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재명]장군의 칼, 삼정검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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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2년(임인년·壬寅年) 중종은 사인검(四寅劍) 제작을 명한다. 사인검은 12간지 중 호랑이를 뜻하는 인(寅)이 네 번 겹칠 때 만든 칼이다.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만들면 네 마리 호랑이가 재앙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당시 사헌부는 제작에 반대했다. 가뜩이나 흉년이 들었는데 쓸데없는 물건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느냐 직언한 것이다. 중종은 명을 거둬들였다.
▷현재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한 '별'들에게 대통령이 수여하는 삼정검(三精劍)은 사인검을 본뜬 것이다. 삼정(三精)은 육해공 3군이 호국 통일 번영이라는 세 가지 정신을 달성하라는 의미다. 길이 100cm, 무게 2.5kg인 삼정검의 칼자루에는 태극문양이, 칼집에는 대통령 휘장과 무궁화가 조각돼 있다. 칼날의 한 면에는 '산천의 악한 것을 베어내 바르게 하라'는 뜻의 글이, 다른 면에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인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장군 진급자에게 삼정검을 주기 시작한 것은 전두환 대통령 때인 1983년이다. 당시에는 칼날이 양날(검·劍)이 아니라 외날(도·刀)이어서 이름도 삼정도였다. 삼정도가 서양식 칼과 흡사하다고 해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때 양날로 바꿨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삼정검 수여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5공 정권이 군부에 충성하라고 만든 권위주의 산물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거꾸로 대통령이 퇴임 직전 군으로부터 삼정검을 선물 받는 관례가 생겼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고나 할까.
▷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최윤희 신임 합참의장의 삼정검에 수치를 달아줬다. 수치는 진급이나 보직 변경 시 칼자루에 묶어주는 끈으로 임명자의 계급과 이름 등이 수로 새겨져 있다. 3군을 통솔하는 합참의장직에 해군 출신이 임명된 것은 최 의장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최 의장이 육군 중심의 한국군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고 우려한다. 최 의장은 삼정검의 의미를 어느 때보다 깊이 새겨야 할 것 같다.
이재명 논설위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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