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유망주 양희영 , 별을 쏘다





최고의 기대주에서 LPGA투어 첫 우승까지 양희영( 24, KB금융그룹)은 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길다면 긴 시간을 그녀는 그저 "자신을 가다듬는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 점점 더 잘 하고 싶은 마 음밖에 없다는 양희영의 마음은 초심 그대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희영은 제2의 박세리로 불리던 기대주였다. 만 16세에 유럽투어에서 최연소 우승을 하고 최고의 기대주로 화려하게 미국 LPGA 투어에 데뷔했지만 우승의 여신은 쉽게 미소 짓지 않았다. 양희영은 자신이 제일 잘하는, 그리고 가슴 뛰는 골프가 좋아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 6년이 되어 간다는 것도 모른 채 지나왔다"고 회상한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면서 겹겹이 쌓여가던 아쉬움에 올 봄, 골프채를 놓고 싶었던 시련의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해답은 자신이었다. 양희영은 골프선수인 자신이 좋았고 지금이 행복하다는 진실에 직면하고서야 평정심을 찾았다.
좋아하는 골프를 진심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그녀는 올 가을 고국에서 그토록 바라던 우승컵을 119경기 만에 들어올렸다. 우승컵을 거머쥔 양희영은 수없이 '드디어'라는 말을 되뇌었다. 가슴속 아쉬움을 한 방에 날려 보낸 첫 승은 분명 선수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아직도 여전히 잘하고 싶은 골프, 부족한 게 많아 채울게 많다는 그녀는 초심을 잃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감이라는 날개까지 달았다. 이제부터 어떤 활약을 펼칠지 더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더 큰 비상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 첫 승은 선수 생활의 전환점
우승한 그 다음 주 만난 양희영의 목소리는 유쾌했다. 그토록 기다린 첫 승의 기쁨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최연소 유럽투어 우승으로 각광받던 신예로 이른 나이 LPGA 무대를 데뷔했던 그녀지만 참 긴 시간 우승의 인연은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앞만 보고 달렸다. 6년의 무승의 시간을 참 굳건히도 잘 보낸 것처럼 자신감을 심어준 LPGA 첫 승 이후 그녀는 더욱 강인해졌다.
네 번의 준우승 경험, 연장전 끝에 KEB 하나뱅크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연장전 무슨 생각을 했었나.
연장전을 치르러 카트타고 티박스로 올라갈 때 긴장이 많이 됐었다. 예전의 경험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중압감을 떨쳐버리려고 괜히 다른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우승을 확정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다시 한 번 회상한다면.
'아 드디어~!'라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그동안의 시간들이 눈앞을 지나가면서 울컥 했다. LPGA 투어 동료 선수들과 많은 분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줬다. 특히 트위터에 쏟아진 많은 축하메시지는 감동 그 자체였다. 그리고 고국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려 가족과 함께 기쁨을 누릴 수 있어 더 의미있고 행복했다.
박세리를 보고 골프선수를 꿈꿨다고 들었다.
다른 세리키즈들처럼 박세리 선수의 US오픈 우승 모습을 보고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웠다. 항상 너무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는 언니다. 기량은 말할 것도 없고 언니의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는 언제나 내게 동경의 대상이다. 우승했을 때도 "장하다"는 말과 함께 긴 축하메시지를 보내줘 감동을 많이 받았었다.
LPGA 투어 데뷔 때 정말이지 주목받는 신예였는데 첫 승이 너무 오래 걸렸다. 119경기만에 우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주니어 시절 호주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서 각광을 받으며 프로에 데뷔했었다. 자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제일 부족했던 것은 경험이었다.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나갔는지 몰랐다. 투어에서 시합을 다니면 한해가 너무 빨리 간다. 우승 없이 벌써 여섯 번째 해를 보내고 있었던 것도, 119경기 만에 우승한 것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에게 LPGA 투어는 참 큰 무대였다.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했지만 중요한 순간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골프는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게임인데 너무 잘하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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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인상 때문인지 느긋해 보이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
평소에는 느긋하기도 하고 게으른 면도 있는데 골프할 때는 욕심도 부리고 마음이 급해질 때도 있다. 일상의 나와 골프선수로서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수더분한 편이고 친한 사람들에게 말도 많이 하고 연락도 자주해 귀찮게 하곤 한다.
타국에서의 투어 생활 그 자체가 힘들었을 것 같다.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도 클 것 같다.
너무 어려서 뭐가 뭔지 몰랐다. 골프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떠난 골프 유학,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지원 해주셨다. 아버지의 퇴직금을 가지고 떠난 유학… 부모님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하나뿐인 남동생에게 미안한 점이 많다. 어릴 때 선수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모님의 관심이 내게 쏠리면서 동생을 외롭게 한 것 같다. 하지만 한 번도 투정한 적 없이 응원해준 남동생에게 고맙다. 투어생활 가장 큰 버팀목은 가족, 부모님이다. 두 분 다 선수생활을 하셨던 터라 내 마음을 잘 헤아려 주신다. 내게는 최고인 두 분이다.
부모님의 어떤 점들을 닮아서 골프를 잘하는 것 같은가.
체력적인 부분을 어머니(1986 서울 아시안게임 창던지기 동메달리스트, 장선희씨)를 쏙 빼닮은 것 같다. 탁월한 체력을 타고났다고 자부한다. 골프하기 좋은 체격 덕분에 분명 시작이 좋았고, 물려주신 강인한 체력은 투어 생활하는 데 늘 장점이었다.
올 초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고 들었다.
기회가 자꾸 오는데 못 잡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한 아쉬움들이 겹치니까 스스로 자책감이 들었다. 여태까지 해온 것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에는 하루 종일 연습하는데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경기할 때 조급해 지고, 그러다보니 잘 안 풀리고 울컥했던 것 같다. 그런데 부모님은 골프를 그만하고 싶다는 내 얘길 듣고 탓하기는커녕 잘 들어 주셨다. 그리고 어머니가 "지금 그만두면 당장은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지만 나중엔 후회하게 될 거야.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느냐"고 되물어보셨다. 그 말이 울컥했던 나를 진정시켰던 것 같다.
페이스북을 보니 최근 조금 여유로워 보였다.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있었던 것 아닌가.
많이 노력했다. 전에는 일요일도 없이 운동도 하고 쉬는 날에는 집에만 있고 그랬었다. 생활에서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다. 시합 나갈 때 부모님이 아닌 매니저(언니)랑 다니면서 시간이 남으면 경기장 주변도 여행하고 그러면서 평상심을 찾았다.
힘들고 지칠 때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했는가.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가족, 선생님의 도움을 받곤 했다. 아직은 멘탈 관련해 전문가를 찾아가본 적이 없다. 새로운 코치가 PGA 투어 출신인데 선수의 마음을 잘 알고 헤아려준다. 스트레스 받아서 일부러 아무 생각 없이 보낸 날들이 있었는데 그런 나를 다독여준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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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는 내 인생의 모든 것
"골프선수라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양희영. 골프가 인생의 모든 것이며 골프밖에 모르고 지내온 그녀는 천상 선수 같았다. 투어 6년차인 그녀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고 점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샘솟는 단다. 정말이지 에너지 넘치는 중견(?)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했던 양희영은 우승 물꼬를 터뜨리면서 "드디어" 자신감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 그녀의 활약은 이제 부터가 시작이다.
이번 우승의 의미는.
솔직히 매번 좋은 기회를 놓치다보니 '내가 할 수나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이번 우승을 통해 나에 대한 의구심이 한번에 다 풀렸고 그동안의 아쉬움도 단박에 해소됐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랭킹도 상승하고 이번 우승은 선수생활의 전환점이 되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준 스폰서 KB에게 많이 고마울 것 같다.
KB는 일찌감치 나를 알아봐준 고마운 스폰서다. 선수들에게 스폰서는 자존심이다. 좋은 스폰서가 있어 힘을 많이 얻었다. 항상 부족함 없이 지원해줌은 물론 한 번도 성적이나 경기 외에 다른 일로 부담을 준 적이 없다.
꾸준히 잘해왔지만 긴 무명의 시간, 또래 친구들이 잘나가는 모습을 보고 흔들린 적은 없었나. 동료 중에 누가 가장 부러웠나.
무명에 대한 설움이나 유명세에 대한 동경 같은건 없었다. 스타라는 소리를 듣는 친구들을 보면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내가 한국투어에서 뛴 것도 아닌데 팬들이 잘 모르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교포로 알 정도다. 때문에 열심히 해서 다른 친구들처럼 잘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LPGA 투어의 동료선수들 중에는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함께 경기하면서 감탄하고 배우기도 한다.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웃음).
골프선수 하기 잘했다고 느낄 때는.
힘든 순간은 있었지만 항상 내가 골프 선수인 것에 만족해왔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골프선수 하길 잘했다고 느낀다. 골프 선수인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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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양희영은 어떤 모습일까.
10년 후면 서른 네살이다. 희망이라면 그때까지 체력관리 잘해서 기량만 된다면 세리 언니처럼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한번도 먼 미래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항상 매년 올 한해를 잘 보내자는 생각으로 달려온 것 같다. 1년을 잘 보내고 그러다보면 10년 후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있지 않을까.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것.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더, 더 잘하고 싶다. 끝도 없이 잘하고 싶은 욕심이다. 올 초에는 골프채를 잡고 처음으로 멘붕(멘탈붕괴)이 왔었고 그걸 이기는 법을 알았다. 어떻게 하면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고 잘할 수 있는지를 배운 귀한 한 해였다. 계속 이대로 쭉 가고 싶다. 꼭 이루고 싶은 건 US여자오픈 우승이다. US여자오픈은 제일 큰 메이저대회이기도 하지만 박세리 언니의 US여자오픈 우승 모습은 내게 골프채를 잡게 한 대회다. 어려운 세팅의 코스를 좋아하는데 US여자오픈이 그렇다. 도전하고 싶다.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시즌 마무리와 내년 동계훈련 계획은 무엇인가.
올해의 좋은 감을 그대로 가져갈 참이다. 아직은 100% 스윙이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보완하고 쇼트게임과 퍼팅을 언제나 그랬듯이 다듬을 것이다. 멘탈 수업을 받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고 강한 체력운동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
그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그리고 올해의 목표도 한마디.
생각지도 못했는데 늘 많은 분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다. 볼 때마다 감동받고 힘이 된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승이 없는데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 기다려준 팬들 고맙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
<mediamedia-type="image"><media-referencemime-type="image/jpeg" data-location="#eyoree20131209145311_F_21_C_1" align="center"> 양희영 Profile생년월일:1989년 7월28일 나이:24세 신장:174cm 혈액형:B형 계약:KB금융그룹 LPGA 투어 데뷔:2008년 성적:2013년 상금랭킹 17위 상금총액:66만6,749 달러 2013 LPGA 투어 주요 기록: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 사임 다비 LPGA말레이시아 5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공동 5위,매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 공동 6위 톱105회 드라이버 샷거리256.17야드(23위) 평균퍼팅수29.84(50위) 평균타수70.85타(16위)(2013년 11월15일 현재)
양희영의 10문10답
좌우명은?
상상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다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노력하라. 가장 좋아하는 컬러는?하늘색, 그래서 그립도 하늘색~^^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양념치킨 좋아하는 영화는?애니메이션 크루즈. 애니메이션은 다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G드래곤 이상형은?김수현~ 결혼은 언제쯤?연애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서른 살쯤 가장 자신 있는 곳은?눈! 골프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하나?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도 떨고,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본다. 골프선수가 되지 않았다면?한 번도 골프선수 말고는 내 직업을 생각해본 적 없다. 언제나 골프선수!!
글_류화승 기자, 사진_박준석(KLPGA 공식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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