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최고 마무리의 마지막 올스타전
작년 부상에 "이렇게 끝낼수 없다""은퇴 1년 미뤄
[동아일보]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이 17일(한국 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안방구장 시티필드에 울려 퍼졌다. 올스타전을 찾은 관중 4만5186명과 올스타 선발 선수 모두 기립 박수로 생애 마지막 올스타전 마운드에 오르는 샌드맨(상대를 잠들게 만드는 요정)을 맞이했다. 시즌 뒤 은퇴를 선언한 샌드맨은 8회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다시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경기 뒤 메이저리그 팬들은 '샌드맨' 마리아노 리베라(44·뉴욕 양키스)를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로 뽑았다. 버드 셀리그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MVP 트로피를 전달하면서 "리베라를 알게 된 건 특권(privilege)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베라의 야구 인생에는 특권보다는 우연이 더 많았다.
양키스에서만 19년을 보낸 리베라는 파나마 출신이다. 파나마는 야구보다 축구 인기가 높은 나라. 리베라는 어린 시절 발목을 다쳐 축구를 할 수 없게 되자 야구를 하게 됐다. 투수가 된 것 역시 어깨만 좋은 유격수라는 평가 때문이었다. 투수로도 시원찮아 1995년 양키스는 그를 신시내티로 트레이드하려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만약 그가 트레이드됐다면 팀 선배 존 웨틀랜드에게 주무기 '컷 패스트볼(커터)'을 전수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올해 은퇴하게 된 것도 우연이다. 리베라는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5월 방문 경기를 앞두고 무릎을 다쳤다. 경기 전 연습 때 외야로 날아오는 공을 잡으려다 펜스에 부딪힌 것. 이미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608세이브) 기록을 세운 리베라가 계획대로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큰 부상이었다. 하지만 리베라는 "선수 생활을 이렇게 마무리하는 마무리 투수가 되고 싶지 않다"며 수술과 재활을 거쳐 올해 복귀했다. 그리고 올 시즌 전반기에만 30세이브(리그 2위)를 올렸다.
마무리 투수는 선수 생명이 짧은 포지션이다. 양키스 마무리 투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부진은 곧 퇴출이다. 리베라는 그 자리를 17년이나 지켰고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도 5개나 챙겼다. 리베라는 "매년 은퇴를 각오하고 던졌기 때문에 호투를 이어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키스 팬들은 그의 이름 마리아노(Mariano)를 줄여 모(Mo)라고 부른다. 이름도 다 부르기 전에 경기를 끝낸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해 그 황당한 부상은 '그렇게 서둘러 야구를 떠나지 말라'며 야구의 신이 그에게, 또 팬들에게 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리베라보다 그 선물의 가치를 더 잘 아는 선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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