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좌타자.. '우투좌타'도 시든다
신인 선발 비율 3년 연속 내리막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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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우투좌타(右投左打) 전성시대는 갔다.
국내 프로야구는 여전히 오른손으로 던지고 왼손으로 치는 타자가 득세하는 무대다. 올해 프로야구 등록 야수 중 57명이 우투좌타. 이는 전체 왼손 타자(99명) 중 57.6%에 달한다. 투수까지 포함하면 전체 선수 553명 중 12.8%(71명)가 우투좌타다. 2000년만 해도 이 비율은 3.1%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이미 우투좌타의 인기가 수그러들고 있다. 2011년 신인지명회의(드래프트) 때는 왼쪽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13명이 프로 팀의 지명을 받았다. 이 중 진짜 왼손잡이, 즉 왼손으로 던지고 치는 선수는 1명(삼성 조원태)뿐이었다. 나머지 12명은 우투좌타 또는 스위치 타자였다. '만들어진 왼손 타자'가 92.3%나 됐던 것이다.
올해 열린 2014 드래프트 때는 이 비율이 61.5%로 줄었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비율인 건 물론이고 3년 연속 내림세다. 이 비율이 60%를 처음 넘어간 2002 드래프트 이후 3년 연속으로 수치가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 야구 현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학생 야구 전문 블로그 퓨처스볼(www.futuresball.com)을 운영하는 배지헌 씨는 "리틀리그나 중학교 야구 감독들에게 물어봐도 요즘에는 왼쪽 타석에서 치려는 오른손잡이 선수가 별로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전했다.
우투좌타 열풍으로 왼손 타자 시장이 '레드오션'이 돼 버린 탓이다. 프로 원년 열린 1983 드래프트 때부터 1994 드래프트 때까지 12년 동안 우투좌타 또는 스위치 타자 야수는 4명밖에 뽑히지 않았다. 그 뒤 20년 동안에는 177명이다. 예전에는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을 선수 177명이 갑자기 왼손 타자가 되면서 과잉 공급이 일어난 것.
이 때문에 수요자인 프로구단에서 왼손타자를 별로 높게 쳐주지 않게 됐다. 사정이 이렇게 바뀌자 공급자인 선수들도 굳이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우투좌타 변신을 시도할 필요가 없게 됐다. 순수한 오른손 타자가 생존확률이 더 높아진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개인의 사익 추구가 조화로운 공익을 만든다"고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구 관계자들은 "우투좌타가 너무 많아 오른손 타자들 씨가 말랐다"고 염려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이라는 간단한 경제 원리는 야구 생태계 전체의 '공익'을 살리고 있다. 단지 프로 구단에 뽑히고 싶다는 '사익' 때문에 말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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