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대신 집 사라'는 토끼몰이에 당하지 마라"

입력 2013. 11. 30. 18:37 수정 2013. 11. 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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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인구감소로 집 남아도는 미래 온다"

[미디어오늘 김병철 기자]"부동산 대세하락기는 시작됐다. '전세 대신 집 사라'는 토끼몰이에 당하지 마라"(선대인)

전세대란이 심각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든 전월세 수요를 매매로 전환하려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있다. 부동산 업계와 언론도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린다'는 집값 바닥론을 펼치며 매매 활성화에 앞장선다.

이같은 정부와 업계·언론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시장 살리기'의 정반대편에 있는 이가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이다. 선 소장이 이들의 치부와 욕망을 민낯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이 '부동산 폭락론자'라고 공격하는 선 소장이 4년만에 부동산 책 <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 을 냈다.

선 소장은 한국은 두 가지 부동산 전환기를 한꺼번에 통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부동산 대세하락기'다. 그는 "부동산 시장 사이클(10~20년)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이미 부동산 대세상승기에서 대세하락기로 접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수년 전부터 집값은 떨어지고 있으며, '부동산 바닥론'을 염원하는 업계의 반응이 선 소장의 주장을 반증한다.

두 번째는 '부동산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다. 선 소장은 "부동산 시장 사이클을 감안해면 '집이든 땅이든 사두면 언젠가는 오른다'라는 말이 결코 틀린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로 나타나는 '인구의 변화'다. 그는 "경제는 저상장기에 접어들었고 주택 수요 연령층(35~54세)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점점 주택을 살 연령층이 감소한다는 얘기다.

▲ 서울시 송파구 잠실의 한 공인중개소 ⓒ연합뉴스

지난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이 내놓은 두 번의 부동산 정책(4·1, 8·28)은 모두 '빚 내서 집 사라'로 요약할 수 있다. 취득세 인하, 저리의 장기 모기지 등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줄테니 전세 대신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것이다. 정책에서 매매를 늘려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정부의 간절함이 읽힌다.

선 소장은 "'서민 주거안정'이라고 포장했지만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주택가격을 떠받치겠다는 의지가 선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우스푸어, 렌트푸어를 위한 대책이라며 일반가계들을 걱정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급매물 출회를 방지하고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부동산업계와 언론은 두 대책이 나오자 '종합선물세트'라는 등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그 효과는 몇 개월을 가지 못했다. 선 소장은 "집 값 떠받치기' 기조의 정책은 결국 불과 몇 달간 가격 하락을 지연시키는 효과에 머물고, 대신 가계부채는 확실히 증가한다"며 결국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8·28 전월세 대책은 세입자에게 1%대의 초저금리 모기지 대출 삼품으로 제시하며 '빚내서 집 사라'고 유혹하는 꼴"이라며 "그만큼 정부 부양책도 더 이상 내놓을 게 없는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지만, 세수가 부족한 박근혜 정부는 직접적인 재정 지출을 통한 건설, 부동산 시장 떠받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선 소장은 앞서 말한 부동산 대세하락 흐름과 함께 '인구 충격'이 맞닿아 향후 주택 시장은 3단계에 걸쳐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향후 2~3년동안 사이클상 주택가격이 하락한 후, 3~4년간 쌓인 가계부채가 폭발해 극심한 경기 후퇴와 은행 충격 등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기간을 거치면서 집값은 더 떨어지고, 2010년 후반 이후엔 '인구폭탄'과 만성적 주택 공급 과잉 단계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선 소장의 예측은 정부는 물론 금융·부동산업계, 주택을 가진 국민 모두에게 끔찍한 미래다. 이때문에 정부와 업계는 연착륙을 해야 한다며 각종 부양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선 소장은 구조적으로 부동산 침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견착륙(堅着陸·firm landing)이 오히려 경제 충격을 덜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 소장은 "견착륙이라고 해서 부동산 거품을 공격적으로 꺼트리자는 것은 아니"라며 "바람이 가득 든 풍선을 쿡 찔러서 뻥 터뜨리기보다는 풍선의 바람 구멍을 열어 단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정부가 빨리 부실 부동산에 대한 정리 신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하우스푸어를 양산하지 않고, 이미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가계들이 미련을 버리고 손절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는 "정부가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과도한 빚 부담을 진 가계들이 어떤 식으로든 손을 털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대출 규제의 단계적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또한 선 소장은 새로운 주거 미래를 만들기 위해 △주택소비자와 임차인 지위 강화 △공공 임대주택 확대 △부동산 세제 개혁 등을 주문했다. 그는 "부동산시장 치유 과정에서 과도한 충격은 막아야 하지만, 치유 과정 자체를 가로막으면 종래는 더 위험해질 뿐"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선 소장은 10년 후 주택시장에서 펼쳐질 10대 현상을 꼽았다. ①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증가한다 ②부동산, 투자가 아닌 사용 중심으로 ③신축주택이냐 노후주택이냐가 가격 결정 ④아파트 시대 저물고 다유형 소량생산 시대로 ⑤중대형 수요는 급격히 줄 것이다 ⑥집이 남아도는 시대가 온다 ⑦거품이 꺼지면, 부동산에도 품질이 중요해진다 ⑧선분양제가 사라진다 ⑨자비 리모델링 급증과 공동화되는 수도권 외곽 신도시 ⑩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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