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종북주의에 정치적 사망선고

양정대기자 입력 2013. 9. 5. 06:01 수정 2013. 9. 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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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체포동의안 찬성 258·반대 14·기권 11로 가결국정원, 李 강제구인.. 5일 영장실질심사

국회가 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한 것은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주의 세력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로 평가된다.

이날 정치권은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민주적 기본질서 수호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사실상의 찬성 당론으로 임했고, 민주당과 정의당도 본회의에 앞서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찬성 당론을 확정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에 참여한 289명 중 258명(89.3%)이 찬성표를 던졌다.

여야 의원들이 헌법상 부여된 불체포특권을 이 의원이 누릴 수 없도록 결정한 것은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가 상당 부분 개연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과의 체제 우위 대결이 무의미해졌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가 높아진 이 시대에 여전히 1980년대 주사파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이 의원의 사고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내란음모 의혹 사건이 불거진 시점과 국가정보원의 공개수사 방식에 대한 여러 의문에도 불구하고 오류투성이의 정세관에다 무장혁명투쟁을 부추긴 이 의원의 행각에 야당까지 보호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이 의원 체포동의안의 국회 통과는 역대 현역의원 중 12번째이지만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해서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법학자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체포동의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내란음모 혐의가 확정되는 건 아니지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사건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민주당의 찬성 당론 결정은 의미가 크다. 지난해 4ㆍ11 총선에서 통진당과 야권연대에 나섰던 민주당조차도 이 의원과 통진당 핵심인사들의 종북주의적 행태에 단호하게 대처했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내 일부 이탈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날 결정은 정치권 내에서 더 이상 통진당이 설 땅이 없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수사 주체가 국정원이란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국정원은 과거 다수의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한 전력이 있고, 최근엔 지난해 불법 대선개입 의혹으로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전체가 통진당에 등을 돌렸다. 종북주의와 철저히 결별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반영이다.

이 점에서 이른바 '이석기 사태'를 계기로 진보진영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 민주노동당을 창당하며 제도권에 진입한 진보진영은 2004년 17대 국회에서 당당히 원내 3당이 되면서 결정적 전기를 맞았다. 하지만 2006년 일심회 사건과 2010년 왕재산 사건 등 진보정당 인사가 개입된 간첩사건이 터지면서 민심의 외면을 자초했고 분열의 길을 걸어야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것이라도 이번 기회에 진보진영 내 환부를 철저히 도려내야 진보정당이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오후 8시15분쯤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인영장을 발부 받아 이 의원을 강제 구인했다. 이 과정에 통진당 관계자들이 저지하는 바람에 1시간여 동안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5일 오전 10시30분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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