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축구인들은 안녕하지만 한국축구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조회수 2013. 12. 25. 20: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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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강한 사람들과 연말에 나눈 이야기입니다. 한국축구에 대해 비판하는 소리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축구판이 잘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것을 인정해주십시오. 지금 축구판은 너무 폐쇄적이고 수동적이며 전근대적입니다. 그래서 한 집안의 가장인 이들도 공개적으로 이 같은 말을 하지 못한 채 답답한 마음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축구에 대해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무기명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을 독자 여러분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들이 하는 말은 축구계가 망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이 판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것이라는 점은 제가 보증합니다. 내년 한국축구가 조금 더 올바른 방향을 향해 조금 더 잰걸음으로 접근하기를 원하는 뜻으로 글을 적습니다. 연말연시 듣고 보기 불편한 내용이라고 비판하시기보다는 내년시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올 한 해 제 칼럼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A씨시스템적으로는 승강제도 하고 각급연령대별 리그도 하는 등 토대가 마련됐다. 그러나 속 내용, 시장의 호응도, 비즈니스의 활성화 등에서는 분명히 한국축구는 위기다. 축구가 갖고 있는 가치, 대한민국 내에서 유지해온 위상, 영향력, 인기 등은 야구, 영화 등 다른 스포츠·문화 컨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경기력은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5년 연속 진출하는 등 조금은 좋아졌지만 상업적, 문화적인 가치는 상대적인 하락세다. 인기상으로도 기성용 사건, 해외파 국내파 갈등, 시도민 구단의 내·외풍, 굴욕적인 월드컵 진출 등으로 좋지 않은 모양새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시도민 구단의 최근 행태는 축구가 스스로 지지부진한 단체라는 걸 자인하면서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꼴이라 답답하다. 프로야구는 방송시장, 언론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데 비해 K리그는 더욱 왜소해 보인다. 한국축구가 스포츠 문화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A매치도 마찬가지다. 관중 수는 브라질 전에서만 특수하게 많았을 뿐 평균치는 감소했고 시청률도 떨어졌다. 축구가 국민을 열광시킨 기억도 없다. 월드컵 8회 연속 진출도 잔치가 되지 못한 채 찝찝했고 20세 이하 월드컵도 임팩트가 약했으며 성인대표팀이 보여준 플레이도 강렬하지 못했다. K리그도 막판 포항의 극적인 요소가 있었을 뿐 슈퍼매치를 포함해 평균적으로 프로축구는 매력을 잃었다. 20세 월드컵 유치 등 성과도 있지만 점점 떨어지고 있는 한국축구의 시장성, 상품성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B씨프로축구 전체가 아예 사회적으로 외면당하는 상황이다. 솔직히 말하면 완전히 무시당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원도 삼성이 아니면 스폰서가 없고 서울도 다른 스폰서 잡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미디어를 통한 노출도 안 되고 있다. 게다가 연맹, 협회에서도 정책적 뒷받침을 못하고 있다. 모두 흘러가는 대로 두고 그냥 보고 있는 상태다. 승강제가 중요하다고 해서 따라가고 있지만 목표, 방향성, 마스터 플랜 없이 지금처럼 그냥 막가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로 성공해야하는 프로다운 냄새도 잃었다. 시도민구단도, 인천처럼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비록 지자체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 프로축구계에서는 기업, 지자체에 의존하려고 할 뿐 독립하려는 노력이 너무 약하다. 제발 시에서 돈 좀 대서 도와달라는 식이다. 연맹이 총재를 앞세워 성남을 방문하는 것도 결국 시가 돈을 내서 도와달라는 게 아닌가. 기업도 기업구단과 시도민 구단 사이 격차가 벌어지면 투자하지 않는다. 지금 시도민 구단은 프로가 아니라 규모, 예산 등에서 시청 팀으로 다운 그레이드되는 게 옳지 않나. 티켓 판매 대행업체도 못해먹겠다고 난리다. 프로축구 표를 대신 팔아도 수익이 바닥 수준이다. 운영비를 빼면 남는 것도 없다. 관중 부풀리기도 막판 다시 생긴 듯하다. 관중 부풀리기는 지금 안 좋은 것을 드러나지 않게 속이는 것뿐이다. 프로축구는 이처럼 비즈니스적인 동력을 잃고 매년 나빠지고 있다. 축구 쪽에 돈을 쓰려는 기업이 점점 줄어들고 심지어 축구판을 쳐다보지 않는 곳도 많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영화처럼 프로축구도 그렇게 퇴화되고 있다.

C씨관중이 모이지 않고 시청률이 낮으니 어쩔 수 없지 않나. 요즘 돈은 매스 미디어를 통해 모인다. 관중이 5만 명이 오면 뭐하나? 광고는 5만 명에 보여주려고 만든 게 아니다. 과거 프리미어리그도 관중은 엄청나게 많았다. 그러나 수익을 내는 것은 관중이 많이 때문이 아니라 TV를 통해서 수 억 명의 세계 사람들에게 방영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중계가 되니까 광고효과도 높아지고 돈도 버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프로축구는 서울-수원 전 시청률이 1%가 안 될 정도이니 다른 경기는 완전히 바닥이다. 매년 SMS에서는 '스포츠 이벤트 인덱스'를 조사해 발표한다. 이는 관련 단체만 갖고 있는 자료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 거기에 따르면 야구의 광고효과가 축구의 20배를 넘는다. 그리고 축구는 농구와 배구보다도 훨씬 광고효과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축구계는 외면하고 만다. "우리는 축구니까" "축구는 다르니까"라는 이해하기 힘든 엉뚱한 말을 하면서 말이다. 프로축구는 광고가 줄고 스폰서도 떨어지고 있다. 이는 시 도민구단 뿐만 아니라 기업구단도 마찬가지다. K리그 전체적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무시당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축구계 관계자들은 정말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것 같다. 이 같은 위기상황을 알리면, 축구계는 자신을 방어하면서 이 같은 걱정하는 사람들을 "축구판이 망가지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몰아 부치고 만다. 쉽게 말하면 "이XX, 지가 뭘 안다고 함부로 떠느냐"는 식이다. 그러면서 모두 자기 방어를 하면서 희망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만을 바랄 뿐 실제로 문제가 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안 한다. 배는 침몰하고 있는데 우리는 잘 될 거라며 자위만 하고 있는 꼴이다. 프로축구는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희망도, 탈출구도 없다.

D씨정몽규 회장이 화합을 외치고 노력하지만 아래 사람들이 화합을 이루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 회장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이다. 지금 축구판은 세도정치를 보는 듯하다. 카르텔이 형성돼 있는 한 축구판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지금도 축구협회는 몇몇 고위층이 쥐고 흔든다는 말이 들린다. 지금은 축구계를 향한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축구인 스스로가 시장이 위기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기 생계에 큰 타격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접근에는 무감각한 것 같다.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자성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뭉쳐서 우리끼리만 잘 되면 된다는 식으로 넘어간다. 협회, 연맹도 자기 일만 할 뿐 장기적으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축구를 걱정하기에는 역부족이다.

E씨기업들이 스포츠에 돈을 쓰게끔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축구라는 메이저 종목에 돈을 쓰지 않으니까 다른 작은 종목에 투자하려는 기업도 거의 없다. 축구는 지금 총제적인 난국이다. 향후 대책 없이 연봉를 공개하는 바람에 기업 구단도 투자를 줄이고 있다. 로드맵 없이 계속 질러온 것처럼 이번 연봉 공개도 그랬다. 마스터 플랜, 대책 등이 없으면 일시적인 충격에 머물고 오랜 시간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역사는 지금도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승강제가 정착되겠지만 지금은 치밀한 마스터 플랜이 없는 탓에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프로축구가 비즈니스적인 동력이 돼야하는데 지금 축구는 축구인들 밥그릇을 만들어주는 것 말고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 국민에게 기쁨을 준다고? 올해 축구 대표팀은 엉망이었다.

F씨성남은 시민구단으로 전환돼서는 안 됐다. 그냥 없어져야 했다. 축구는 구조조정이 없어도 너무 없다. 축구계도 구조조정을 이미 마쳤어야 했다. 그게 안 되니까 출범 30년이 지나도 지금처럼 구차하게 연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성남 인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바른 말을 한 것이다. "왜 우리 세금을 갖고 축구단을 지원해야하느냐"는 그들의 말은 옳은 말이다. 프로연맹이 지자체를 찾아다니면서 시에서 돈을 쓰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권오갑 총재가 가서 시에게 투자를 요청하고 시가 돈을 쓰지 않으면 축구판 전체가 욕하는 분위기가 도대체 말이 되나. 주객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됐다. 그런데 그걸 축구계는 전혀 모른 채 아무 생각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이리저리로 몰려간다. 그리고 반대 목소리를 내면 "저XX, 어떤 X이냐"는 식으로 "프로축구를 망하게 하려는 자"라고 매도한다. 한국축구 잘 되자고 하는데 넌 왜 딴소리 하냐는 식으로 치부해버릴 뿐, 뭐가 옳고 뭐가 그르냐에 대한 논의가 없다. 축구인들은 프로축구가 돈도 못 벌고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성적이 나빠도 지자체에서, 대기업에서 대주는 돈으로 구조조정 없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자기네들끼리 카르텔을 형성해서 똘똘 뭉쳐 자기들끼리 다 해먹고 있는 게 지금 모습이다. 축구인 들은 안녕한데 한국축구는 안녕하지 못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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