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지하철 의자에 변 묻어" 제보..충격적 위생 실태

김종원 기자 입력 2013. 9. 13. 10:30 수정 2013. 9. 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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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복 '일광욕' 하세요

'지하철에 변이..' 충격적 제보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습니다. 여성 분이셨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냄새가 너무 심하더랍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살펴보니 헝겊 의자에 변이 묻어 있더랍니다. 너무 불쾌해서 도중에 내렸답니다.

이 제보를 접하고 '에이 설마, 우리나라에서 그럴리가..' 하고 반신반의 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적거려 봤습니다. 우와, 놀라웠습니다. 저만 모르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태가 꼭꼭 숨겨져 있던 것인지, 별의 별 지하철 추태를 찍은 사진이 참 많더군요. 그것도 최근에요. 지저분한 이야기 늘어놔서 죄송합니다만, 누군가 지하철에 변을 봐놓고 도망간 사진도 있었고요, 한 명문대 점퍼를 입은 젊은 청년이 좌석에 소변을 보고 있는 사진도 있었습니다.(이 사진들을 굳이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아예 웃옷을 훌러덩 벗고 좌석에 누워 자는 사람도 있더군요.(이 사진은 제 뉴스 보도에도 인용이 됐습니다.) 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을 직접 타고 지켜봤습니다.

지하철에 만연한 '승객 추태'

월, 화, 수 사흘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하철을 타고 돌아봤습니다. '비매너' 지하철 추태는 너무나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좌석에 발 올리는 건 예삿일이었습니다. 신발을 신은 채 좌석에서 방방 뛰는 아이들에, 흙 묻은 등산화를 그대로 좌석에 올리는 어른 들도 참 많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온갖 고철과 쓰레기가 뒤섞인 수레를 지하철 의자에 부벼대는 승객도 있었고, 이런 의자에 아예 양말까지 훌렁 벗고 맨발로 앉는 사람도 있더군요. '지하철 안전 지킴이' 한 분은 촬영중인 취재진에게 밤이 지하철에 구토와 볼일까지 보는 취객들이 참 많다고 하소연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지하철 의자가 대부분이 헝겊이라는 것입니다. 철제 의자는 맨질맨질 한 것이, 누군가 오물을 묻힌다 하더라도 금방 씻어 낼 수 있어 보였지만, 헝겊 의자는 음료수만 살짝 흘려도 얼룩덜룩 땟자국을 정도로 오염이 잘 되니까요. 그렇다고 의자를 번번이 떼어내서 세탁을 할 수도 없고.. 궁금해 졌습니다. '이 지하철 의자의 위생 상태는 괜찮은 것일까?'

전문가도 '절레절레'..지하철 위생 실험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지하철 의자 위생 실험을 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각 대학교 연구실로 전화를 걸어봐도, 역시 지하철 의자를 연구한 곳은 한 곳도 없더군요. 그래서 직접 실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주 전문적인 연구는 아니더라도, 얼마나 더러운지는 알아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헝겊이다 보니 진드기가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진드기 검사 키트를 준비했습니다.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계도 구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현미경 카메라도 어렵게 마련했습니다. 진드기를 직접 찾아 보려고요. 그런데 준비 단계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진드기 관련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진드기가 살더라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 할 거라는 겁니다. 그 넓은 지하철 의자에서 그 작은 진드기 발견하기란 한강에서 바늘 찾기란 거죠. 인터넷이나 TV에서 보는 진드기 사진들은 일종의 연출이라더군요. 진드기를 아주 좁은 곳에 우글우글 모아놓고 현미경으로 촬영한 거랍니다. 그러면서 진드기 관찰은 포기하라고 다들 얘기를 하더군요.

생각보다 훨씬 더 충격적..진드기 '우글우글'

그러나 결과는 생각보다도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지하철 의자에 현미경 딱 대자마자 진드기가 기어다니는 것이 떡허니 보이더군요. 당시 취재를 도와준 진드기 청소 업체 전문가는 저보다 더 놀라더군요. 본인이 진드기 청소 일을 20년 간 했는데, 현미경으로 이렇게 진드기 관찰하기는 처음이라며 이정도면 정말 엄청나게 개체수가 많다는 뜻이라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한 마디로, 한강에서 바늘 찾았으니까, 한강이 바늘로 가득하다는 거죠. 곧바로 청소기로 지하철 의자를 빨아들여 봤습니다. 헝겊 의자에 청소기를 가져다 대자... 세상에나. 시커먼 시멘트 가루 같은 먼지가 마치 연기 처럼 뿌옇게 휘날리기 시작했습니다.(이 장면은 방송으로 보도 된 뉴스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바닥에 쌓이기 까지 하더군요. 옆자리에 앉아서 신기하게 지켜보던 승객들은 입과 코를 막고 다른 좌석으로 옮겼을 정돕니다. 청소기 먼지 통에 생수를 넣었었는데, 의자 딱 네 쪽 청소하고 나자 먼지통의 맑았던 생수가 서해안 진흙 뻘 처럼 진득진득한 구정물이 돼 버렸습니다. 이렇게 빨아들인 시커먼 먼지를 면봉에 살짝 묻히고 진드기 검사 키트에 가져다 대자, 곧바로 진드기가 검출 되더군요. 그것도 '아주 많이 서식'하는 수준으로요.

1~9호선 헝겊 의자, '10년 넘은 매트리스' 수준

이런 결과는 어디 한 노선만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1, 2, 3, 4, 5, 6, 7, 8, 9 호선 모든 노선에서 헝겊 의자가 설치된 전동차를 무작위로 한 대 씩 타고 실험을 해 봤습니다. 그 결과 모든 노선 헝겊 의자에서 시멘트 빛 먼지가 휘날렸고, 진드기가 '아주 많이 서식'하는 수준으로 검출됐습니다. 전문가는 진드기 검출되는 양이 가정집으로 치자면 10년 넘은 매트리스를 1년 넘게 청소 안 했을 때 수준과 비슷하다고 조심스레 말하더군요.

서울역 화장실 변기보다 더 오염

진드기가 서식하는 것은 확인 됐고, 이번엔 오염도 조사를 해 봤습니다. 오염도 조사 방식은 이렇습니다. 면봉을 조사하고자 하는 곳에 문지릅니다. 그러면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것 저것 묻을 겁니다. 그 중에 유기화합물이 얼마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겁니다. 유기화합물은 생물의 에너지입니다. 면봉에 묻은 물질 중에 생명이 있다면 세균이나 곰팡이 등이겠지요. 따라서 이 유기화합물이 많다고 나오면 그만큼 세균이나 곰팡이 등 미생물이 많다는 뜻이고, 그 만큼 오염 됐다고 보는 겁니다.

자,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보도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서울역 공중화장실 변기보다 지하철 의자가 더 더러웠습니다. 특히 이번에 비교대상이 된 서울역 변기는 누군가 용변을 보고 난 직후의 것이었습니다. 설마 이런 변기보다 더러울까 하는 마음에 처음엔 오염도 검사 장면을 촬영도 안했습니다. 그냥 호기심에 검사만 해 본건데.. 아, 결과는 이런 변기보다 지하철 헝겊 의자가 두 배나 더 더러운 것으로 나왔고, 취재진은 모두 충격을 받았습니다.

서울역 화장실 변기의 오염도가 3,000RLU로 측정이 됐는데, 지하철 헝겊 의자는 6,000RLU에서 7,000RLU 까지 나왔으니.. 정말 조치가 시급했습니다.

지금 청소 방식으로는 '진드기 박멸' 못 해

이쯤 되니 지하철 의자를 아예 청소도 안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던데, 그건 아닙니다. 청소를 하긴 합니다. 좌석 청소를 가장 자주 하는 곳은 도시철도(5, 6, 7, 8호선)로 보름에 한 번 꼴로 의자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코레일(1, 2, 3, 4호선)과 서울 메트로(2, 3, 4호선), 메트로 9호선(9호선)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의자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자 청소란, 스팀 청소와 살균 같은 대 청소를 말합니다. 이 대청소 장면을 직접 살펴봤습니다. 구석구석 깨끗이 하시더군요. 헝겊 의자에 스팀을 뿜어 살균을 하고 바닥엔 살충제도 뿌립니다. 심지어 연막 소독까지 하더군요.

그렇게 깨끗이 목욕재계 한 지하철 헝겊 의자에 곧바로 다시 진드기 검사를 해 봤습니다. 역시 진드기가 검출 됐습니다. 아니, 이중 삼중 청소를 했는데도 진드기가 검출이 되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 의아했습니다.

알고보니, 스팀 청소를 하면 진드기가 죽기는 죽는답니다. 하지만 그 사체와 배설물, 알 등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살아 남은 알이 부화하면서 또 진드기가 생기는 것이고요. 이게 계속 반복이 되는 겁니다. 문제는 이 사체와 배설물 만으로도 승객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겁니다. 죽은 사체와 배설물이 미세 먼지가 돼 날리면서 우리 호흡기로 들어오게 되고, 이게 각종 비염, 천식,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외출복은 '일광욕' 하세요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런 진드기 먼지가 옷에도 묻어서 집까지 따라 온다는 겁니다. 깨끗했던 집 침대나 다른 옷까지도 오염시킬 수 있겠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지하철 헝겊 의자에 오래 앉아 있던 옷일 수록 깨긋이 관리해야 한다고 합니다. 빨 수 있으면 빨고, 여의치 않으면 햇볕에 일광욕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죠. 햇빛이 진드기 잡는데는 제일이다보니, 햇볕에 옷을 말리기만 해도 진드기는 대부분 잡을 수 있다는 겁니다.

철제의자는 깨끗!

아니면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지하철을 탈 때부터 아예 철제의자를 골라서 타는 겁니다. 저희가 헝겊 의자와 함께 철제 의자도 실험을 해 보니까 아주 깨끗했습니다. 진드기는 당연히 없었고요, 먼지도 별로 눈에 띄지 않더군요. 게다가 오염도도 300~400정도로 측정됐는데, 이 정도면 우리가 가정집에서 쓰는 물건을 갓 살균했을 때의 수치와 비슷한 겁니다.

'불편해요' 민원에 헝겊 의자로..

사실 전세계 지하철을 살펴보면, 플라스틱이나 철로 된 의자가 더 많습니다. 우리도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불에 타지 않는 철제 의자로 모두 바꿨었죠.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 다시 대부분 헝겊 의자로 바뀌었습니다. 왜그런고 하니, 승객들이 불편하다고 그렇게 민원을 넣는다네요. 철제 의자는 딱딱하고 자꾸 미끄러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 철제 의자를 하나 둘 헝겊 의자로 다시 교체했고, 결국 헝겊 의자가 더 많아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진드기 같은 위생상의 문제가 생길 줄은 아무도 몰랐던 거죠.

그러니 이제는 승객이 선택을 해야 합니다. 편안하지만 진드기가 살고있는 헝겊 의자에 앉을 것이냐, 불편하지만 깨끗한 철제 의자에 앉을 겄이냐, 그것이 문제입니다.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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