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현상'에서 한국 사회를 본다]'일베' 와 '나꼼수', 주의·주장에 기반한 "유희".. 대중의 반응·인식은 극과 극

이효상 기자 입력 2013. 6. 3. 22:40 수정 2013. 6. 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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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베와 나꼼수, 그리고 넷우익, 신우익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이용자들은 '민주화세력'이라는 특정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조롱한다. 그 과정에서 이용자들 중 일부는 정치적 각성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일베는 어느 언론도 이야기하지 않는 진실이 논의되는 장이다. 표현은 거칠고 선정적이지만 이용자들은 유희의 일부라 생각한다.

이런 특성을 공유한 열풍은 이전에도 한국 사회에 등장한 바 있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이다. 나꼼수도 특정 세력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다. 일베와 다른 것은 대상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보수 정권이라는 점이다. 유희를 바탕으로 20대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냈고 지지자들에게 어느 제도권 언론 못지않은 신뢰를 받았다. 진행자 4명이 주고받는 욕설과 선정적 표현도 유희의 연장선으로 용인됐다.

2011년 11월 시민 3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 야외공연.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베는 나꼼수 현상의 거울 반전상이다." 문화평론가 최태섭씨는 일베와 나꼼수가 닮은꼴이라고 주장했다. 나꼼수가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한다고 보는 '민주화세력'을 일베 이용자는 '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한윤형씨는 "나꼼수가 보수정권을 제도권, 기득권으로 상정하고 불신한다면, 일베는 민주화세력이 사실을 왜곡한다고 생각한다"며 "양쪽 다 음모론적 가설에 기대 환상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베와 나꼼수는 상식적으로 볼 때 '같은 편'이라고 생각되는 인사를 비판한 적도 있다. 일베 이용자들은 대표적 보수논객인 '조갑제 닷컴'의 조갑제 대표를 '종북'이라 비난했고, 나꼼수 지지자들은 진보논객인진중권 동양대 교수를 '질투의 화신'이라 비난했다. 조 대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일베의 주장을 근거없는 것이라 비판했고, 진 교수는 후보자 매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편드는 나꼼수를 편파적이라며 비판했다. 일베나 나꼼수 모두 발언자가 애초 가지고 있던 정치적 성향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들이 규정한 적에 동조하는 행동을 한다면 적일 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나꼼수와 일베가 '무력감'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다고 지적한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기존 체제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인식은 엘리트나 힘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변화를 원하는 열망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표현된 것이 나꼼수와 일베다"라고 말했다. 최태섭씨도 무력한 개개인이 집단으로서의 영향력을 인정받기 위해 나꼼수와 일베를 선택했다고 본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이나 촛불집회를 거치며 무언가에 대해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면 힘으로 나타난다는 역사를 이미 경험했다. 현실에선 영향력이 없는 무력한 개개인이 현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인정받기 위해 서로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베와 나꼼수는 분명 닮았지만, 뚜렷한 차이가 있다.

나꼼수는 자신들의 존재를 대중에게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대부분의 나꼼수 청취자들은 나꼼수를 듣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일부는 자신들이 나꼼수를 듣는 것을 정치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하나의 취향으로 인식했고 주위에 권장하기도 했다.

일베는 다르다. 서로를 '일베충'이라 지칭하는 것도 서슴지 않지만, 온라인 밖에서는 '일베를 한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일베 이용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자신들이 일베를 한다는 것을 알린다는 뜻의 '일밍아웃'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하나의 역설이다. 그만큼 일베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일베 이용을 오프라인상에서는 쉽게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꼼수와 일베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매체이지만 거리로 나온 것은 나꼼수뿐이다. 나꼼수는 온라인을 넘어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교감하기도 했다. 나꼼수 진행자들이 거리로 나와 수차례 토크 콘서트를 연 것이다. 토크 콘서트는 암표가 나돌 정도로 붐볐다. 나꼼수 청취자들은 나꼼수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함께 기획한 '쫄지마기금' 모금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나꼼수의 이러한 활동은 정치세력화로까지 이어졌다. 결실을 맺는 데는 실패했지만 진행자 중 한 명인 김용민씨는 지난해 4·11 총선 당시 서울 노원갑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일베 이용자들에겐 아직까지 오프라인 활동이 없다. 일부 일베 이용자가 오프라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사진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사진 등을 찍어 올리는 등의 활동을 벌이긴 했지만 조직화된 활동까지는 펼치지 못했다.

일베에서는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 이용자들이 서로 친밀하게 교류하는 이른바 '친목질'이 규정으로 금지돼 있다. 나꼼수는 사람들을 최대한 모아 세력화를 추진하지만 일베는 스스로 세력화를 거부하고 개개인의 활동에 머물려 하는 것이다.

<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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