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결산] MBC드라마, '막장'·'역사 왜곡'의 씁쓸한 성공

손효정 2013. 12. 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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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손효정 기자] 2013년 MBC드라마는 양극화가 확실했다. MBC의 자존심인 의학드라마, 정통 사극의 흥행 불패가 '메디컬 탑팀'과 '불의 여신 정이'로 인해 깨졌다. 그러나 지난해 주춤했던 일일드라마와 9시대의 주말드라마가 부활했다. 주목할 점은 '막장'드라마와 '역사 왜곡' 드라마가 흥행의 주역이었다는 점이다. 다사다난했던 MBC드라마의 지난 1년을 되짚어 봤다.

◆ 막장 드라마 풍성…甲은 '오로라공주'

MBC는 '막장 드라마 왕국'이라는 말을 올해도 피할 수 없었다. 시청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막장드라마는 계속해서 안방극장을 찾았다.

오후 9시대 방송된 MBC 주말 드라마 '아들녀석들'은 KBS 2 '개그콘서트'와 뉴스 사이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화려한 출연진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7~8%대의 시청률에 그쳤다. 그러나 후속 '금나와라 뚝딱'은 '재밌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이 승승장구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 22.7%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한 남자에게 아내가 세명이라는 일부다처제 설정과 피 튀기는 갈등 때문에 '막장'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후 10시대 방송된 '백년의 유산' 또한 막장드라마로 통했다. 시어머니의 극악무도한 시월드가 문제였다. 그러나 최고 시청률 30.3%를 찍으며, 지난해 '메이퀸'에 이어 주말드라마 흥행을 이어나갔다.

이 드라마들은 MBC 막장드라마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들이 아니다. 최고의 막장드라마는 역시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다. '오로라공주' 전 방송된 '오자룡이 간다'도 막장드라마로 불렸지만, '오로라공주'에 비하면 세발의 피였다. '오로라공주'는 막장드라마의 범주를 벗어난 '종합 판타지 드라마'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오로라공주'를 집필한 임성한 작가는 '보고또보고', '인어아가씨' 등 '막장 드라마'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왕꽃선녀님', '신기생뎐' 등 무속신앙과 관련된 드라마도 썼다. '오로라공주'는 그동안 임성한 작가의 작품을 총망라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대기업 일가 고명딸 오로라가 누나 셋과 함께 사는 완벽하지만 까칠한 소설가 황마마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당돌하고도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고 했다. 초반에는 기획의도에 맞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 했지만, 점점 알 수 없는 길로 빠져 들었다. "암세포도 생명", "108배로 남자 됐다" 등 황당무계한 대사가 나오고, 전 남편과 현재 남편이 동거하는 기막힌 상황에 이르렀다. 배우들의 이유 없는 하차도 문제가 됐다. 박영규, 오대규, 손창민, 이아현, 신주아 등을 시작으로 떡대 역의 통키까지 총 12명의 배우가 드라마에서 실종 됐다. 시청자들의 분노는 점점 커졌고, 임성한 작가 퇴출 운동까지 벌어졌다.

◆ 역사 왜곡 드라마 논란 '기황후'· '수백향'

사극의 대가 MBC는 '역사 왜곡 논란'에도 휩싸였다. '구암허준'에 이어 방송된 '수백향'은 조금의 잡음이 있었다. 일본 왕족에 '수백향'이란 인물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료가 있기 때문. 이에 제작진은 그 수백향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상상력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각오했다. '수백향'이 방송된 이후에는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줄어들었다. 현재는 방송 시간이 아쉬운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월화드라마 '기황후'는 '역사 왜곡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은 드라마다. '기황후'는 공녀에서 원나라의 황후가 되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고려 정복을 지시한 기황후와 시대의 난봉꾼 충혜왕을 미화시킨 점이 문제가 됐다. 이에 제작진은 주진모가 맡은 충혜왕을 '왕유'라는 가상 인물로 바꿨다. 그리고 "기승냥이라는 이름도 우리가 만든 것"이라며 "이 드라마는 70%가 허구인 팩션(픽션+팩트) 사극"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예상과 반대로 역사 왜곡 논란은 '독'이 아닌 '약'이 됐다. 오히려 시끄러운 논란이 시청자의 관심을 이끌었다. 현재 '기황후'는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월화극 1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그냥 논란의 드라마였다면 시청자는 떠났을 것이다. LTE급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이 시청자를 계속 붙잡은 것으로 보인다.

◆ '논란'의 MBC, 반쪽의 성공

'오로라공주'의 임성한 작가는 종영소감에서 "네티즌 여러분의 지적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자신과 드라마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쏟아졌다는 것을 알았을 터. 그러나 오히려 임성한 작가는 논란을 즐긴 듯 했다. KBS 2 '개그콘서트'의 코너 '시청률의 제왕'처럼 시청률을 위해 상상력을 총 동원한 듯 보였다. 또한 임성한 작가는 배우,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실패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실패'는 무엇을 말하는가. 분명 시청률일 것이다. 지적과는 상관없이 결과가 좋으니 자축하는 듯한 임성한 작가의 생각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MBC드라마는 올해 반족짜리 성공을 거뒀다. 많은 드라마들이 1위 자리를 지켰지만, 논란을 동반했기 때문. MBC는 자극적인 드라마에 익숙해진 시청자의 심리를 공략했다. 시청자들은 매일 반복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원했다. 뻔한 이야기를 답습한 '불의 여신 정이'와 '메디컬 탑팀'이 시청자의 외면을 받은 것을 알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가 원한 것은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마의'와 '구가의서', '투윅스'는 인기의 MBC드라마 중 '웰메이드'란 평을 받았다. 이 드라마들은 막장이 아니어도, 논란을 빚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 삼박자가 잘 맞아야 '명품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막장드라마는 순간적인 시청자의 관심은 이끌겠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 후, 그 드라마들을 돌이켜보면 생각나는 것은 드라마의 감동이 아닌 황당한 장면 또는 배우들의 열연 뿐이다.

올해 '드라마 왕국'의 이름을 되찾은 MBC지만 겉만 화려했고, 아쉬움이 많았다. MBC는 시청률에 급급하기보다는 완성된 드라마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2014년에는 흥행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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