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된 건축] 건축양식 완전히 뒤집은 '게스트하우스 리븐델'

입력 2013. 12. 6. 16:09 수정 2013. 12. 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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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으로 횡으로 뻗은 異窓 낯선 풍광을 선사하다

흡사 총구를 겨눈 듯하다. 어떻게 보면 DSLR 카메라에 장착한 망원렌즈로 맞은편 풍경을 잡아내는 것 같기도 하다. 1층에 별다른 지지대도 없이 가로로 길게 뻗어 나온 2층 구조물이 대번에 눈을 사로잡는다.

회백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이 '캔틸레버'는 이국적인 독특한 매력과 함께 건물 전체에 심장 뛰는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건물의 다른 부분과 달리 콘크리트 벽에 나무 무늬를 입힌 송판 콘크리트 기법으로 자연 요소도 가미했다.

그 뒤로 자리 잡은 건물의 본체를 살펴보면 일상적인 직사각형 건물과는 영 딴판이다. 우리가 교육받은 90도의 미학, 네모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사각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삼각형, 사다리꼴, 평행사변형 모양의 구조가 곳곳에 스며들어 흡사 잘 커팅된 하나의 보석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엉켜 있는 실타래가 실은 하나의 실로 이어져 있듯 1층과 2층을 이어 나가는 다양한 선의 흐름을 쫓다 보니 어느덧 건물 전체를 둘러보게 된다.

북한강과 맞닿은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보니 전면부에서 만났던 캔틸레버 구조가 또다시 나타난다. 강과 직각으로 마주보는 모든 방의 벽들은 전면 유리로 제작돼 아름다운 풍광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내는 캔버스가 된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21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은 전혀 다른 형태의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건물이다. 틀에 박힌 듯 똑같이 장방형을 띠고 있는 일반적인 건축의 양식주의 한계를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리븐델의 시작은 강가에 놓인 자갈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됐다. 다만 자연물에서 콘셉트를 얻되 일상적인 개념을 살짝 비틀어 새로움을 주는 '낯설게 하기', 소격효과를 노린 설계가 적용됐다. 콘크리트라는 재료와 건물의 존재감을 통해 자갈의 느낌은 표현하되 그 세부적인 형태 등은 자연에서 일상적이지 않은 도시적인 느낌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한곳으로 잡아내는 랜드마크를 만든 것이다.

리븐델을 설계한 건축가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는 "이국적인 정서의 본질은 일상을 비틀어 얻을 수 있는 낯섦과 그에 대한 호기심"이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한 건물의 형태를 허물고 이국적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설치미술의 개념을 설계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규모가 주는 존재감도 압도적이다. 지하 1층~지상 2층 구조에 대지면적 3353㎡, 건물 연면적 955㎡에 달한다. 결코 작지 않은 유럽풍 주변 단독주택들이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리븐델 설계에서 가장 주안점이 된 것은 건물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것이었다. 그에 걸맞게 건물 전체는 복잡한 구조를 띠면서도 단 하나의 콘크리트 덩어리로 유기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인간의 피부조직이 끊어짐 없이 하나의 외피를 형성하고 있듯이 콘크리트라는 하나의 통일된 재료가 연속성을 가지며 건물 안팎을 구성하는 것이다.

곽 대표는 "건축을 다루는 것은 인간의 신체를 대하는 것과 같다"며 "외부뿐 아니라 내부 공간을 구성할 때도 입에서 시작되는 인간의 다양한 소화기관처럼 각기 다른 의미ㆍ용도를 띤 공간을 배치하고 그 모든 걸 하나로 연결하는 통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자연스러운 공간 이동 속에 모든 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도시 건물들의 수직적 엘리베이터 구조와 달리 짧게 만들 수 있는 이동 경로도 비교적 길게 늘려 놓으며 층 사이의 불연속성을 없앤 게 특징이다.

기나긴 복도 구조는 효율적인 동선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람들의 모험심과 탐험심을 자극하도록 설계됐다. 건물 외벽의 이형 구조가 건물 안으로도 그대로 들어와 있어 집 안에서도 '걷는 재미'가 있다. 단순히 복도만 걷고 있어도 심심하지 않게 야트막한 언덕과 오솔길 등이 다양하게 이어지며 이 끝에 어느 방이 있을지 상상하게 했다.

거실에 들어서면 정원과 북한강, 그 너머 산들이 훤히 바라보인다. 전면유리를 통해 주변 자연환경을 통째로 당겨 방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고 있었다. 복도를 타고 이동하는 각 방들 역시 강과 산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환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창문이 일종의 렌즈나 조리개 역할을 하면서 풍광과 거주자의 교감 창구가 되고 있었다.

강변과 맞닿은 2층의 캔틸레버에는 일반적인 주택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집의 가장 핵심이 되는 공간으로 아래쪽 구조물 없이 방이 2층 공중에서 외부로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시야에 걸리는 것 없이 북한강 일대의 전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건물 정중앙에 위치한 '중정'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리븐델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건물 내부 중정은 강과 산, 그리고 하늘이 있는 공간으로 거주자들을 끌어올린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지만 경사와 계단을 통해 1층과 2층, 옥상을 하나로 묶어 준다. 특히 잔디와 초목으로 꾸며져 있어 이곳만 놓고 봐도 건물 안에 자연을 담아둔 것 같은 느낌이다. 옥상에 올라가면 흡사 거대한 항공모함의 갑판 위에 올라온 듯 시원하게 펼쳐진 나무바닥이 눈에 띈다. 가장 높은 곳 모서리 난간에 서 보면 그야말로 하늘을 날고 있다는 느낌이 실감이 난다.

지하에는 홈시어터와 미니바를 합친 다용도 멀티미디어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위치는 지하지만 천장고를 2층 바닥까지 끌어올리고 한쪽 면을 유리벽으로 만들어 외부 정원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사실상 지상 3개층을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 역시 층간의 불연속성을 없애려는 건축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각 방들에는 대부분 화장실이 딸려 있으며 층마다 조리시설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처럼 각각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곳곳에 테라스와 외부로 직접 통하는 복도가 이어져 있어 여러 사람이 함께 있더라도 각자 공간의 가치를 넉넉히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서로의 삶 공유하는 공간 그래서 게스트하우스죠"

"공간의 가치는 결국 장소와 사건, 이야기가 만나면서 생기는 거죠."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을 설계한 건축가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 말이다.

건축이란 단순히 건물을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건물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상호작용까지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리븐델에 '게스트하우스'란 말이 붙은 이유가 여기 있다. 건축주 혼자만 살아가는 단독주택이 아니라 이 공간의 가치를 알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전용면적 800㎡가 넘는 교외 고가 주택을 지을 때 효율성 때문에 아파트랑 똑같이 짓는 것도 난센스 아니냐"며 "돈을 아끼거나 효율을 따지기보다는 멋진 집을 짓는 데 힘을 쏟고, 이런 멋진 공간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공유 방식으로 부담을 나누면 저렴한 비용에 자기가 원하는 공간에서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예를 들어 서로를 모르던 10명이 함께 집을 나누면 그만큼 새로운 관계와 이야기가 생겨나게 된다"며 "서로의 삶을 한 공간에서 간접적으로 나누면서 공간의 가치를 누리는 건 물론 자기 삶에 대한 발상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희수 대표는 홍익대를 졸업하고 2003년부터 이뎀도시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가천대 실내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탤런트 원빈의 집으로 유명한 강원도 정선 '42번가 루트하우스', 고소영 빌딩으로 알려진 서울 청담동 '테티스', 충남 태안 안면도 '모켄펜션' 등이 있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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