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CEO와 무속'.. 소설가 김영하, 미국 신문에 기명칼럼
소설가 김영하씨(44·사진)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무속인에게 경영상의 주요한 조언을 구하는 한국 재벌의 이상한 풍습을 꼬집었다. 한국 현실에 대한 풍자인 동시에, '첨단 자본주의와 전근대적 풍속이 공존한다'는 서구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 영합하는 글이란 양면성을 띤다.
최근 뉴욕타임스 객원 칼럼니스트가 된 김씨는 20일(현지시간)자에 '최고경영자가 무속을 끌어안을 때'라는 첫 칼럼을 실었다.
그는 지난달 횡령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SK해운 김원홍 전 고문의 관계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은 김 전 고문이 최 회장의 점쟁이였다고 믿는다.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영자가 점쟁이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것이 부조리해 보이지만, 한국인들은 오랜 시간 무속에 친숙했다"고 적었다.
김씨는 "아버지 최종현 회장이 별세해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1998년, 최태원 회장은 상속세를 내기 힘들 정도로 현금 유동성이 부족했다. 이때 선대와 인연을 맺은 김 전 고문이 최 회장의 개인 자산을 투자해 3배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을 '예언자'로 여겨 의지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다른 그룹의 예도 들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동생인 고 정몽헌씨와 회사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일 때, 정 회장 역시 점쟁이를 찾았다고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풍수를 믿었고 직원 면접장에 관상가를 동반했다고 전해진다' 'LG그룹 역시 건물을 신축할 때 풍수를 따진다는 소문이 있다' 등의 내용이다.
자신의 경험도 털어놓았다. 대학 졸업 직후 점쟁이를 찾았는데 점쟁이가 "말과 글로 먹고살 것"이라고 했으며, 결국 실현됐다는 내용이다. 김씨의 칼럼은 한 달에 한 차례 게재된다.
<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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