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의 따뜻한 축구] 나는 배성재 차두리가 버겁다!

조회수 2013. 10. 18. 20: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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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안에 내려가 말리전을 중계하고 새벽에야 돌아왔는데 아침부터 핸드폰이 시끄럽다.

워밍업도 없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콧물을 훌쩍거리면서 힘들게 중계를 하고 왔으니 아침 늦게까지 푹 자야하는게 당연한데도 수요일 아침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성재가 연애를 한단다.

배성재 아나운서가 연애를 하는데 왜아침부터 꿀잠자는 나한테 축하전화를 해대는 건지.

두리엄마더러 아침부터 우리집을 소란스럽게 만든 성재한테 문자좀 보내보라고 했다.

간단하게 한문장.

' 너 스타냐?'

하하하.

그럼.

지가 스타는 아니지.

사진설명: 돈 만 원에 울고 웃는 우리 중계팀, 배성재 아나운서와 김찬헌 PD, 그리고 두리 엄마.

'트위터로 해명했어요.

왜 감독님이랑 중계한 다음날 전화통에 불이 날까요. ㅋ

울산 다녀오던 날은 박지성땜에 괴롭더니 이제는 솔로의 옛날 상처를 건드리는 먼지털이 기사 ㅋㅋㅋ

ㅋㅋㅋ

솔로입니다!!!

안사귑니다--!!!

ㅋㅋㅋㅋ

ㅠㅠ'

맞다 지난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날에도 지성이 여자친구를 성재가 소개했던 덕에 나까지 요란스럽게 전화를 받았었지.

이렇게 강하게 부정을 하는걸 보니 안사귀는게 맞는 것 같은데....

박선영 아나운서라고 했나?

홍대앞에서 우리 중계팀이랑 함께 된장 먹었던 그 키가 큰 아나운서인가 보군.

그런데 박선영 아나운서는 왜 우리 성재의 대쉬를 거절했을까?

배성재 진짜 괜찮은데. 거 참 섭섭하네

가끔씩 맨붕이니 치맥이니 하면서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을 해서 나를 버벅거리게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훈남들과는 거리가 먼 우리 중계팀에서 확실한 비쥬얼 담당인데.

성재야, 너의 열애,

내가 기대를 조금은 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접어야 하는 것인지 문자로 알려주라.

꼭 알려주라.

ㅋㅋㅋ

2.

내가 버거운 또하나의 30대는 차두리.

우리집에서 엄마를 욱!하게 만들면 가족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다.

우리가 누려야하는 가정의 평화를 깨기때문이다.

나나 막네 세찌와는 달리 그간 두리는 가장 모범적인 가정생활을 했다.

쉽게 말해 두리땜에 엄마가 욱!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부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차두리는 우리가족 모두의 적이다.

두리가 FC 서울에 와서 첫 경기를 한 날부터 우리집은 난리가 났다.

양쪽 팔뚝에 문신을 잔뜩한 사진을 처음 본 것이다.

우리 가족은 아무도 몰랐다.

본인 말로는 너무 힘들어서 무슨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못견딜 것 같아서..라고 했는데 그 정도 이유로 용서 받기는 힘들다.

물론 축구를 접고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있었으니까 사람들 앞에서 짧은 유니폼을 입게될거라는 생각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축구는 그렇게 쉽게 포기되는 일이 아니지.

온가족이 알게된 그날 이후 차두리는 한달동안 자기 방이 있는 윗층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명령했다.

엄마한테 밥도 못얻어 먹었다.

그리고 한달 후에 내려진 벌이 아래층으로 내려올때는 반드시 긴팔을 입고 절대로 문신이 보이지 읺게 하라는 것이었다.

올여름은 더웠다.

기록적일만큼 더웠다.

서울에서 제일 시원한 동네가 평창동이라고는 하지만 여기도 점심시간 즈음에는 무섭게 더웠다.

우리집에서는 점심메뉴로 마당에서 딴 호박을 썰어넣고 떠주는 수제비를 자주 먹는다.

두리가 좋아하는 메뉴도 칼국수 수제비다.

아무리 맛있는 수제비라도 긴팔을 입고 그걸 먹을래면 땀은 비처럼 쏟아진다.

어쩌겠어. 지가 잘못한건데, ㅠㅠ

티비로 경기를 보다가 카메라가 두리를 가까이 잡으면 알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죄스러운지 모른다.

문신이 가득한 팔뚝을 보는 내가 이렇게 불편하고 고약한 기분일 때 두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속의 심경은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정말로 민망하고 미안하다.

베컴이 문제다 베컴이.

파리 상제르망에 입단한 베컴의 유니폼 판매가 시작되던날,

월드컵을 두번씩이나 다녀온 국가대표선수 차두리는 파리까지 가서 길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그걸 사가지고 올 정도로 베컴을 좋아하니 베컴이 하고다니는 문신도 멋져보였을까?

그래도 그럴 나이는 훨씬 지났는데.

차두리 타협하자.

이제 절대로 경기장에서 짧은 팔은 입지마라.

제발 부탁이다.

어휴.......!

사진설명2: 차두리는 '긴 팔'을 입어야 한다

< 안내 > 차범근의 따뜻한 축구는 차범근 감독이 네티즌들께 직접 전하는 축구-가족 그리고 인생 이야기입니다.

18일 정식 오픈 예정이며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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