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미끈한 가을 사찰 음식.. 집 나간 입맛이 돌아와요
'슬로푸드, 맛으로 바꾸는 세상.'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AsiO Gusto)가 이번 주말까지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체육문화공원에서 열린다.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승인한 아시아 지역 최초의 국제 슬로푸드 대회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 40여개국이 참가해 저마다의 슬로푸드를 선보인다. 워크숍과 컨퍼런스 중심인 유럽의 대회와 달리 일반인들이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축제 성격이 크다. 세계 각국의 슬로푸드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친환경 먹거리 장터가 마련됐다. www.asoigusto.org
철이 도니 입맛도 함께 돌아간다. 그래서 뭘 해 먹을까, 또 그 고민이다. '으그, 지겨워….' 주부들 입에선 이런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그래도 만들어 먹여야 하는 내 식구. 이왕 하는 밥이라면 제대로 섭생을 생각해서 짓자. 사찰음식 전문가 선재 스님을 찾아가 가을철에 좋은 음식을 물었다.
역시 스님이다. 레시피를 설하시기 전 경전 한 구절부터.
'봄에는 담과 가슴병이 이니 떫고 매운 것을 먹고, 여름엔 풍병이 생기니 짜고 신 것을 먹고, 가을에는 황열병이 더하니 달고 미끈한 것을 먹어야 하느니라.'(<금광명최승왕경> '제병품(除病品)')
'달고 미끈한'에 밑줄을 그으면 되겠다. 하지만 육미(六味), 곧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떫은맛 가운데 단맛을 가장 경계하는 게 본디 사찰음식이다. 슈가홀릭이 절대 가지 않는 곳이 절의 공양간. 그런데 가을엔 단맛에 조금 더 여유로워져도 된다는 말씀일까.
"철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죠. 가을에 나는 것들이 대개 달잖아요. 과일은 물론이고 배추, 무, 우엉이 다 단맛이 납니다. 버섯도 그렇고요. 단맛에만 탐닉하면 탈이 나겠지만 적절히 먹으면 이 계절 약이 됩니다. 가을엔 염증에 의한 병이 많은데, 단맛이 나는 열매와 뿌리가 기혈의 순환을 도와주거든요."
선재 스님의 감미(甘味) 가득한 가을철 가정식 레시피를 소개한다. 스님의 잔소리, 혹은 친절한 팁에 주목할 것.
/참고 <선재스님의 사찰음식>(디자인하우스ㆍ2000)
단호박 된장 국수
●단호박 반 개, 밀가루 400g, 된장 반 컵, 다시마표고버섯 국물 4컵, 양송이 10개, 표고버섯 8장, 애호박 1개, 두부 1모, 우엉 반 대, 소금 참깨 설탕 고춧가루 참기름 약간씩.
1. 단호박을 쪄서 으깬 뒤 밀가루, 소금과 섞어 부슬부슬하게 비벼서 푼다. 밀가루가 호박의 물기를 다 먹은 후 치대 반죽한다. 반죽을 손칼국수처럼 채 썬다.
2. 두부는 노릇하게 지져 채썰고 우엉은 강판에 갈고 참깨는 물을 넣고 믹서에 간다. 표고버섯은 물에 불려 채 썰고 불린 물은 따로 둔다.
3. 소스를 만든다. 다시마표고버섯 국물에 된장을 풀어 소금으로 간하고 양송이, 표고, 애호박과 함께 끓인다. 채소가 익으면 두부, 우엉즙, 참깨 간 것을 넣고 설탕, 고춧가루로 맛을 낸다.
4. 2의 물을 끓여서 소금을 넣고 국수를 털어 넣는다. 다 삶아지면 찬물을 붓고 소쿠리에 건져 담고 3의 소스를 붓는다.
"호박 찔 땐 옆으로 놓고 쪄야 물이 생기지 않아요. 반죽을 할 때는 물을 조금만 부어 밀가루가 완전히 습기를 먹을 수 있게 하세요. 그래야 버리는 재료 없이 깔끔하게 만들 수 있어요."
연잎밥과 연근 초절이
●옆잎(중간 크기) 2장, 연근(중간 크기) 1개, 비트 반 개, 찹쌀 200g, 은행 16알, 잣 2큰술, 설탕 소금 식초 약간.
1. 찹쌀을 2~3시간 정도 물에 불려 찜통에 젖은 면보를 깔고 20분 정도 찐다. 너무 오래 불리지 않는 것이 관건.
2. 찹쌀이 고슬고슬하게 쪄지면 그릇에 쏟아 소금물을 조금씩 섞어주면서 버무려 간을 한다.
3. 깨끗하게 씻은 연잎을 원하는 크기로 잘라서 밥을 놓는다. 볶아서 껍질을 깐 은행과 잣을 고명으로 얹은 후 연잎밥을 싼다. 찜통에 싸 놓은 밥을 앉히고 40분 이상 푹 찐다.
4. 초절이는 우선 연근을 알맞은 크기로 썰어 물에 데친다. 강판에 간 비트에 물, 설탕, 소금, 식초로 간 한 뒤 데친 연근을 담근다.
"생쌀을 연잎에 싸서 찌면 쌀이 잘 안 익어요. 그렇다고 찜통에서 미리 너무 익히면 연잎을 열었을 때 찐득거려 먹기 성가시고요. 고슬하게 연잎밥을 지을 수 있는 게 진짜 실력이죠."
우엉 잡채
●당면 300g, 우엉(중간 크기) 2대, 풋고추 5개, 다시마국물 1컵, 들기름 간장 조청 설탕 참기름 흑임자 후춧가루 약간.
1. 우엉을 물에 씻은 뒤 칼등으로 껍질을 벗겨 6㎝ 길이로 채썬다. 풋고추는 채 썰어 살짝 볶아 식힌다.
2. 팬에 들기름을 우엉 양의 5분의 1 정도가 되도록 넉넉히 두른다. 달궈지면 채썬 우엉을 넣고 볶는다. 우엉이 거의 익었을 때 간장과 조청을 넣어 조린 후 건진다. 조청은 마지막에 넣을 것.
3. 팬에 다시마국물, 간장을 넣고 끓인다. 국물이 끓으면 설탕, 불린 당면을 넣고 국물이 완전히 졸아들 때까지 볶는다. 충분히 볶아야 시간이 지나도 잡채가 붇지 않는다.
4. 조린 우엉을 넣고 살짝 볶은 뒤 불에서 내려 한 김 나가면 참기름, 흑임자, 후춧가루를 넣고 섞는다.
"우엉처럼 섬유소가 많은 채소는 들기름이나 들깨즙을 넣고 볶아야 맛도 부드럽고 소화도 잘 돼요. 절에서 고사리 볶을 때 들기름을 쓰는 것도 그런 까닭이죠. 설탕은 채소와 당면이 잘 섞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니까 잡채 만들 때는 꼭 넣도록 하세요."
표고버섯 탕수
●표고버섯 20장, 오이 당근 브로콜리 각 반 개, 피망 1개, 다시마국물 2컵, 간장 소금 감자녹말 설탕 식초 고추기름 약간.
1. 표고버섯을 살짝 불려 기둥을 뗀 후 물기를 짜서 간장, 소금 넣어 무친 후 다시 녹말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170℃의 기름에서 두 번 튀긴다.
2. 오이, 당근, 피망을 납작하게 썰고 브로콜리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궈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다시마국물을 끓이다가 물, 간장을 넣고 소금으로 짭짤하게 간한 뒤 설탕, 식초를 넣는다.
4. 고추기름을 넣고 녹말물을 부어 걸쭉하게 농도를 맞춘 뒤 튀긴 버섯과 채소를 넣는다. 녹말물을 넣으면 온도가 높아지므로 채소를 나중에 넣어야 색도 변하지 않고 아삭한 맛도 살릴 수 있다.
"보통 탕수육을 만들 땐 고기의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 설탕과 식초를 많이 쓰지만, 채소만 갖고 만들 때는 보통 때의 3분의 1만 넣어도 충분해요. 인공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아도 표고버섯이 가진 본래의 맛으로도 깊은 맛을 낼 수 있어요."
마 두부찜과 구이
●마, 두부 각 1개. 표고버섯 2장, 당근 30g, 은행 8알, 대추 4개, 잣 1큰술, 마가루 소금 후춧가루 포도씨유 죽염 약간.
1. 마는 껍질을 벗기고 강판에 간다. 두부는 물기를 닦고 칼등으로 으깨 체에 내린다.
2. 불린 표고버섯과 당근은 채썰어 각각 기름 두른 팬에 소금간을 해서 살짝 볶는다. 은행은 마른 팬에 볶아 속껍질을 벗기고, 대추는 돌려 깎아 씨를 빼서 채썬다.
3. 그릇에 마 간 것, 으깬 두부, 볶은 표고버섯과 당근, 은행과 대추, 잣을 넣고 섞은 후 마가루를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4. 반죽으로 반대기를 만든 후 김이 오른 찜통에 넣고 쪄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낸다.
5. 구이를 만들 때는 껍질을 벗겨 1㎝ 두께로 넙적하게 썬다. 잘 달군 팬에 노릇하게 구운 뒤 죽염으로 간한다.
"마는 재배한 것과 야생의 것의 효능 차이가 비교적 커요. 야생 참마는 뿌리가 가늘고 길고 단단해요. 재배한 것은 굵고 뭉툭하고요. 마의 껍질을 벗길 때 무쇠칼을 쓰면 색이 변하니까 꼭 스테인리스 칼을 쓰도록 하세요."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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