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은퇴] 왼쪽서 그가 찍어 온 프로 13년의 발자취를 더듬다
(베스트 일레븐)
차범근·최순호·황선홍·홍명보 ….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레전드라고 부를 만한 주옥 같은 이름들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전설이 아로새겨지려 한다. 바로 한국 국가대표팀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던 이영표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무대에서 활약해 온 '초롱이' 이영표(36)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영표의 소속 구단인 밴쿠버 화이트캡스는 23일(한국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이영표가 이번 시즌이 끝나면서 은퇴의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영표는 2000년 K리그 안양 치타스(당시)에 입단한 이후 프로 선수 생활 13년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이영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언터처블' 레프트백이었다. '부동'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어울릴 정도로 대표팀 왼쪽 수비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앞서 언급한 레전드들도 이영표처럼 한자리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뿜진 못했다. 1999년 태극마크를 달아 2011년 은퇴할 때까지 대표팀의 왼쪽 후방은 이영표를 위해 남겨진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77년에 강원도 홍천서 태어난 이영표는 학창 시절을 안양에서 보냈다. 안양초등학교- 안양중학교- 안양공고를 거쳤다. 건국대학교 졸업 후 이영표는 역시 안양을 연고로 한 LG 치타스에 입단했다. 안양은 이영표가 기초를 닦는 텃밭이 됐다. 이영표는 안양 입단 첫해 팀을 K리그 우승, 2001년 K리그 준우승, 2002년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이끌며 K리그 최고 풀백으로 성장했다. 이에 앞서 1999년 6월 코리아컵 멕시코전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2002년은 이영표 인생 최고의 한 해였다. 2002 한·일 월드컵 조별 라운드 마지막 포르투갈전, 16강 이탈리아전서 각각 박지성과 안정환의 골을 도우며 4강 신화를 이끈 이영표는 당시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2003년 1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PSV 에인트호번에 진출했다. 이영표는 낯선 팀에서 적응기 없이 초반부터 좋은 활약을 펼치며 6개월 임대에서 완전 영입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로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풀백으로 성장했다. 특히 2004-2005시즌엔 팀 동료 박지성과 함께 한국 선수 최초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이란 신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영표는 PSV 에인트호번에서 펼친 활약에 힘입어 유럽 빅 리그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2005년 8월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튼햄 핫스퍼를 택했고, 이적 후 두 시즌간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2006년 이탈리아의 명문 AS 로마의 제의를 받았고 합의가 끝난 상황서 개인적 이유로 막판에 이적 거부를 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7-2008시즌은 이영표에겐 시련의 한해였다. 이영표를 영입한 마틴 욜 감독이 떠나고 전 세비야 사령탑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시기였다. 라모스 감독은 가레스 베일, 앨런 허튼, 크리스 건터, 지우베르투 등의 풀백 요원들을 줄영입했고, 점차 기회를 잡지 못한 이영표는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시즌 종료 후 친정 팀 PSV 에인트호번 복귀설이 대두됐던 이영표는 2008년 8월에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서 새 도전에 나섰다. 이적 후에도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2008-2909시즌 중반 부상을 입은 뒤 기존 주전 데데가 부상서 복귀하면서 점차 기회를 잡지 못했고 리그 막바지엔 거의 경기에 뛰지 못했다.
그렇지만 대표팀 입지는 여전히 확고했다. 2008년 11월에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사우디아라비아전서 A매치 1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또 한국 선수들 중 일곱 번째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이후 이영표는 2009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로 이적했다. 이적 후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2010 남아공 월드컵 4경기를 모두 뛰며 풀백으로서 능력을 아낌없이 보였다. 2011년 알 힐랄 경력을 마감했다.
이즈음 K리그 여름 이적 시장서 친정 팀 FC 서울이 복귀를 요청했지만 은퇴 후 스포츠 비즈니스와 행정 쪽으로 진로를 고심한 까닭에 서울의 제의를 거절하고 2011년부터 MLS의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활약했다.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은 국가대표 이영표를 볼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 이 대회를 통해 A매치 127회라는 역대 A대표팀 세 번째 발자취를 찍으며 아름답게 정상에서 내려왔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사진=ⓒgettyImages멀티비츠(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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