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창업위해 실리콘밸리 도전장 낸 女사장들

류현정 조선비즈 기자 2013. 6. 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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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는 2000년 스물여섯 한국에서 '베베타운' 창업 후 삼성물산에서 투자 받은 경험이 있다. 베베타운은 육아 정보 교류사이트. 당시 그는 미혼이었다. SK텔레콤에서 일하다 2006년 도미(渡美)해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시집갈 팔자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미국에서 눌러 앉아 모바일 게임회사 플레이퍼스트에 취업했다. 2009년 미국에서 첫 창업을 했다. 아이폰 앱 개발사였는데 사실 잘 풀리지 않았다.

창업은 그녀의 운명일까.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또 회사를 만들었다. 이번엔 독특한 패션 아이템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 '퍼펙트선데이(https://www.perfectsunday.co/shop/)'다. 우여곡절 끝에 '미운정 고운정' 든 캐나다인과 결혼도 했다. 남편은 2009년 창업한 회사의 공동 설립자였다.

#2 또 다른 그녀는 한국 온라인 게임 마케팅에서 잔뼈가 굵었다. 골프게임 '샷온라인'을 만든 온네트가 2005년 미국 진출했을 때 '온네트USA'에 파견 직원으로 뽑혔다. 미국에도 온라인게임 바람이 불었다. 영어도 익숙하지 않은 그녀에게 일할 기회가 계속 찾아왔다. 미국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업체 '아에리아 (Aeria)' 에서 전략사업팀 이사(Business Development Director)로 활동했다.

올 초 한국인 2명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 3명이 모여 온라인 게임 유통업체 '키야트게임즈(Kiyat)'을 만들었다. 우연히도 창업 멤버는 모두 여자다. 심지어 현재 채용면접을 진행 중인 사람도 여자다. 사무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100년 됐다는 건물에 입주했다. 책상 조립부터 인테리어까지 그녀들 스스로 책임졌다. 게임업계는 전통적으로 남자가 많다. 샌프란시스코 게임업계에서 키야트의 창업이 화제가 됐다.

미국은 창업 천국일까

조선비즈는 최근 미국에서 창업한 '열혈(熱血)' 여사장 박신영 퍼펙트선데이 대표(39)와 조현선 키야트 대표(37)를 스카이프 화상통화로 인터뷰했다. 지난달 14일, 15일에 걸쳐 화상 통화하고 추가 이메일 인터뷰도 진행했다.

퍼펙트선데이는 페이스북 구전 효과를 십분 활용한 온라인 쇼핑몰이다. 페이스북 아이디로 로그인해 친구에게 제품을 추천하거나 원하는 제품을 '소망(wish)'하면, 내 페이스북 담벼락에 제품이 나타나고 포인트를 받는다. 친구들이 내가 갖고 싶은 제품에 '좋아요'를 눌러주면 할인 혜택도 얻는다.

키야트는 한국 유망 게임을 미국에서 유통하는 업체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을 돕는 컨설팅 업무도 병행한다. 창업한 지 얼마 안돼 모바일 게임 '아이러브커피'로 유명한 파티스튜디오가 미국 게임을 구매할 수 있도록 계약을 주선한 일도 있다.

'창업의 천국(天國)'이라는 미국에서는 정말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을까. 박 대표는 "한국에서도 창업해봤지만, 미국에서의 창업은 100배 어렵다"면서 "문화의 간극과 네트워크 차이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를 알아야 사용자가 절실히 느끼는 고통(pain point)을 이해할 수 있어 사업 아이템 발굴에 도움이 된다"면서 "네트워크가 좋으면 궁합이 좋은 팀을 만들기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일대 집값이 최근 창업 열풍으로 계속 치솟고 있다"면서 "저렴한 사무실을 찾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가끔 멈출 정도로 낡은 건물에 둥지를 틀게 됐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처음엔 무서워서 '후춧가루 스프레이'와 '야구 방망이'를 준비했다. 요즘은 여러 파트너사를 만나기 좋은 요지에 사무실이 있다는 점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두 사람은 미국이 창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점은 비즈니스 그 자체가 쉽다는 것이 아니라 실패해도 기회를 다시 주는 것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박 대표는 "진정성(authentic)을 보이고 인맥을 유지하면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것이 미국 비즈니스 세계"라고 했다. 실제 그는 2009년 첫 사업이 실패했지만 전직 메이시스 회장으로부터 펀딩(투자 유치)도 성공했다. 투자자는 한국, 미국, 한국계 미국인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조 대표는 네트워킹에 대한 경험담도 많이 들려줬다. 그는 비즈니스 파티에서 낯선 사람끼리 눈만 마주쳐도 말을 거는 것이 낯설기만 해 나름대로 방법을 찾았다. 강렬한 빨간색 원피스나 화려한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진한 인상을 남겨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도록 했다. 인맥 관리 서비스 링크드인(Linked In)을 활용한 것도 쏠쏠하게 효과가 있었다. 링크드인에 경력 사항을 업데이트하고 사람들과 수시로 연락하면 의사결정자를 만나는 인연이 만들어졌다.

박 대표는 "그동안 정보기술(IT) 트렌드는 수백만명의 사람을 어떻게 한곳에 집중시키느냐에만 신경 써왔는데, 최근엔 좋은 상품 그 자체에 집중하면 사람은 절로 모인다는 쪽으로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 대표가 운영하는 퍼펙트선데이에선 한국에서 제작한 '토끼 귀걸이' '해골 발찌' 등 디자인이 우수하고 독특한 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 그는 한국 디자이너 제품을 더 많이 소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창업하자마자 창업 멤버 전체로 회사로 들어오라는 제의를 받아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향후 5년 동안 한국 게임을 미국에 소개하는 일이라면 어떤 것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5년 후엔 또 다른 나라에서 게임 퍼블리싱을 시작해보겠다는 개인 목표도 설정해둔 상태다.

미국 창업 실전 노하우는 따로 있다

박 대표와 조 대표가 말한 미국 창업을 위한 노하우를 1문 1답 형태로 정리했다.

- 창업 준비 시작할 때 정보 어떻게 얻나.(박신영 대표) "쿼라(Quora) 같은 질의응답 사이트와 구글 검색을 이용한다. 멘토를 찾아간다."(조현선 대표) "코트라(KOTRA) 지원책을 보면 좋다. 'K-그룹'이라는 실리콘밸리 한인 모임(www.bayareakgroup.org)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기술 및 특허를 검증받을 수 있는 곳 있나.(박) CPA 홈페이지(http://www.uspto.gov/patents/process/search/)에서 검색해본다. 실리콘밸리 한국인 변리사를 찾아갈 수도 있다.(조)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술, 특허는 특허 관련 변호사를 통해서 한다. 투자는 벤처캐피탈을 찾아간다.

- 미국에서 사무실 어떻게 얻나.(박) 미국 크레이그 리스트(http://sfbay.craigslist.org/) 이용한다. 책상 개수대로 300~500달러 정도 사용료 낸다.(조) 크레이그 리스트를 주로 이용한다. 마음에 드는 건물 있으면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기도 한다. 스타트업들이 공간을 공유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 직원은 어떤 방식으로 뽑나. 한국계를 선호하나.(박) 초기 멤버 구성은 비전을 공유하는 잘 아는 사람과 하는 것이 좋다. '시간제' 또는 계약직을 몇 달 일하다 종일직 혹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계 직원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직무에 적합하면 인종과 성별 가리지 않는다.(조) 키야트의 경우, 미국 직장 동료나 직장 동료가 소개한 사람 위주로 창업 멤버를 경력자 선호한다. 한국 게임의 세계화가 목표라서 한국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영주권, 비자는 어떻게 처리하나.(박) 나는 석사과정 중 EB-1 비자 신청해서 영주권을 얻었다. 최근 창업자를 위한 비자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비자 받기도 점점 쉬워질 것으로 본다.(조) 미국 직장에서 비자 지원을 받았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신분을 가지는 게 창업자로서는 여러모로 유리하다.

- 영어 구사 수준은 어느 정도 돼야 하나.(박) 비즈니스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조) 영어를 잘 못하는 상태로 미국에 왔다. 나름대로 피나는 노력을 했고 현재 비즈니스 영어를 편하게 구사한다.

- 인맥은 어떻게 쌓나.(박) 창업 전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맥 넓혔다. 한국에서 일할 당시 만났던 사람들을 미국에서 만나 도움을 구한 적도 있다.(조) 비즈니스 파티가 어색해 나만의 방법을 만들었다. 화려한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어 진한 인상을 남겼다. 링크드인(LinkedIn)도 활용했다. 한번 사귄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 초보 창업자가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박) 주변 사람들 말에 휩쓸리지 마라. 상품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하는 데 회사부터 설립하고 변호사 비용과 회계사 비용을 쓰는 경우가 많다.(조)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시작하려는 것이 실수다. 사무실 비용과 인건비를 철저하게 알아보고 부담되지 않는 수준으로 시작하길 바란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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