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사과하라" 청계광장서 3만여 촛불의 외침

입력 2013. 8. 3. 22:30 수정 2013. 8. 4. 17: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3보> "우리가 민주주의 지켜내자" 한 목소리

'국정원장 해임' '국정조사 연장' 등 촉구…다음주 다시 촛불집회

저녁 7시30분께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5차 범국민 촛불문화제'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더 많아졌다. 해가 진 광장은 3만여개의 촛불(주최쪽 추산)로 금새 물들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평일 촛불집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도 모였다.

문화제의 시작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의 공동의장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가 알렸다. 무대에 오른 조 교수는 "87년 민주항쟁으로 이뤄낸 성과들이 무너지고 있다. 군 출신이 국정원장 등 주요 요직에 자리잡고 있으며 문민 정신도 훼손되고 있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뒤 △새누리당 국정조사 특위 위원 전원 사퇴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의 주요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민주당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인 신경민 의원은 무대에 올라 "국정조사에서 (국정원 사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나오자 두려움을 느낀 새누리당 의원들이 휴가를 갔다"고 여당에 국정조사 파행의 책임을 물었다. 또 "침묵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들에게 이제 대답을 할 때다"고 국정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라", "국정조사 연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발디딜 틈 없는 청계광장을 지켰다.

참여 시민들은 국정조사 파행과 '침묵하는' 청와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올해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나온 이아무개(75)씨는 "새누리당이 아전인수격으로 힘을 앞세워 국정조사를 망가뜨린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 뿐이다. 박 대통령이 '버리면 웃는다'는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대통령 출마했을 때 자기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살신성인할 것이라는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그 초심 잃지 말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언론 보도에도 답답함을 드러냈다. 연인과 함께 집회를 찾은 김보람(26·구로구)씨는 "심각한 사안인데도 언론이나 경찰이 어떻게 된 사실인지 속시원하고 믿을만하게 밝혀주지 않아서 답답했다"며 "집회를 한다고 무엇이 바뀔까 하는 회의감이 들지만, 그래도 1명이라도 더 나와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언론도 보도할 거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남편, 17개월된 아들과 이날 처음 집회에 온 정아무개(35)씨는 "아들 보기에도 '이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나오게 됐다"며 "언론에서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 사안을 다른 걸로 덮으려는 정치권의 핑퐁게임만 보여주고 있어서 더 자세한 얘기들을 들으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1시간30분 전부터 시민들을 상대로 집회를 홍보한 유지연(숭실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씨는 "친구들과 모여 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하면서 우리가 직접 민주주의를 살려내고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보니 촛불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진 음악공연 등에 시민들은 박수로 호응하며 문화제를 즐겼다. 문화제는 밤 9시께 마쳤고, 시민들은 다음 주 '6차 국민촛불대회'에서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며 마무리했다.

김효실 정환봉 기자 trans@hani.co.kr

"국정원 감싸는 새누리당의 목적은 진실은폐"<2보> 김한길 대표, 박 대통령에게 회담 제안 "언제든…"민주당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 1만5000여명 모여

이 날 6시, 수십개의 민주당의 지역위원회 깃발이 나부끼는 가운데 민주당 주최의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가 열렸다.

김한길 당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 대선을 전후해 몇달동안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국가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일, 경찰이 증거를 은폐 축소하면서 대선 사흘 전 거짓 수사발표로 국민을 속인 일, 국정원이 대선개입 사건을 덮으려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공개하며 정치에 개입한 일, 대선과정에 정상회담 회의록이 박근혜 캠프에 불법유출된 일, 그 회의록을 대선 유세장에서 낭독하며 대선에 활용한 일들은 민주주의를 짓밟은 국기문란 사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사과할 일 있으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솔직히 사과해야 한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제 1야당 대표로서 박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한다. 사전 조율, 의전 필요없다.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고 말했다.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1만 5000여명(주최쪽 추산)의 당원 및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박수를 치며 연설에 호응했다. 남편과 함께 세살박이 딸을 데리고 집회에 참석한 정화영(33)씨는 "가만히 있으면 답답하고 할 수 있는게 마땅히 없어서 촛불집회에 참여라도 하려고 나왔다. 예상보다 사람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전병헌 원내대표는 "누가 국정조사를 방해하고 파탄내고 있느냐. 국정원과 짜고 정상회담 대화록까지 불법으로 공개하면서 방해하려는 세력이 누구냐"며 "바로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의 목적은 진실은폐 오직 하나다. 국정원을 감싸고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진실은 감춘다고 감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과 국민의 요구는 간단하다. 민주주의를 살리고 국정원을 개혁하자는 것이다. 첫째는 진상규명, 둘째는 책임자 처벌, 셋째는 국정원 개혁, 그리고 대통령사과"라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결과에 승복한다고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저지른 민주주의 파괴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며 "민주주의 수호는 민생수호의 지름길이자 최후의 파수꾼이다. 민주당은 한 손에는 민생, 다른 한 손에는 민주주의를 움켜쥐고 국민과 함께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민주당의 '보고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행사 현장에서 100m 가령 떨어져 있었던 강아무개(51)씨는 "민주당이 지금은 거리에 나왔지만 언제 배신할 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며 "국정원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유일한 길은 기회주의적인 정치 세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드는 것 뿐이다"고 말했다.

이날 청계광장 입구 쪽에는 보수단체 회원 10여명이 "국정원을 흔들지 마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사를 벌였다. 보수단체인 활빈단 회원인 홍정식(63)씨는 "조금 잘못한 것을 과장해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을 흔들면 안된다"며 "촛불이라는 이름아래 사회질서를 흔드려고 하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밝혔다. 또 "현재 보수단체 회원 500여명이 광화문에 와 있으며 시위대가 광화문 광장을 넘어 청와대 등으로 가려고 할 땐 우리도 몸으로 막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날 행사에서는 여성 국회의원들이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합창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시인인 도종환 의원은 '상선암에서'라는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7시 현재 경찰은 36개 중대 2100여명 경력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7시가 넘어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의 구호를 외치며 민주당 보고대회를 마무리했다. 이어 2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시국회의)가 국민촛불대회를 열었다. 민주당 당원의 깃발은 내렸지만 깃발 아래 당원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고, 민주당 의원 112여명도 촛불집회에 함께 했다.

상선암에서

 도종환

 차가운 하늘을 한없이 날아와

 결국은 바위위에 떨어진 씨앗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흙 한 톨없고 물 한방울 없는 곳에

 생명의 실핏줄을 뻗어내릴 때의 그 아득하처럼

 우리도 끝없이 아득하기만한 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바위 틈새로 줄기를 올리고 가지를 뻗어 세운

 나무들의 모습을 보라

 벼랑끝에서도 희망은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다로 희망은 있는 것이다

 불빛은 아득하고

 하늘과 땅이 뒤엉킨 채 어둠에 덮여

 우리 서 있는 곳에서 불빛까지의 거리 막막하기만 하여도

 어둠보다 더 고통스러이 눈을 뜨고

 어둠보다 더 깊은 걸음으로 가는 동안

 길은 어디에라도 있는 것이다

 가장 험한 곳에 목숨을 던져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있는 것이다

 하어영 김효실 정환봉 기자 haha@hani.co.kr

"국정원 사건 진상 밝혀라" 청계광장 찾은 시민들<1보> 민주당 '국정원 개혁촉구 국민보고대회'백낙청 교수, 김한길 대표 만나 "당당하게 임해라"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뜨거운 햇볕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편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앞으로 시민들이 속속 모였다. 이날 오후 5시30분에 열리는 민주당의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촉구 국민보고대회'와 오후 7시로 예정된 '국민촛불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다. 수은주가 32도를 가르키는 더운 날씨에 거리엔 그늘도 찾기 어려웠지만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5시께, 청계광장에 모인 700여명의 시민들은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개혁', '국민의 손으로 국정원 개혁' 등의 손팻말을 들고 곧 시작될 촛불집회를 기다렸다.

밝은 표정으로 땡볕을 견디고 있는 시민들도 국정원 사건에 대한 분노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이날 처음으로 집회에 나왔다는 김미연(64)씨는 "(국정원 사건이) 결국 나 같이 집에만 있던 사람까지 촛불을 들게 만들었다. 지금은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가 제대로 된 것이라면 국정원 사건의 진상을 속속들이 밝혀야 한다"며 "컨닝을 하면 시험 무효 아니냐. 이번 선거도 말하자면 그런 컨닝이 있었고, 그 컨닝을 누가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에 사는 한용헌(68)씨는 '국정원이 만든 가짜 대통령'이라는 손팻말을 든 채 "어버이연합 같이 노인들이 다 보수적인 건 아니라는 거 보여주려고 다른 친구들과 같이 나왔다"고 청계광장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오전에는 사흘째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이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오전·오후 홍보에 나서며 보고대회를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민주당은 이번 보고대회가 국정원 국정조사 정상화와 국정원 개혁에 이르는 대여 협상에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상근 목사는 이날 낮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오찬회동을 갖고 정국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상근 목사는 "적당한 시점에 장외투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원내, 원외 병행투쟁을 하기로 한 일은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백낙청 교수는 "상황에 따라 원외 부분이 더 커진 것이다. 국회를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다. 당당하게 임하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을 전후해 몇 달 동안 벌어진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성역 없는 진상규명, 성역 없는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 국회와 국민이 주도하는 국정원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은 반드시 얻어낼 수 있도록 국민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고대회에 앞서 사전행사로 마련된 시민발언대에서는 이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보고대회에는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하어영 김효실 정환봉 기자 haha@hani.co.kr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 민주당, 촛불 합류 [한겨레포커스]

<한겨레 인기기사>■ 아! 어깨…정찬성, 잘 싸우고도 불운에 지다서울대공원의 홍학이 날지 못하는 끔찍한 이유는?페북 '좋아요' 1000개=1만7천원, '클릭 공장'을 아시나요[화보] 19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해수욕장 풍경 변천사[화보]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 현장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