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인터뷰]일반인으로 돌아간 김재훈-이재호가 전하는 은퇴 후의 근황
MBC게임의 추억부터 소소한 개인 생활을 즐기는 두 사람.
최근에 개인 블로그와 방송을 하고 있는 이재호(오른쪽)와 김재훈.지난 프로리그가 끝이 나고 e스포츠계에는 큰 혼란이 찾아왔다. '혁명가' 김택용부터 '올마이티' 허영무까지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이들이 모두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더불어 김재훈과 이재호 역시 오랜 프로게이머 생활을 뒤로하고 은퇴 릴레이에 동참했다.

이들의 은퇴에 팬들이 큰 아쉬움을 표한 것은 딱 하나다. 많은 팬들은 "여전히 잘하는데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김재훈은 꼴찌가 유력했던 진에어(전 제8게임단)를 이끌었다. 마찬가지로 이재호도 웅진이 정규시즌 1위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노준규(SK텔레콤)를 비롯해 웅진의 많은 이들이 인터뷰를 통해 "도움을 준 이재호에게 고맙다"라고 표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음 시즌을 기대하는 팬들과 달리 두 사람은 프로게이머의 길을 멈췄다. 이제는 프로게이머가 아닌 일반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익숙하지 않은 생활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이재호와 김재훈. 그들을 만나 근황을 들어보기로 했다.
- 은퇴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요.▶ 이재호=휴가 받은 기간 동안 집에서 2주 정도 쉬고 나서 서울에서 살 집을 알아 봤어요. 집을 구한 뒤에 며칠은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 없나 찾아 봤어요. 최근에 카페 같은 곳에 들어가서 일을 배우고 있어요. 일을 하면서 스타1 블로그도 관리하고 있죠. 아직 얼마 되지 않아서 뭘 할지 더 생각하고 있어요.▶ 김재훈=저는 아프리카 방송을 하면서 지내고 있고, 다른 것은 일절 안하고 오로지 방송에만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스타2를 연습했던 시간만큼이나 방송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굳이 스타1만 다루는 이유가 따로 있어요?▶ 이재호=스타2를 하면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스타1을 하고 싶어요. 스타2가 재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현실적으로 스타2는 고사양 게임이다 보니 컴퓨터를 따로 구입을 해야 해요. 또 스타2를 올린다고 해서 많이 볼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팬들은 매번 재미없다고 스타2를 욕하잖아요.▶ 김재훈=스타2는 스타1에 비해 인기가 없잖아요(웃음). 방송을 하기에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고, 스타2에서 열심히 하다가 그만두게 됐으니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만약 후회가 남았다면 은퇴를 하지도 않았겠죠. 사실 방송을 하기 전에는 스타1이 아직도 이렇게 인기가 많은 줄 몰랐어요.이재호=(고)석현이 형은 스타2를 방송을 하는데, 별로 보지 않더라고요(웃음).
- 여전히 스타1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나 봐요.▶ 이재호=빌드 같은 부분들이 생각은 잘 나지 않는데, 이상하게 손은 기억을 하더라고요.▶ 김재훈=오(웃음). 확실히 재미있기는 해요. 저는 (이)재호랑 다르게 스타1을 해보니까 정말 어렵더라고요. 스타2만 했으니 적응도 안되고요. 세세한 부분들도 다 불편했고, 키보드를 작은 것만 쓰다가 큰 걸로 바꾸니 적응이 어렵던데요(웃음).

옛날 실력이요? 글쎄요. 좀 힘들지 않을까요.- 그럼 개인방송을 하면서 스타1 리그에 대한 관심도 생겼을 것 같아요.▶ 이재호=섭외는 왔었는데, 그냥 안 한다고 했어요. 나가서 몇 판 이긴다고 해서 그만큼 기분이 좋을지도 모르겠고, 예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때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하고 싶지 않아요. 전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시합을 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즐길 수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요.▶ 김재훈=저는 BJ로 활동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나가게 되더라고요. BJ를 하면서 느꼈는데, 참가하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이 돼있어요.
- 만약 참가를 하면 옛날 실력은 나올 것 같아요?▶ 이재호=아니죠(웃음). 지금은 예전처럼 못하잖아요. 스타2도 마찬가지에요. 집에서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당연히 뒤처질 수 밖에 없죠. 팀에서 여럿이서 같이 경쟁을 하면 모르겠는데, 혼자 하면 쉬고 싶기도 하고 연습할 상대도 부족하니까 옛날 실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팬들이 찾기에는 무척이나 힘들었던 신도림 인텔 e스타디움.- 그런데 팬들은 아프리카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잖아요. 꼭 했어야 하는지도 궁금해요.▶ 김재훈=이미 같이 생활을 했던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봤기 때문에 걱정은 없었어요. 나쁜 부분보다 재미있다는 말들이 많았어요. 특정 인물들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 된 것이지 조용히 본인의 만족을 채우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방송들도 많아요.
- 조금 아쉬운 것은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스타2에 대해 부정적인 소리가 많이 나올까 걱정이에요.▶ 이재호=사실 스타1도 막바지에는 관중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였어요. 이후 스타2로 진행할 때는 별로 없었고요. 그래서 꼭 저희들 때문에 망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스타2 프로리그가 국내에서 흥행을 해야 했는데, 팬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고 저희도 의욕이 생기지 않았어요. 스타2 자체에 대한 재미는 충분히 있었지만 팬들의 응원을 보면서 기운을 받아야 할 프로게이머가 조용한 곳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은 고역이잖아요. 물론 집에서 보시는 팬들은 그렇게 텅 빈 관중석을 보면서 망했다고 말을 하는 것 같아요.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해외에 직접 가서 본 적이 없으니 더 그렇게 말을 하는 거겠죠.▶ 김재훈=스타1보다 인기가 없어서 그런 말들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선수생활을 할 때는 그런 반응들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재미를 떠나서 스타2가 스타1에 비해 감동은 없어요. 보는 사람들이 게임을 읽기 힘들 정도로 전투가 빨리 끝나요. 막상 적응을 하면 스타1보다 쉬운 게 스타2거든요? 그런데 팬들이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내기가 무척이나 힘들어요.
- 스타1은 게임과 일이라는 개념이었다면 스타2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재호= 프로게이머 생활을 오래 했으니까 계약된 부분도 있었고, 둘 다 재미있게 했죠. 물론 처음에는 잘 모를 때는 재미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도 점차 알아가는 재미 때문에 스타2에 흥미를 가지게 만들었죠. 그런데 대회에서는 관중도 적고, 배틀넷에서도 혼자 하는 느낌이 강했어요. 스타1은 채널에도 사람이 많아서 채팅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스타2는 혼자 하면 심심하다는 느낌이 많았어요.▶ 김재훈=프로게이머 모두 같은 마음일 거예요. 스타1도 스타2도 똑같이 의무적인 일이라고는 생각했죠. 스타2로 전환된 시점에서 확실히 잘해볼 생각은 있었어요. 스타2는 제가 잘하기도 했으니까 욕심이 많았죠. 그러다 주변 환경에 지쳤어요. 팬들의 재미없다는 반응은 한 귀로 듣고 흘렸는데, 시즌이 종료될 무렵에 자꾸 이상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집중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어요.

다른 에이스들에게 밀리지 않았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예민한 부분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팬들은 여전히 은퇴 이유를 듣고 싶어해요.▶ 이재호=계약과 관련해서 의문이 들었어요. 성과를 내도 예전 같은 분위기가 아니잖아요. 회사 사정도 좋지 않다 보니까 다 고려했을 때, 제가 남아서 또 1년 동안 다시 할 자신이 없었어요.▶ 김재훈=저는 흥미를 잃어서 그만뒀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어요. 이 부분까지는 말씀 드리기가 힘들겠네요(웃음).
- 두 사람의 은퇴가 안타까웠던 것은 스타2에서 절대 못하지 않았거든요. 충분히 좋은 성적도 기대할 수도 있었는데요.▶ 이재호=저는 잘했다고 생각은 하지 않아요. 더 많이 출전했다면 승수가 쌓였겠지만,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저 출전하는 동생들이 이길 수 있게 도움을 준 정도에요.▶ 김재훈=솔직히 저는 다른 팀 에이스들에게 안 밀린다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개인리그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요(웃음).
- 은퇴를 하면서 MBC 게임에서 같이 활동했던 선수들이 생각날 것 같아요. 이제 대부분이 프로게이머를 관뒀잖아요.▶ 이재호=말하기가 조금 애매하네요. 같은 팀에서 지냈지만, 공통된 관심사가 다르니까 잘 어울리는 멤버들이 있었죠. 저는 (고)석현이 형이나 (김)재훈이랑은 유독 친했어요.▶ 김재훈=다 잘 지내요. 한번은 (염)보성이가 MBC게임 멤버들끼리 모여서 SK텔레콤 멤버들과 하자고 했었는데,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연락을 주고 받아요. 그리고 (민)찬기나 (장)민철이한테 같이 살자고 제안 받기도 했어요.▶ 이재호=찬기랑 같이 살면 엄청 싸울 걸.▶ 김재훈=말도 하지마. 상상되니까(웃음).

이들에게도 큰 추억이 담긴 MBC게임 룩스 히어로 센터.- 그런데 이렇게 오래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 일반적인 패턴의 생활에는 적응하기 힘들지 않아요? 뭘 해야 하고 그런 것들이 고민이 될 것 같은데.▶ 이재호=원래 밥 먹고 연습 하던 시간이 지금은 온전히 제 시간이다 보니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죠.▶ 김재훈=저는 여전히 아침 8시 30분쯤에 일어나요. 오히려 더 부지런하게 생활을 해요. 대신에 청소는 잘 안 해요(웃음).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또 좋은 점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는 언제든 만날 수 있으니까 편해요. 일산에 있을 때는 좀 갇혀 있었잖아요. 아, 오해할 수도 있겠다. 위치가 별로 좋지 못했다는 이야기에요.
- 동생들을 뒤로 하고 숙소에서 나올 때는 좀 아쉽지 않았어요?▶ 김재훈=그런 것들을 떠나서 제가 봤을 때는 선수들이 너무 불쌍해요. 시장 크기도 예전 같지 않은데 새벽 2시까지 연습을 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것 같아요. 모든 팀들이 선수들에게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 동생들이 결승에 가면 현장에 와서 응원도 좀 해주고 그러겠네요?▶ 이재호=전 절대 안 가죠(웃음).▶ 김재훈=재호는 막말로 저 같은 선수들이 결승에 올라서 뭐라고 해야 올걸요.▶ 이재호=그럴 가능성이 없잖아(웃음).
- 아니면 코치 같은 직업도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어요? 둘이 함께 코치를 한다던가.▶ 이재호=전혀요(웃음).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하루 종일 선수들을 봐줘야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거든요.▶ 김재훈=아마 저희 둘이 코치를 하면 엄청 싸울걸요. 재호가 예전에 같이하면 재미있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는데, 절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어요(웃음).▶ 이재호=내가 너랑 같이 하자고 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김재훈=아닌가(웃음).
-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MBC게임이 해체 됐을 때, 그 당시에도 은퇴를 할 수 있었잖아요.▶ 김재훈=저는 웅진에 가고 싶었어요. 이재균 감독님과 얘기를 해서 웅진을 가는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제8게임단을 가게 됐다는 거예요. 어쨌든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으니 들어갔죠. 그런데 애들이 너무 못하는 거예요. 프로리그만 나갔다 하면 선수들이 다 지니까 정말 속상했죠.▶ 이재호=저는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서요(웃음). 그냥 있던 팀에서 계속 있고 싶었어요. 웅진이 당시에 성적이 최하위였는데, 결과적으론 제가 팀을 옮기면서 MBC게임이 뒤처졌고 웅진이 올라갔죠.▶ 김재훈=잘난 척이라고 들을 수 있는데, 진짜 재호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컸어요. 저에게도 재호는 반드시 필요했어요. 재호가 있으면 상대팀에서 저그를 못 냈어요. 저는 테란전과 프로토스전을 잘했는데, 재호가 없으니 저그들이 막 나오는 거예요. 결국 MBC게임이 3등에서 8등으로 떨어졌죠.▶ 이재호=9등까지 떨어졌었어. 내가 봤어.▶ 김재훈=그래도 웅진한테는 두 번 다 이겼어요(웃음).

개인방송? 알고 보면 정말 순수한 의도, 모두의 인식이 바뀌길 바라는 김재훈.- 스타2가 왜 자리를 잡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고민했던 적이 많았을 것 같아요.▶ 이재호=게임자체가 어렵지는 않아요. 그런데 게임을 접하는 과정이 어렵고, 커뮤니티 형성이 잘 안되다 보니 사람이 부족했죠. 처음에는 리그 규모도 컸는데, 그 당시에 방송사와 블리자드 사이에 문제가 있다 보니까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점점 커져야 하는데 매니아 게임이 돼버린 셈이죠. LOL 같은 경우는 외국에서부터 입소문을 타고 방송을 해주면서 자리를 잡았잖아요. 그런데 스타2는 방송을 하냐, 안 하냐로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더욱 자리를 잡지 못했죠.▶ 김재훈=제가 봤을 때도 그런 것 같아요.▶ 이재호=그러다 시장이 작아지면서 정리해고 하듯이 선수들을 잘라 냈죠. e스포츠가 야구나 축구처럼 시장 규모가 큰 게 아니니까 어쩔 수 없기는 해요. 다른 스포츠들은 일단 돈을 내잖아요. 그래서 여러 인프라가 구축이 돼 있는 건데, e스포츠는 그게 아니니까 안타까워요.
- 다들 앞으로의 계획은 군입대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많은 팬들이 보기 때문에 하는 말 같아요.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싶어요.▶ 이재호=저는 해보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아요. 군입대를 하기 전까지는 블로그 운영을 계속 하고 싶어요. 그리고 요리나 수영 같은 것들을 배워보고 싶어요. 전역하고 나서는 커뮤니티 같은 것들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요새는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접근하는 사람수가 많을수록 그런 쪽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맨 처음에는 블로그에 대해 생각도 안 해봤는데, 이재균 감독님이 블로그 같은 것을 해보라고 해서 마음 한 켠에 담아뒀다가 남는 시간에 해봤어요. 하고 싶은 거랑 해야 될 게 있잖아요. 영어는 해야 될 것 같은 것이었고, 하고 싶은 것은 수영과 블로그 같은 것들이죠.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이것저것 썼었어요. 그런데 파워 블로거들을 보니 한가지씩 테마가 있더라고요. 제가 아는 게 뭐가 있겠어요. 전문적으로 했던 것이 이것 밖에 없으니까 스타1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반응들이 괜찮더라고요. 지금은 영상 같은 것들도 업로드 하고 있어요. 일주일 정도 됐는데, 1만 5천명 정도 찾아주셨어요.▶ 김재훈=저는 여전히 후배 선수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e스포츠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에 대한 처우와 배려가 따라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프리카 방송을 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작했는데도 구경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 드려요. 꼭 제 방송이 아니더라도 유명 선수들 모두 방송을 하니까 오셔서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진행도 잘 하고 재미있으니까 나쁜 시선으로 보시지 마시고, 한번만 보신다면 인식을 바꾸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손창식 기자 safe@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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