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
누군가가 악기를 내동댕이쳤다. 천재 음악가의 바이올린 줄이 끊어지고, 몸통이 부서졌다. 새로운 악기를 찾아 헤매지만, 명품 스트라토바리우스조차 옛 음색을 되살릴 순 없었다. 바이올리니스트는 절망한 나머지 죽음을 선택하기로 한다. 어떻게 죽을까? 기차 선로에 목을 걸치고 가로 눕기? 낭떠러지에서 투신하기? 아니면 권총 자살은? 하지만 천재 음악가는 "너무 아플 것 같아" 이 전통적인 자살법을 포기한다. 수면제를 먹고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쓴 채 죽는 것은 가장 편하다지만 위대한 음악가에게 결코 폼나지 않아 역시 통과. '비닐봉지맨'으로 역사에 남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결국 주인공은 침대에 누워서 '우아하게' 죽음을 기다리기로 한다. 그리고 그는 일주일만에 죽어 8일째 땅에 묻힌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과연 부서진 악기뿐이었을까? 저승사자를 기다리는 일주일간 그의 머리 속에 떠오른 지난 옛 일은 어떤 것이었을까? 예술의 종착역, 인생의 마지막에 만난 것은 첫사랑의 달콤한 비극, 씁쓸한 희극이었다.
영화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감독 마르잔 사트라피, 빈센트 파로노드)은 한 천재음악가를 통해 본 첫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우화이자, 첫사랑을 앞두거나 겪은 모든 이들을 위한 동화이다. 달콤씁쓸한 희비극인 첫사랑이 부리는 고약한 장난을 동화같고 마법같은 아름다운 영상과 매혹적인 선율의 향연으로 그려내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공동으로 연출한 마르잔 사트라피와 빈센트 파로노드는 원래 만화와 일러스트 작가로 이란 혁명기 펑크록을 좋아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그려낸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로 유명하다. 실사영화인 이번 작품에서도 그들의 빼어난 회화적 감각이 빛을 발했다.

1950년대의 테헤란. 천재음악가 나세르 알리(마티유 아말릭 분)는 부서진 바이올린을 대신할 새로운 악기를 찾지 못한 절망감에 죽음을 결심한다. 다양한 자살법을 고민하던 나세르 알리는 결국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침대에 누워 기다리기로 하고, 고대하던 손님은 일주일만에 찾아온다. 주인공의 마지막 일주일은 과거로의 여행기와 같다. 어린 시절 그는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며, 매번 사고만 치는 소년이었으나 음악의 재능만은 출중해 20대가 되면서 당대 최고의 거장에게 가르침을 받게 된다. 스승의 말은 아직 젊은 그에게 어렵기만 했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자네의 음악은 쓰레기네. 삶은 숨결 같은 것이네. 한숨같은 것이지. 공기 중에 떠 다니는 그것을 낚아채야 하네."
결국 그는 첫사랑에 실패하고서야 스승의 말을 이해했다. 숨결같고 한숨같은 삶을 바이올린 활 시위 하나 하나에 불어넣을 수 있게 된다. 사랑을 잃자 음악을 얻었으나, 그 순간부터 삶은 고통이 됐다. 현실과 예술 사이, 지금의 가족과 지나간 첫사랑 사이에서 늘 팽팽했던 바이올린의 줄은 결국은 끊어지고, 부서진 악기는 천재 예술가의 목숨을 재촉했다. 샹송에서 탱고, 재즈, 클래식까지 바이올린 독주에서 협주, 관현악곡까지 아우르는 음악은 나세르 알리의 삶이 짓는 매 순간의 표정을 기막히게 담아냈다. 예술에 생명을 불어넣고, 육신에는 죽음을 가져온 첫사랑의 아이러니가 영상과 음악, 유머와 비극의 조화 속에서 펼쳐지는 영화다.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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