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친구의 나라 동티모르에 몹쓸 짓

구정은 기자 입력 2013. 12. 5. 21:55 수정 2013. 12. 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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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청사 지어주고 도청장치, 함께 개발하자며 자원 약탈동티모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 호주 "국익 위한 일"

"호주 같은 큰 나라가 이웃에, 친구인 나라에 할 만한 행동이 아니다. 충격적이다. 비생산적이고 비협조적인 짓이다."

동티모르의 사나나 구스마오 총리가 힘센 이웃 호주에 분통을 터뜨렸다. 건물을 지어준다며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해저 개발을 함께하자며 자원을 빼앗아가고, 국제법정에 제소하려 하자 증인을 가두고 변호인을 습격한 호주 정부의 행태 때문이다.

발단은 2004년의 협정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인도네시아에 점령당했던 동티모르가 독립한 지 2년이 됐을 때였다. 호주는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 정부청사를 지어주고, 낡은 건물들을 고쳐줬다. 동티모르는 '그레이터 선라이즈 해저 가스전'을 개발하기 위해 호주와 손을 잡았다. 주로 호주가 개발을 하고, 동티모르는 수익을 나눠갖기로 했다.

그런데 호주 비밀정보부가 딜리의 청사에 몰래 도청장비를 설치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동티모르 각료회의를 도청한 뒤 협상을 호주에 유리하게 끌고간 것이었다. ABC방송 등 호주 언론들에 따르면 당시 존 하워드 총리 정부가 자국 석유회사인 우드사이드를 위해 이런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동티모르 측은 이미 2006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 불공정한 협정이었다며 중재를 요청했다. 호주가 중재안을 거절하자 동티모르는 제소 준비를 시작했다. 얼마 전 호주 비밀정보부 전직 직원이 도청 사실을 동티모르 측에 전하면서 상황은 동티모르에 유리해지는 듯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 중의 하나인 동티모르의 자원을 빼앗으려 불법을 자행한 데 대해 호주 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일었다.

그러자 지난 3일 호주 검찰 수사관들이 도청 사실을 밝힌 비밀정보부 출신 내부고발자를 구금하고, 동티모르 측 변호를 맡은 호주 변호사 버나드 콜라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재판 자료를 빼앗아갔다. 구스마오 총리가 격앙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동티모르 측은 5일 호주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호주가 주변 섬나라들에 횡포를 부린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나우루 등지에 재정지원을 해준다며 난민들을 떠넘기고, 투발루와 키리바시 주민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기후난민이 되자 입국을 거부하고 외면했다. 최근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함께 인도네시아 정보를 도·감청한 사실이 드러나 외교마찰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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