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안남자' 작가 이원호 무협소설 '고려혼' 펴내


"한국적 무협 스타일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무협지 하면 중국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우리 역시 흥미진진하고 박력 있는 무협소설을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거죠." 최근 장편 무협소설 '고려혼'(高麗魂·전 3권·한결미디어)을 펴낸 이원호(66) 작가의 말이다. 문화일보에 소설 '서유기'를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는 이 작가는 지난 7월 3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무협이란 바로 '고려 무협'을 뜻한다"며 "이번 소설에서도 중원을 배경으로 하지만 주인공은 몽골에 끌려간 고려아(高麗兒)"라고 밝혔다.
작가는 이어 "중국 무협소설은 스케일은 웅장하지만 허세 또한 너무 심하다"면서 "보다 사실적이고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무협소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소설 '고려혼'은 그 같은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녹아 있는 작품이다. 일곱 살 때 몽골군에 의해 아버지와 어머니, 두 동생이 참살되는 장면을 목격한 주인공 김산은 중원으로 끌려가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도 초절정 고수(高手)로 성장한다. 그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1권은 흥미진진하면서도 무척 사실적이다. 예컨대 여진족 사냥꾼에게 잡혀간 김산이 맹수들을 유인하는 '살아 있는 미끼'가 돼 성장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 과정에서 김산은 시각과 청각, 후각 등 오감이 맹수 못잖게 예민한 아이로 성장한다.
이어 몽골군의 무장이었던 호율태로부터 체계적인 검술과 기마술, 병법 등을 익힌 김산은 또 다른 사부 묘합과 그의 형 소천으로부터 비장의 무공을 전수받는다. 20세가 된 김산은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혼란기를 겪고 있던 몽골제국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하나씩 원수를 처단해 가는 김산은 제국의 심장부로 접근해 광대한 땅을 마주한다. 마침내 '고려혼' 김산의 대활약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작가는 "사실, 몽골의 고려 침략은 임진왜란보다 더 참혹했고, 더 긴 세월 동안 한반도를 지옥으로 만들어 놓았다"면서 "무신정권 시대의 고려는 왕과 조정이 강화도로 천도한 채 전 국토가 몽골군에 제물로 맡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 고려인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예로 끌려가 여자는 성(性)노리개가 됐으며 아이들은 짐승처럼 사육된 후 매매됐다"고 덧붙였다.
'왜 역사 무협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역사소설은 그것이 픽션이라고 하더라도 후대의 독자, 나아가 다른 나라의 독자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중국이 '삼국지'를 통해 얼마나 큰 효과를 보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전국시대를 그린 대하소설 '대망' 역시 일본인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것.
이 작가는 "한국 독자들도 '삼국지'나 '대망'을 읽으면 어느덧 중국과 일본에 대해 일종의 환상을 갖게 된다"면서 "중국의 허풍 섞인 위세나 일본의 역사적 인물들을 영웅시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계속 '고려 영웅', '조선 영웅'을 생산해낼 것"이라며 "좀더 확대하자면, 내 소설이 중·일어로 번역돼 그들에게도 한반도 영웅의 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작가의 이 같은 바람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기업소설·역사소설·정치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60여 종 167권의 소설을 출간한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 중에서 '삼대'와 '할증인간'을 영어로 번역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미국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캐나다 토론토의 한인신문에 소설을 연재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면서 "당시 독자들이 왜 미주 시장에 진출하지 않느냐고 말하더라"고 소개했다. 이 작가는 "앞으로는 조금 무게 있는 작품에 치중할 계획이지만 소설이란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만큼은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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