도자로 나서겠다."고 자신의 계획을 명쾌히 밝혔다. 차범근이 이 같은 말을 했을 때 이를 곧이곧대로 믿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효용가치가 누구보다 큰 그를 프로구단들이 가만 놔둘 리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차범근은 끝내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귀국한 지 정확히 1년여 만인 1990년 11월23일 현대 감독에 취임,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차범근은 귀국하기 전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의 여러 클럽으로부터 코치 영입 교섭을 받았고 한 때 포철로부터도 스카우트 요청을 받았다. 또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을 불과 한달 여 앞두고는 축구협회로부터 대표 팀 코치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결국 고려대 선배이기도 한 현대 정세영 회장, 이양섭 현대증권 회장 등과의 정리를 고려, 현대를 택했다.

계약금 1억5,000만원, 연봉 4,800만원, 그리고 울산에 주택과 차량을 제공 받는다는 조건이었다. 이는 박종환 감독이 1년 전 천마 일화 창단 감독을 맡을 때 받은 계약금 1억원, 연봉 4,800만원을 상회하는 국내 축구 사상 최고액이었지만 그의 명성으로 미뤄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3억 원은 받았으리라는 설이 거의 정설이다.

차범근은 이와 관련, "구단으로부터 백지위임을 받았으나 침체한 국내 프로축구의 여건 등을 감안해 솔직히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고 털어 놨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반드시 유능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쿤물'에서의 오랜 경험과 축구 밖에 모르는 성실한 생활자세, 정상에 오르겠다는 집념 등에 비추어 많은 사름들은 차범근이 지도자로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그의 새로운 출발을 지켜보았다.

김덕기(스포탈코리아 대표)

[김덕기의 프로축구 30년]은 이 기사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애독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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