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준모의세계시선] 러 동쪽 관문.. 활짝 열린 블라디보스토크

2013. 11. 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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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블라디보스토크 한국 총영사관과 러시아 국립경제서비스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한·러 지식포럼'에 참석하느라 블라디보스토크를 다녀왔다. 포럼은 창조경제 시대를 위한 시스템 혁신, 문화교류, 공공외교, 언론·미디어 분야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이 어떻게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초겨울로 접어든 블라디보스토크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회의장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토론열기로 가득했다.

우리에게 블라디보스토크가 중요한 것은 우리 민족의 삶과 명운이 이 도시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엽 우리 조상은 카레이스키(고려인)의 이름으로 이 지역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일제 침략기에는 항일 독립운동 거점으로 이 도시를 활용했다. 이 도시는 우리에게 과거사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1990년 9월 한·소(러시아) 수교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는 초코파이, 가전제품, 섬유 등 우리 상품을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멀리 동유럽까지 실어 나르는 물류기지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제 이 도시는 유라시아를 '소통과 개방, 창조와 융합'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박근혜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푸틴정부의 극동·시베리아 개발정책을 연결하는 교차로로 부상하고 있다.

우준모 선문대 교수·국제 정치학

필자는 지난 20여년간 적지 않은 러시아의 도시와 지방을 다녔기에 '러시아적'인 현상에 비교적 익숙하다. 러시아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당혹스럽고 불합리한 상황에 직면할 때 체념하고 내뱉는 말이 있다. '에따 라시야.' 우리말로는 '이게 러시아야'라는 뜻이다. 공항 입출국 수속에서 제복을 입은 러시아 관리의 퉁명스러운 태도나 생트집을 경험할 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없이 모두가 너구리 사냥꾼처럼 담배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건물 복도나 지하도를 지나가야 할 때 등 '에따 라시야'의 소재는 너무도 다양하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변모한 블라디보스토크의 모습은 신선함을 넘어 놀라웠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극동지역 개발정책의 전초기지로서 청약 열풍에 휩싸인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세련미를 갖추어가고 있었다. 새로 지은 공항은 아담했지만 통유리를 사용해 탁 트인 활주로 전망이 가능했고 제반 시설도 깔끔하고 쾌적했다. 입출국 수속은 자연스럽고 빨랐으며, 공항 직원은 친절한 미소로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했다. 특히 경이로운 것은 공항, 대학, 호텔, 상가, 지하도, 심지어 카페에서도 실내 흡연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흡연에 관대하기로 유명했던 러시아에서 이제 실내 금연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 중에 본 건물, 다리, 도로, 철로 등 도시 인프라와 미관, 그리고 사람까지 모두 동북아 지역 협력과 발전을 견인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지금 새롭게 단장한 블라디보스토크가 한반도를 향해 초대의 몸짓을 보내고 있다. 마침 한·러 양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사증(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하고 내년과 내후년을 상호방문의 해로 선포했다. 러시아의 동쪽 관문 블라디보스토크가 더욱 가까워진 이유다.

우준모 선문대 교수·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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