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 한의사 원장님이 나온 프로를 보고서 한의사들은 본인들과 많이 다른 진단법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방송은 파급 효과도 크지만 예능이 주는 재미와 실제 진료 현장의 괴리감을 때문에 적잖은 원장들이 고민하는 상황이지요.
그와 더불어서 논리적인 모순도 드러났습니다. 이번 글에선 그 부분을 살펴보면서 치료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박명수씨에게 녹용은 안 맞고 녹용이 들어간 공진단은 맞는 이유가?
박명수씨에겐 녹용이 맞지 않지만 공진단은 잘 맞는다고 했지요. 아이러니컬 한 면이 있다면 공진단에 녹용이 대량으로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산수유는 사상의학적으론 소양인 약이지요.
(MBC 무한도전 장면 캡쳐)
원래의 처방에 근거한 공진단은 사향, 녹용, 산수유, 당귀로 구성되었습니다. 사향의 양이 아주 적음을 고려한다면 녹용의 비율은 더 올라갑니다. 박명수 씨의 소음인 체질에 녹용이 안 맞는다면서 공진단은 맞는다는 말은 어폐가 있습니다.
방송에서 보인 몸에 안 맞는 것이 닿으면 에너지가 변한다는 이론대로 풀자면 공진단 청병의 에너지와 안 맞을 수도 있고 만약 공진단에 금박을 둘렀다면 금의 에너지와 안 맞는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논리로 따진다면 시술자와 에너지가 맞지 않는 경우도 고려할 수도 있고 어떻게든 원인을 찾을 수는 있을 겁니다. 결국 순환논리로 답은 만들 수 있단 뜻이지요.
(공진단에 들어가는 녹용, 당귀, 산수유(사향은 안 나왔음))
침을 꼭 벌칙의 도구처럼 보여야 할까?
한의사는 추나, 봉약침, 교정, 외용제 등을 비롯해 다양한 치료 수단이 있긴 하지만 주로 인식되는 건 침과 탕약입니다. 대부분 원장들은 침을 치료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면서 벌로 침을 놓아달라는 보호자가 있다면 이건 벌칙의 수단이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침을 벌칙 도구로 쓰는 장면을 보면 힘이 빠집니다. 요리사가 칼을 소중히 여기고 목수가 공구를 분신처럼 생각하는 것처럼 한의사 역시 침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치과 치료를 받는 연예인들이 예능에서 희화화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주사를 맞거나 동물병원에서 동물이 진료 받는 과정도 희화화되지 않습니다. 한의사들의 침을 맞고 괴로워하는 연예인들의 장면이 웃음을 준다면 한의사들의 치료 과정도 우스워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침으로 고통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는 경우, 방송의 재미를 위한 수단이나 벌칙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원장들에겐 소중한 치료 방법이고 실제로 그 정도의 고통 없이 치료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전중혈을 눌러서 아프면 무조건 화병?
가슴 한복판을 누르면 아프기도 합니다. 이는 화병으로 진단할 수도 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지요.
- 매핵기(한의학적으로 기가 뭉친 증상으로 토하고 싶지만 담이 나오지 않고 계속 이물감이 있는 경우)
- 역류성 식도염(식도를 비롯한 내부 장기들이 겉으로 통증을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왼쪽 어깨 위가 아프기도 하고 신장의 문제가 있을 때 허리에 통증이 보내지는 경우가 있지요)
- 가슴 큰 근육의 문제(자세가 안 좋고 어깨가 앞으로 나간 경우, 가슴의 대흉근에 문제가 생겨서 통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 흉골근의 문제(흉골에 있는 작은 근육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 꽉 끼는 속옷(브래지어)의 문제(화병이라 하지만 우리나라는 꽉 맞는 브래지어 때문에 전중혈 부근이 아플 수도 있지요)
종합적으로 봐야지 하나의 증상으로 무조건 하나의 답만 내는 건 너무 이르다 봅니다.
귀를 접어서 아프면 무조건 디스크?
귀를 접어서 디스크가 튀어나왔다는 근거를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 한의사들이 하는 디스크 진단은 이학적 검사, 환자의 주관적인 호소, 영상 자료 참조가 일반적입니다.
영상자료 참조를 하는 경우 X-레이를 보고 디스크를 확진할 수는 없습니다. X레이 자체엔 신경, 인대, 힘줄, 추간판 같은 것들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이학적 검사는 신경의 압박이나 몸의 움직임을 통해 추간판 탈출증이 인한 원인인지 추정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기법이 있지요. 가장 간단한 건 다리의 움직임으로 요추 추간판 탈출을, 머리를 눌러서 경추 추간판 탈출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만약 MRI상 디스크가 나왔다 하더라도 실제 통증의 원인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영상과 통증이 항상 일치하진 않는다는 말이지요. 추간판이 튀어나왔고 염증 부위가 신경을 압박해서 신경학적인 이상이 있다면 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증상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추간판 탈출은 염증의 정도와 신경에 대한 압박, 추간판의 이탈 정도를 파악해서 증상 완화를 우선적인 목표로 하고, 회복이 어렵거나 급히 일상에 복귀하려 하는 경우 수술적인 요법도 고려합니다.
영상 자료도 참조하지만 환자의 증상이나 신경학적인 문제의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이학적인 검사와 환자의 주호소 증상 역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종합적인 판단으로 진단하고 접근해야 하나 귀를 접어서 아프면 디스크이고, 안 아프면 디스크가 아니란 진단은 다소 개연성이 적어보입니다. 지금 당장 추간판 탈출증이 있는 이들을 모아놓고 귀를 접어서 관찰하면 수많은 반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지방간을 귀의 진단 만으로 판단?
한의학적으로 '전식론'이란 게 있습니다. 각 신체의 기관이나 부분이 전체와 비례한다는 개념으로 손이나 발, 귀를 비롯해 두피 등도 각 신체에 대응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한의사가 이런 이론을 따르는 건 아니지요. 이런 경우 만약 귀를 뚫는다면 거기에 해당하는 장부가 손상을 입는다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대응점이나 반응점 정도의 의미는 있겠지만 지방간이라고 진단하는 건 다소 중간의 검증과정이 부족해보입니다.
방송용 두꺼운 침과 현실의 괴리감
보통 한의원에서 쓰는 '호침'은 방송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터라 방송에 보이기 위해 일부러 두꺼운 것을 사용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출연진의 통증은 심해지고 이는 시청자로부터 한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곤 합니다. 일선 원장들은 이런 부분까지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지요.
혀를 보고 김연아 선수, 아사다마오 선수의 체질 진단?
http://sports.media.daum.net/general/news/moresports/breaking/view.html?newsid=20130320120014584
혀만을 보고 체질을 진단하는 건 다소 무리수라 봅니다. 경향성이나 습관, 체형이나 성격 등을 고려해야 하지요. 그리고 태양인이라고 분류했다면, 태양인 여성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문구도 있습니다. 실제 점프는 상체가 아니라 하체의 힘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골반과 이하의 방광경락, 담경락의 근육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합니다.
게다가 혀를 살펴보면, 가운데 골이 파져있는 것으로 통해 척추와 관절에 무리가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확대해석한 측면이 큽니다. 척추와 관절이 안 좋은 환자들과 혀의 모양이 어느 정도 유의성이 있는지 검증하면 금방 반례가 나올 사안이지요.
아쉬운 점들
무한도전 한의사 편을 보면서 한의학의 자긍심을 높였다는 원장들을 아직까지 단 하나도 못 봤습니다. 평균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면 모르지만 대부분이 부끄럽다거나 어떤 식으로 자신과 '방송에 나오는 유명'한의사와의 간극을 해명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위기였지요.
예능은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실제와 충분히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게다가 방송의 특성상 단순화 시켜서 보내야 하기에 원장님 입장에선 하나의 증상으로 진단을 무조건 내렸을 수도 있단 느낌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한도전 정도의 파급력 있는 프로가 한의학계의 일반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 고려했으면 어떨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