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해외카지노 자본 한국 베팅.. 정부는 패만 만지작 만지작







국제 카지노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셸던 아델슨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 회장이 올해 2월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에 카지노 설립 허가가 나면 단독으로 40억~60억달러(약 4조3,000억~약 6조5,000억원)를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전제를 붙였다.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오픈 카지노'여야 한다는 거였다.
미국 등에서 53곳의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시저스엔터테인먼트의 스티븐 타이트 국제개발담당 사장도 4월 내한했다. 그는 중국계 리포그룹과 인천 영종도에 2조2,250억원을 투자,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외국인 전용카지노다.
외국 카지노 자본이 한국 시장 베팅을 준비하고 있다. 샌즈처럼 대규모 투자 가능성을 흘리며 카지노 시장을 활짝 열라고 요구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시저스처럼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쪽도 있다.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시장 진출을 꾀하는 외국 자본과 달리 카지노 허가권을 쥔 한국 정부는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외국 자본의 카지노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사전심사제'를 도입했다가 비판이 일자 법개정을 추진하는가 하면 외자 유치를 위해 카지노 허가를 미끼로 넣은 각종 특별법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해외 카지노 자본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우선 중국과 가까운 입지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인들이 한 해 해외 카지노에서 쓰는 돈이 1,000억달러(약 1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한국인 출입이 허용되면 카지노가 낳을 수 있는 황금알은 몇 배로 커지게 된다. 샌즈가 오픈 카지노를 조건으로 시저스의 몇 배에 달하는 투자를 공언한 이유는 그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외자 유치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카지노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조성해 MICE(회의ㆍ보상관광ㆍ컨벤션ㆍ전시회)산업을 키우면 막대한 생산 및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은 싱가포르를 예로 든다. 싱가포르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06년 미국 샌즈와 말레이시아 겐팅인터내셔널을 오픈 카지노 사업자로 선정했다. 2010년 문을 연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월드센토사는 2011년 59억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싱가포르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09년 900만명에서 지난해에는 1,440만명으로 증가했다. MICE산업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혜진 이화여대 교수는 "카지노만 열자는 게 아니다. 호텔 회의시설 공연장 등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리조트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5%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지노가 핵심임은 분명하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의 경우 전체 시설의 3%에 불과한 카지노가 수익의 80%를 낸다. 아시아 각국의 카지노 경쟁도 국내 카지노 개방론을 뒷받침한다. 마카오는 이미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로 부상했고, 카지노를 엄격히 금지했던 일본도 2020년 도쿄 올림픽 전 개장을 목표로 카지노 합법화를 준비하고 있다.
카지노 사업은 막대한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업계 로비와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4년 관광진흥법에 따라 신규 외국인 카지노를 허가할 때 특혜시비를 없애기 위해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즈(GKL)에만 사업권을 줬다. 10년 만에 이번에는 외국 자본이 카지노 진출을 추진하자 논란도 더 뜨거워질 조짐이다. 권영기 한국카지노협회 사무국장은 "외국 자본을 대상으로 카지노 허가를 하겠다는 것은 국내 자본에 대한 차별이다. 단기적으로는 외자 유치를 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부 유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신성 전국도박피해자모임 사무국장은 "지금은 외국인 카지노를 하겠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만약 영종도에 오픈 카지노가 서면 서울의 3곳도 내국인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할 것이다. 수도권에 오픈카지노가 생기면 도박 중독 등 사회적 폐해는 강원랜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 전망과 대책 없이 사안에 끌려가는 형국이다. 관광진흥법상 카지노 허가권은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있다. 외국인 카지노 허가 공고가 나면 국내 자본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부 관계자는 "관광진흥법에 따른 신규 카지노 허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저스 등이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추진하는 법적 근거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경자법)이다. 2007년 개정된 경자법은 외국인 투자 금액이 5억달러(3억달러 선투자) 이상이면 카지노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카지노 허가 보장도 없이 3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발이 일자 정부는 지난해 9월 시행령을 바꿔 5,000만달러만 납입하면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민원신청 방식의 사전심사제를 도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카지노 난립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9월 카지노 심사를 공모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의 경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카지노 허가 조항은 경자법뿐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법과 새만금특별법에도 있다. 5억달러 이상만 투자하면 외국인 카지노를 허가할 수 있게 해둔 것이다. 또 기업도시특별법은 5,000억원 이상 투자를 조건으로 외국인 카지노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경자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새만금법은 건설교통부 등으로 관할 부처도 다르고, 제주특별자치도법은 카지노 허가권까지 문화부장관에서 제주도지사에게 이양했다.
그러다 보니 광역자치단체도 카지노 유치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인천은 영종도에 카지노를 건설을 추진 중이고 충북은 청원군 오송경제자유구역에 카지노 유치를 검토하고 있고, 이달에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는 크루즈산업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례는 카지노 허가의 무분별한 요구와 난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며 "결국 종합적인 국내 카지노 산업정책 추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카지노를 둘러싼 논란을 줄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려면 정부가 조각조각 나 있는 관련법을 통합하고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원석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가 통합기구를 만들어 오픈 카지노 문제를 포함해 토론할 것은 토론하고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카지노는 사행산업이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다소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움직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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