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이야기]정글러 '클템' 이현우가 전하는 마지막 인사

2013. 10. 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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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부터 팀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까지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가 지난 14일, 갑작스러운 은퇴 사실을 알려 왔다. 바로 전날 진행된 팬미팅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던 이현우이기에 팬들의 아쉬움 또한 컸다. MiG 프로스트를 거쳐 아주부, CJ 엔투스 소속의 정글러로 활동한 이현우는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선수 중 한 명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시작으로 아주부 LOL 더 챔피언스 서머 우승을 거머쥔 이현우는 롤드컵 시즌2에서도 2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현우는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바로 전 시즌이었던 핫식스 LOL 챔피언스 서머에서도 4강에 들었지만, 사실은 이미 은퇴를 결심한 후였다. 직접 이현우를 만나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경위부터 마지막으로 팀원들에게 전하는 말까지, 모든 이야기를 들어 봤다.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에 팬들의 상심이 큰데요. 인사부터 간단히 전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얼마 전까지 CJ 프로스트 팀의 정글러였던 '클템' 이현우입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생각보다 빨리 다시 뵙게 됐네요(웃음)."

"바로 얼마 전에 열린 팬미팅까지 모습을 드러내서 한 시즌 더 활동하길 기다렸던 팬들이 많은 것 같아요."

"팬 분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항상 감사 드린다는 말 밖에 못하겠어요. 창의적인 답변을 드리고 싶어도 너무 고마운 마음뿐이에요. 늘 기억 해주시고 챙겨 주시잖아요. 팬들이 아쉬워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설령 빈말이라 할지라도 기분이 좋네요."

여전히 군더더기 없는 말솜씨와 밝은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아쉽게도 LOL 월드 챔피언십 시즌3 한국대표 선발전이 마지막 경기가 됐지만 어느 정도 예정된 미래였다.

"서머 시즌에 들어가기 전부터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우승 하고, 롤드컵도 나간 뒤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게 좌절되면서 슬프고 힘들었어요. 정말 한 번만 더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윈터 한 시즌을 더 뛴다는 개념이 아니라, 할 거면 1년 동안 더 선수 생활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미 은퇴가 정해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롤드컵에서 선수들이 플레이 하는 걸 보니까 나도 다시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팬미팅에서 다시 선보인 '포킹 리신' 코스프레롤드컵에서 객원 해설로 참여한 이현우는 명쾌하면서도 위트 있는 해설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참가할 수 있었던 롤드컵 무대에 서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외국 팬 분들을 보면 굉장히 재미있어요. 낯가림이 없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해요. 아직도 저를 기억해 주시고 계시는 팬 분들도 많으세요. 기분도 좋았죠. 이 무대에 서고 싶었기 때문에 씁쓸한 마음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보시는 분들이라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최대한 재미있게 해설하려고 했어요."

롤드컵 해설을 하면서 '포킹 리신' 코스프레를 선보이기도 했던 이현우는 실시간 검색어를 완벽히 점령했다. 이현우의 코스프레 동영상은 온갖 사이트를 휩쓸었다.

"어중간하게 할 거면 하지 말자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는 편이에요. 이왕 할 거면 무조건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했죠. 팬미팅 때도 다시 보고 싶다는 요청을 받아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선수로서 마지막 패미팅이다 보니 어떤 걸 시키더라도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뭘 하든 최선을 다한 팬미팅이었어요. 팬 여러분들은 마지막이라는 걸 몰랐지만 전 알고 있었으니까요."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터져 나왔지만 해설을 하는 동안에도 숱한 생각이 흘러 지나갔다. 선수로서 마지막 단계인 은퇴를 하게 된 상황 속에서 마음이 편할 순 없었다.

"은퇴하기로 결심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뭐가 있었을 까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개인적인 문제가 가장 커요. 팀원이나 감독, 코치진의 영향, CJ 프론트의 영향, 팬들의 영향은 크지 않았어요. 개인적이고, 혼자만의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에요. 원래 우유부단한 성격인데 공적인 거에 대해서는 한 번 마음을 정하면 그냥 하는 편이에요. 그만두겠다고 생각하면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만 두는 거예요. 롤드컵 무대에 가고 좋은 성적을 냈어도 은퇴 했을 거예요. 서머 시즌 전부터 선언을 한 상태였거든요. 가장 큰 이유는 저에게 있어요. 여러 가지 이유를 안 대도 웬만큼 다 추측이 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힘들고, 한계도 느꼈어요."

아주부 프로스트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던 롤드컵 시즌2"그렇다면 선수로 플레이 했던 경기 중에 가장 아쉬웠던 경기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롤드컵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결승전 때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었다, 이걸 했어야 됐다, 누가 실수했다 라는 개념이 아니라 더더욱 많은 준비를 했었으면 우승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원래 사람이 살면서 큰 기회가 몇 번 온다고 하잖아요 롤드컵 결승이 저에게 그런 기회였던 것 같아요. 준비가 돼 있는 자가 그 기회를 잡는 건데 그 때 당시에는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것 같아요. 게이머 생활을 돌아 보면 그 경기가 정말 아쉬워요. 그런 면에서 SK텔레콤 선수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준비도 돼 있고, 기회가 오면 덥석 물겠구나 싶었어요. 많이 배워야 할 자세라고 생각해요."

시즌2 마지막을 알렸던 롤드컵이지만 이미 그 때부터 메타의 변화는 예고돼 있었다. 복병이었던 TPA는 라인전 단계부터 거세게 프로스트를 몰아 붙였다. 운영 싸움에 있어서 누구보다 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프로스트는 제대로 된 운영을 선보이지도 못한 채 무너졌다.

"은퇴한 이유 중 하나가 한계를 느껴서 라는 이야기를 했잖아요. 우리 팀이 메타에 맞지 않는다는 건 항상 라인전이 셌던 팀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에요. 어느 정도 수준의 팀 상대로는 압살할 수 있지만 최상위급 팀들과 비교하자면 라인전이 강하지 않아요. 저 자체도 매섭게 라인을 풀어 주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시즌2 때는 라인전을 못 해도 괜찮았어요. 5000골드 가량 차이가 나도 역전이 됐거든요. "잘 커서 한 타 잘 해보자"란 마인드가 통했어요.

그런데 그 문제점이 가장 드러났던 건 롤드컵 결승이었어요. 이미 시즌3의 시작을 알린 게임이었거든요. 라인전에서 압살하면 끝나는 게임이 나왔고, 시즌3에서는 실제로 그런 현상이 굉장히 강해졌죠. 저희 팀은 전반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었어요. 4강 정도는 무난히 갈 수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갖춘 팀들을 만나면 무기력하게 무너져요. 정글러가 풀어 줄 수도 있는 부분인데 그렇게 못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바꾸고 싶었어요. 저 때문에 우리 팀 라이너들의 라인전 실력이 봉인돼 있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래서 원하고 믿고 있는 프로스트의 변화는 앞으로 라인전이 강해질 거라 생각해요."

클템하면 떠오르는 챔피언들! 스카너-쉔-녹턴'클템'하면 딱 떠오르는 챔피언인 쉔도 시즌3 메타와는 부합하지 않았다. 그 밖에도 크게 너프된 스카너는 이제 '고인 챔피언'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현우는 쉔을 골랐을 때 23승 7패에 달하는 성적을 냈다. 모두들 정글 쉔은 어렵다 말했지만, 이현우만큼은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은퇴에 임박했을 때도 스크림을 하면서 종종 스카너를 썼어요. 쉔도 물론 써 보고요. 그런 챔피언들은 저에게 있어서 너무 고마운 챔피언이고, 정말 재미있어서 플레이 하는 챔피언이에요. 쉔 같은 경우에는 솔로 랭크를 하게 되면 90% 이상 탑에 가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아직도 정글 쉔은 나름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무무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무가 롤드컵에서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흐름에 역으로 몸을 던지는 건 좀 힘들죠. 그런 점에서 제가 참 무식하고 우직한 스타일이기도 해요."

3클템 밴하면 스카너-녹턴-쉔이었다. 6레벨을 찍자마자 어디선가 '피해망상'으로 날아오는 녹턴, '단결된 의지'로 소규모 국지전 승리를 이끄는 쉔, '꿰뚫기'로 한 명의 챔피언을 잽싸게 끌어 오는 스카너까지. 궁극기를 찍은 순간 위력을 발휘하는 이현우는 성장형 정글러의 표본이었다.

"3클템 밴을 당해본 적도 있었는데요. 당시 기분은 어땠어요?"

"기분이 묘했어요. 그 때 당시 생각해 보면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열 받는 부분도 있었어요. '내가 이거 3개 밴 당하면 바보 되는 줄 아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비주류라서 그렇지 챔피언 자체는 항상 10개 이상 다룰 줄 알았거든요. 비주류가 대부분이었을 뿐이에요(웃음). 그래도 3밴을 당한다는 건 그 선수를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아주 썩 좋진 않았어요. 다른 걸 골라서 이겨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오죽하면 클템이 고른 챔피언은 너프가 된다는 말도 나왔다. 즐겁게 플레이 하던 챔피언이 너프를 맞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것만큼 야속하고 섭섭한 일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좀 야속하기도 해요. 너무 좋은 게임을 만들었고, 재미있게 즐기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야속한 느낌이 들었죠. 엄청 쉽고 강한 챔피언들도 있거든요. 그 때 당시에 제가 사용한 챔피언들이 절대 OP는 아니었어요. 저 때문에 너프가 됐다고도 생각 안 해요. 밸런스나 버그 등을 패치하면서 쓸 수 없게 됐죠. 그냥 제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챔피언이 정말 많은데 다른 챔피언들을 플레이 하는데 있어서 적응했어야 하는데 제가 어느 정도 뒤떨어졌던 것도 있어요."

패치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자신에게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사실 챔피언들의 너프나 버프 등 밸런스 조정은 픽밴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용할 수 있는 챔피언과 사용하지 못하는 챔피언이 명확히 나뉘고, 대회 경기에서도 주로 현재 메타에서 OP인 챔피언들을 뽑게 된다.

시즌3에서는 '초식 정글러'로 불린 이현우LOL이 시작되던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타크래프트 같은 RTS 게임과 다를 것이라 예상했다. 선수들의 나이나 피지컬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고, 초기에는 나이 많은 선수들도 꽤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곧 LOL 또한 피지컬이 중요해 졌고, 젊은 선수들의 패기가 전장을 지배했다. 스타에 비해서 좀 더 선수 생명이 길 거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달랐다. 최근 롤드컵에서 우승한 '페이커' 이상혁 또한 "LOL은 업데이트가 많은 게임이라 새로 생겨나는 메타들을 열심히 쫓아가야만 한다. 적응을 빨리 해야 하기 때문에 게이머 생활을 오래 하긴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래서 더 전 축복받은 놈인 것 같아요. LOL은 팀운이 50% 정도는 돼요. 정말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은퇴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착한 동생들이 계속 붙잡아 주고, 감독님 또한 그러셨어요. 그래서 더 은퇴를 결심했어요. 4강까진 가도 그 이상을 바라보긴 힘들 것 같아서요. CJ 프로스트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팀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프로의 세계는 참 냉정한 것 같아요. 1세대, 2세대 게이머들에게 시간이 흐르면서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생기거든요. 열심히 하는 것보단 잘하는 게 중요해요. 다들 열심히 하거든요. 1세대라고 해서 그런 혜택을 더 누리긴 힘들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현우 역시 팬들의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초식 정글러'라는 별명은 칭찬보다는 조롱에 가까웠다. 육식 정글러가 난무하는 메타 속에서 초식 정글러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갔다.

"시즌3에 들어서서는 초식 정글러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스타일은 어떤가요?"

"크게 방향성을 보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게임을 이기면 되는 거죠. 무슨 짓을 해도 이기면 돼요. 멋지게 보이는 걸 다 배제하고, 그냥 순수하게 효율적인 부분들만 최대한 모으려고 힘을 썼어요. 잔머리를 잘 굴리는 스타일이었어요. 불확실한 것에 뛰어드는 것보단 미리 생각을 해서 지레짐작 판단하는 스타일이었죠. 그게 잘 맞아 떨어져서 전자 두뇌란 호칭도 얻을 수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상대 정글로 막 들어가서 패기 있게 플레이 하는 것보단 우리 정글에서 적당히 동태를 살피는 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초식 정글러가 된 것 같아요."

팬들의 비난도 겸허히 받아 들였다. 커뮤니티를 보지 않아도 팬들의 반응은 귓가에 다 흘러 들어왔다. 설령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수의 여론이면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현우는 "내 스타일대로 해도 통한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어떻게 보면 고집이라면 고집인데 제 스타일대로 해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해도 이길 수 있어' 라는 마음가짐으로요. 일례로 전 지금도 아무무는 굉장히 좋은 챔피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제가 플레이 하고 봐왔던 것을 종합해 봤을 때 아무무가 좋거든요. 전 좋다고 생각해서 쓰는데 팬 분들이 보시기에는 '저런 챔피언을 왜 쓰지? 메타에 안 맞잖아'라는 말이 나왔던 거죠.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사람이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못 냈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듣지 않았나 싶어요. 굽히기를 싫어하는 편이라 고집을 잘 안 꺾는 편이었어요."

이제는 블레이즈가 아닌 프로스트 소속으로 활동하게 된 '헬리오스' 신동진이제는 이현우의 빈 자리를 '헬리오스' 신동진이 채우게 됐다. CJ 프로스트 또한 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신)동진이의 경기를 실제로도 많이 봤지만 저보다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에요. 공격적이기도 하고요. 말도 많고, 주도적인 친구죠. 저를 좋게 포장하자면 발톱과 이빨이 다 빠진 늙은 사자였어요. 반대로 동진이는 한창 때의 표범 같은 느낌이 있어요. 관건은 얼마나 준비를 하느냐의 문제겠죠. 저와 동진이 모두 아쉬운 성적을 냈고, 때론 무기력해 보이는 정글러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분명 차이가 있었어요. 블레이즈는 또 프로스트와 다른 느낌이었어요. 미드와 탑의 운영 싸움 중간에 치이면서 동진이의 힘이 빠졌죠."

신동진이 블레이즈에서 빠져 나가면서 '데이드림' 강경민이 새롭게 영입됐다. 팀을 오랫동안 책임졌던 정글러의 시각에서 강경민은 어떤 정글러일지 궁금해졌다.

"신인들의 장점이라면 패기가 제일인 것 같아요. 저 같은 플레이어는 그런 걸 잘 못해요. 10의 이득을 보고 5의 리스크가 있다면 잘 안 하려고 해요.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거든요. 사업가가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리스크를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어야 더 큰 사업가가 되는데 일정 수준의 사업에서 만족하고 있는 거죠. 강경민 선수는 굉장히 패기 있고 포텐이 있어요.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플레이 스타일이 정립되느냐는 팀의 방향에 따라 달라져요. 신인은 잘 갈고 닦으면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지만 초반 흐름이 엉키기 시작하면 빠르게 하락 곡선을 탈 수도 있어요. 대신 경험 있는 선수들은 기복이 적고요."

오랜 시간 팀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있듯이 동생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다. 이현우가 은퇴를 결정하자 동생들 모두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얼마나 친형제 같은 사이인지 알 수 있다.

"제가 쓸 데 없는 자존심이 강해요. 여자를 만나면 밥을 내가 사야 된다는 생각도 하고, 남들 앞에서 절대 눈물 보이기 싫어해요. 약한 모습 보이기 싫다는 쓸데 없는 생각들을 하죠. 정말 동생들 앞에서 운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에요. 그런데 한국대표 선발전이 끝나고 나니까 은퇴하게 된 상황이 실감났고, 좋은 모습을 못 보여 드린 채 끝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퍼서 혼자 경기장 뒤에서 좀 울었어요. 그러고 나서 회식을 하러 갔는데 '웃으면서 떠나야지' 하는 생각과 달리 갑자기 어린 애처럼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술을 좀 많이 먹기도 했고요(웃음).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네요. 동생들 표정이 '이 형 갑자기 왜 이래?' 였거든요. (홍)민기도 굉장히 당황한 게 느껴 졌어요. 온갖 허세를 다 잡던 형이 우니까 갑자기 다들 울더라고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드라마를 한 편 찍었어요."

팀장을 맡고 있는 '샤이' 박상면도 눈물을 쏟아 냈다. 이현우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박상면의 경우 자리의 무게감 때문인지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팀원 중 하나다.

"저 다음으로 나이가 많고, 팀장이다 보니까 우는 모습을 잘 안 보이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상면이까지 그러니까 굉장히 당황했어요. 살면서 이렇게 펑펑 우는 날이 언제 다시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 정도로 임팩트 있는 일이었어요.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처음 시기부터 쭉 머리 속에 지나갔어요. 아쉬웠던 일, 기뻤던 일, 슬펐던 일들이 다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돼서 나왔죠. 그 와중에 (이)창석이만 좀 시크했어요. 어깨를 두드리면서 "형, 괜찮아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울컥해서 "들어가서 자 인마" 했어요(웃음)."

롤드컵 객원 해설로 참여한 이현우(온게임넷 영상 캡쳐)선수로 생활하던 시간은 마무리 됐지만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게임이 좋은 이현우는 최근 진로 걱정으로 머리가 아프다.

"요즘엔 진로 걱정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고민은 계속 하고 있는데 고민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되는 거 같아요. 최대한 빨리 결정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현우는 "만약 해설자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고 말한다. 재미와 깊이 모두 전달할 수 있는 해설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재미와 깊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요. 눈에 안 보이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짚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죠. 눈에 보이는 건 누구나 볼 수 있는 거잖아요. 눈에 안 보이는 것들은 누군가가 이야기 하기 전까지는 몰라요.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정해 주고 싶어요. 그냥 놔두진 않을 것 같아요."

복학 역시 생각하고 있다. 최근 LOL의 높은 인기를 증명하듯 동기들은 "중앙대 07 경영의 자랑"이라는 말을 늘어 놓는다.

"자랑이라고도 하고 망신이라고도 하죠. 같이 밥 먹게 되면 "여기 클템 있다!"하고 소리 지를 거라고 말이에요(웃음). 학교 가는 게 좀 무섭네요."

혹시 게임 외의 진로도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느냐고 묻자 예상 가능한 답변이 들려 온다. '영업'이 하고 싶다고.

"영업 사원도 해보고 싶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어디 가도 굶어 죽진 않겠다'는 말이었어요. 약을 잘 파는 편이라 가능할 것 같아요(웃음). 낯가림은 심하지만 우디르처럼 태세 변환을 잘하는 편이에요. 딱딱한 자리면 딱딱하게, 넉살 좋은 자리면 넉살 좋게 잘하는 편이죠. 기본적으로 성격이 유하고 재미있는 편이 아니지만요. 게임과 관련된 제품들을 판다든가, 마케팅 쪽에서 일을 한다든가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팀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이현우가 생각하는 미래에 이제 함께할 팀원은 없다. 프로스트의 나머지 멤버들은 여전히 선수로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인사가 필요한 타이밍이다.

"헤어진 팀원들에게도 한 마디씩 해주세요. 당부의 말도 좋을 것 같아요."

"편하게 말해도 될까요? 먼저 팀장인 상면이에게 이야기 할게요. 상면아. 넌 누가 뭐래도 프로스트 팀의 팀장이자 든든한 맏형이고, 정말 잘 하는 선수니까 앞으로도 잘 해줄거라고 믿는다.

민기에게는 이런 말이 하고 싶어요. 처음 봤을 때는 인사 한 마디가 끝이었는데 아직도 그 때가 생생하다. 너무 순순했던 너를 내가 타락시킨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웃음). 그래도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기계보다는 사람다운 게 좋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활짝 웃는 모습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가장 남자다운 (정)민성이는 처음 전화할 때 그러더라고요. "저보다 몇 살 많으신데 그냥 말 놔도 되죠?" 하고 말이죠. 그 때의 너가 생각난다. 붙임성도 좋고, 굉장히 남자다웠던 넌 아직도 첫 인상이 생생하다. 남자답고 쿨한 건 굉장한 장점이지만 그게 정도가 지나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게 되면 감정 조절이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것만 조심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하면 좋을 것 같다.

원딜이 새로 바뀌면서 많이 힘들 수도 있었는데 (선)호산이 너를 만나게 돼서 마지막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너랑 같이 게임 하면서 너무 재미있었고 즐거웠어. 내가 볼 때 넌 어떤 원딜보다 더 잘해. 포기하지 않고 민기랑 호흡 잘 맞췄으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동진아. 네가 여리고 정 많은 친구인 건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그래서 더 너에게 의지하면서 챙겨 줬던 것 같아. 네가 서 있는 자리는 굉장한 압박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자리지만 넌 굉장히 잘하는 정글러이니까 장기적으로 보고 끌어 나갔음 좋겠다. 중간 과정이 좋지 않다고 해서 힘들어 하기 보단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하면 돼. 그러면 결국엔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너에게 웃어 주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현우는 아쉬워하는 팬들에게도 끝 인사를 전했다.

"선수로 생활하는 2년 동안 정말정말 행복했었습니다. 응원해 주신 팬 분들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디 가서 이런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부족한 저에게 큰 사랑 주셨으니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할 좋은 추억으로 남겨 둘게요.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하든 응원해 주시면 정말 감사 드리겠습니다."

조아라 기자 sseal@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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