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를 찾아라] 봉준호 감독이 문신 새긴 사연

4년 만에 연출 복귀작 '설국열차'(제작 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를 선보이는 봉준호 감독.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 나선 봉 감독에게서는 전과 다른 신체의 변화가 발견됐다. 반팔 티셔츠를 입은 그의 왼쪽 팔뚝 부근에 나무 가지와 같은 문신이 언뜻 보였다.
2009년작인 '마더'의 개봉을 기념해 봉준호 감독은 처음으로 문신을 새겼다. 그의 왼쪽 가슴팍부터 어깨와 팔뚝 부위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우뚝 서 있다. 새도 날아다닌다. '마더'에서 엄마(김혜자)가 수감된 아들 도준(원빈)을 만나고 돌아오는 버스 밖으로 보이는 나무를 그의 몸에 심었다.
봉준호 감독은 "전남 장흥 교도소 근처였다. 영화에서도 버스 창문 밖으로 그 나무가 보인다. 기억에 남아 문신으로 새겼다"고 밝혔다.
그를 문신의 길로 이끈 주인공은 '마더'에 이어 '설국열차'에서도 호흡을 맞춘 홍경표 촬영 감독이다. 그의 소개로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타투이스트를 만났다. 봉준호 감독의 문신은 무려 나흘에 걸쳐 완성됐다.
봉 감독은 "일주일 동안 4번 가서 약 2시간씩 10시간이 걸렸다. 규모가 큰 문신이라 연이어 하면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힘들다. 치과 가는 기분으로 다녀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문신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저항이나 반항의 의미를 준다. 조직폭력배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때문에 영리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대명사인 봉준호 감독과 문신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아마도 봉준호 감독에게 문신은 아픔이자 기억이었을 것이다.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영화를 완전히 떠나 보내지 못해 단편을 체득한 셈이다. 때문에 그는 "'설국열차' 개봉 기념으로 작은 문신을 하나 더 새길까 한다"며 오른 손목을 가리켰다.
봉준호 감독은 "문신을 새길 때는 자학하는 느낌이다. 내가 좋아서 스스로 하는 건데 되게 아프다. 아프면서도 기분이 좋다"며 "빨리 한번씩 해보라"고 웃으며 권했다.
평소 가정적이라고 소문난 그의 일탈에 가족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처음 문신을 새긴다고 했을 때는 반대하지 않던 아내였지만 여름이 되면 다소 다른 반응을 보인단다.
"여름이 돼 짧은 옷을 입고 다니니 비로소 '보기 싫다'고 하더라. 똥차에 스티커 붙인 꼴이다." 봉준호 감독다운 넉살과 너스레다.
'설국열차'는 1일 개봉된다.
안진용기자 realyong@sp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