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큰 가슴 여배우' 전성시대 이끈 원조 베이글녀 선우일란

윤상길 2013. 7. 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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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상근의 추억앨범 ⑭] 8090 세대에 대한 재조명 작업은 2013년 상반기 방송이 일군 성과 가운데 하나이다. 이 작업은 연예계 전반에 걸쳐 두루 진행됐는데 특히 8090 영화배우에 대한 재조명은 40, 50대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주로 종합편성채널에서 이루어진 재조명 작업은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을 갖는다는 데에 의미도 있다. '애마부인'으로 대표되는 안소영(55)은 이 작업의 대표적 수혜자라 할 수 있고, 그와 쌍벽을 이룬 선우일란(51)도 방송에 자주 노출되면서 올드팬뿐 아니라 젊은 시청자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추억의 앨범에서 보듯이 작고 앳된 얼굴과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소유자였던 선우일란은 원조 '베이글녀'라고 할 수 있다.

에로영화의 황금기였던 1980년대,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던 '산딸기2'(1984)의 헤로인 선우일란은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 출연 당시 불과 19살이었던 그는 에로 영화에서 보기 드문 앳되고 귀여운 외모로 당시 대한민국 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선우일란은 고교시절 여학생 잡지의 표지모델 발탁을 계기로 1982년 CF 모델 활동을 하던 중 남달리 볼륨 있는 몸매 덕분에 충무로의 러브콜을 받았다. 본명은 길은정. 당시 길은정으로 활동하던 가수가 있어 그의 매니저이기도 했던 영화계 최초의 여성 매니저 일명 '태식엄마'가 지어준 예명 선우일란을 쓰기 시작했다.

'산딸기'는 '애마부인'과 함께 80년대 스크린을 주름잡았던 에로영화 시리즈물이다. 지금은 종교에 귀의해 전도 활동에 열심인 김수형 감독(68)이 6편까지 만든 영화다. 원조인 '산딸기 1'의 주인공은 같은 시기 '애마부인'으로 줏가를 올린 안소영이 출연했고, 선우일란이 2, 3편의 헤로인으로 연이어 등장했다. 다음으로 강혜지(4, 6편), 소비아(5편) 같은, '가슴 큰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 '산딸기'는 기획 단계에서는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기대를 모았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단편 '분녀'를 원작으로 한 데다, 1957년 스웨덴의 거장 감독 잉마르 베르만의 동명 영화가 수준 높은 예술영화로 영화 팬들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영화가 개봉되자 향토색 짙은 문예영화를 기다렸던 팬들의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다. 영화는 시종일관 '여배우 속살 드러내기'에 충실했고, 카메라는 뒤엉킨 남녀의 일그러진 표정을 쫓기에 바빴다.

예나 지금이나, 상업영화의 속성이란 게 관객만 많이 들면 그만 아니던가.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산딸기'는 6편까지 등장할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덕분에 선우일란은 '대박배우'로 인기가 치솟았다.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데뷔 신고식을 마친 그는 '길고 깊은 입맞춤'(1985), '물레방아'(1986), '떡'(1988) 등에 출연하며 에로 영화의 전성기와 함께했다. 특히 1991년 '밤으로의 긴 여로'(감독 김시화)에서는 젊은 미망인 유혜리 역을 맡아 도회적이고 세련된 패션을 보여주기도 했다. 선우일란은 뭇 여성들이 부러워할 완벽한 가슴과 다리를 갖고 있어 한복부터 기성복까지 어떤 옷을 입어도 세련되게 소화했다.

앳된 이미지를 벗고 한층 성숙해진 연기로 전성기를 이어가던 1993년, KBS 드라마 '바람 구름과 비'를 마지막으로 연기 활동을 마감, 선우일란은 돌연 하와이로 떠났다. 당시 유명세 탓에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에게 하나의 '도피처'였던 셈이다. 그는 그렇게 5년 동안 미국에서 보석공부와 휴식을 병행하며 자유를 만끽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홀로 지낸 것에 대한 외로움 때문일까. 그는 1998년 귀국 직후 8살 연상의 남자와 만난 지 얼마 안 돼 결혼하고 아들까지 낳았지만 곧 파경을 맞았다. 이후 그는 숨으려하기 보다 당당하게 남들 앞에 서는 싱글맘이 돼 아들을 키워왔다.

최근 한 토크쇼에 아들과 함께 출연해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 선우일란. 하나뿐인 아들에 대해 "외아들을 결혼시키고 나면 실버타운에 들어갈 생각이다"라는 그의 말에서 모성애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제 선우일란은 에로배우라는 타이틀보다 '엄마'라는 옷이 더욱 잘 어울리지만 여전히 연기에 목말라 있다. 오랫동안 활동을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숨길 수 없는 끼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50대에 접어든 그는 지금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도 환영받을 만큼 여전히 아름답다. 스타의 화려함이 아닌 세월의 지혜와 성숙함을 얻은 선우일란은 전성기 때와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넘치는 열정을 가진 그의 연기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리=티브이데일리 윤상길 편집위원 news@tvdaily.co.kr / 사진=사진작가 김상근 제공]

선우일란

| 안소영| 에로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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