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비자들은 왜 '밀봉 생리대'를 외면했나

입력 2013. 8. 23. 10:11 수정 2013. 8. 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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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황혜린 기자]

A사 '밀봉 생리대' 판매자들이 인터넷 홍보에 활용하는 MBC '불만제로' 화면과 홍보 문구(오른쪽 위)

ⓒ MBC

2년 전 이른바 '밀봉 생리대'가 화제가 됐다. 2011년 8월 MBC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 불만제로 > (생리대의 불편한 진실 편)에서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를 조사했더니 낱개 밀봉 포장이 안 돼 벌레나 곰팡이 등 오염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29종 가운데 낱개 포장된 제품은 2종에 불과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시중에서는 '밀봉 생리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위생에 민감한 여성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에도 밀봉 생리대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리대 밀봉해야 오염 차단? 정작 제조사는 "위생과 무관"

생리대는 일반적으로 외부 포장만 밀봉하고 낱개는 별도 포장 없이 스티커만 떼어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낱개 포장 제품 가운데 A사 생리대는 '네트워크 마케팅' 형태로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있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할 수 있는 건 B사 제품뿐이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선 < 불만제로 > 방송 내용을 앞세워 "우리 제품은 밀봉하기 때문에 위생적"이라는 A사 생리대 판매자들의 홍보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A사 판매자들은 '하나하나 완전 밀봉포장으로 외부오염으로부터 차단한다'거나 '외부 세균 유입 문제점이 없다'며 자사 제품을 홍보했다. 심지어 '불만제로의 테스트를 통과한 생리대'라는 홍보 문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A사 판매자는 14일 < 오마이뉴스 >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포장 상태가 위생 문제에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밀봉을 안 하는 건 단가를 낮추려는 대기업 횡포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생리대 밀봉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대기업 봐주기 식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정작 밀봉 생리대를 만드는 제조사들 얘기는 달랐다. A사 본사 관계자는 20일 전화 통화에서 "낱개 제품을 밀봉하는 것은 우리 제품 장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이지 위생과 크게 관계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역시 밀봉 제품을 만드는 B사 관리팀 관계자 역시 "낱개 밀봉은 위생과 큰 관계가 없다"며 "소비자들이 조금이나마 안심하도록 하려고 밀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14일 "생리대는 붕대나 휴지와 마찬가지로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면서 "식약처에서 정한 포장 규정은 없고 각 회사에서 제품에 사용된 화학성분 등에 따라 개별 포장 유무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품 출시 전에 성분 검사를 하고 노출 시 벌레를 유인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개별 포장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밀폐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낱개 밀봉을 하지 않는 업체 얘기도 다르지 않았다. 생리대 제조업체인 C사 연구개발팀과 D사 직원도 "낱개 밀봉과 위생 상태는 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들은 생리대 위생은 겉포장을 뜯은 후 소비자들이 개별 관리해야 할 문제로 봤다. 실제 이들 회사 제품 뒷면 주의사항에는 '습기나 벌레로 인해 오염·변질될 수 있으므로 실온에서 밀폐하여 건조한 곳에 보관하라'고 써 놓았다.

E사 연구개발팀 직원은 19일 "생리대 내에 벌레를 꼬이게 하는 성분이 있어도 밀봉 포장이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에게 주의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이후 소비자 특강을 통해 생리대를 밀폐시켜 관리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여러 제품의 뒷면에 '밀봉해 보관하라'는 주의사항이 표시되어 있다.

ⓒ 황혜린

'불만제로 테스트' 통과는 과장... 실패한 차별화 마케팅?

'불만제로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내용에도 과장이 섞여 있었다. 당시 방송에서는 생리대에 주로 출몰한다는 쌀벌레가 외부 비닐 포장까지 뚫고 제품 내에 유입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역시 비닐로 낱개 포장을 하더라도 벌레 침입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생리대 낱개 포장과 위생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16일 서울 한 대형마트 생리대 매장 판매직원인 이아무개(여)씨는 "위생 상태보다는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어차피 일회용이고 한 팩을 한 번에 다 쓰는 경우가 많아 손님들이 낱개 포장 여부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유나(25·여)씨는 "밀봉 포장 여부보다는 생리대 자체 화학 물질 문제가 큰 것 같다"면서 "비닐 포장이 세균 유입을 막는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밀봉하면 안심해도 된다는 건 '눈 가리고 아웅' 같다"고 밝혔다.

생리대가 여성 생필품이고 사용량이 많다 보니 소비자과 제조사 모두 위생 문제보다는 판매 단가를 낮추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D사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생리대는 생활품 성격이 강한데 낱개 밀봉을 하게 되면 단가가 크게 올라가서 회사도 소비자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밀봉을 하지 않는 일반 제품들은 1개당 100~200원대인 반면, 밀봉한 제품은 개당 400원에서 1000원에 이른다. 매달 생리대 수십 개를 써야 하는 여성 소비자들이 선뜻 밀봉 제품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다.

시중의 생리대는 보통 스티커로만 포장이 되어 있다.

ⓒ 황혜린

그럼에도 일부 제조사들이 밀봉 제품을 내놓는 건 위생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한 일종의 차별화 마케팅으로 읽힌다. A사 관계자는 20일 "밀봉 처리는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안정감을 주는 한편 제품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려는 차별화 마케팅"이라면서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단가가 낮은 타사 제품을 선택하겠지만 위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는 아무래도 더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밀봉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차별화 마케팅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나나우유 논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 후발업체가 '원래 바나나는 하얀데 기존 제품들은 노란색 색소를 쓴다'며 흰 바나나우유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인 적이 있다. 인체 유해성을 떠나 식용 색소에 대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겨냥한 것이다.

밀봉 생리대 역시 이렇듯 '제품 차별화'엔 성공했지만 실제로는 위생과 연관성이 불명확했다. 결정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시장 주도에 실패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황혜린 기자는 < 오마이뉴스 > 1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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