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자살 보도, 베르테르 효과 악순환

2013. 5.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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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기사 난무, 측근들에게 2차 피해 양산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가수 손호영 씨가 여자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자살을 시도해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면서 모방자살 등 파장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사건 정황이 언론에 실시간으로 자세히 보도되고, 속칭 '찌라시'로 민감한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나돌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는 유명인이 연관된 자살 사건이 언론에 자세히 다뤄지면서 오히려 모방자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잘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자살 장소와 방식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보도 행태가 측근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윤진 중앙자살예방센터 미디어정보팀장은 "자살 장소와 방법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등 자극적인 기사들이 난무했다"면서 "이는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살하는지 방법을 자세하게 가르쳐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손 씨의 여자친구 자살의 경우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앞다퉈 실의에 빠진 유족을 찾아가 억지로 인터뷰를 시도했으며, 손 씨의 사진이나 장례식장 앞 사진 등을 기사에 함께 싣기도 했다.

특히, 이번 건은 망자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털기로 불특정 다수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2차 피해를 키웠다. 경찰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이는 가족이나 애인 등 최측근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면서 2차 피해를 낳게 했다.

WTO(세계보건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한 명이 자살하면 주변 최측근 5명~10명은 죄책감으로 인해 자살 충동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측근들이 슬픔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고인의 죽음을 자신과 연관짓는 보도가 계속된다면 죄책감이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충격을 받은 손 씨가 고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나, 탤런트 최진실 씨의 자살 이후 동생 최진영 씨와 전 남편 조성민 씨가 잇따라 자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살 원인을 섣부르게 규정하는 것도 모방자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기사에서 '금전적 문제에 시달림', '남자친구와의 다툼' 등이 자살 원인으로 단정적으로 표현되면,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모방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진 팀장은 "자살 원인의 '과잉 일반화'는 모방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면서 "빚 때문에 혹은 이성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 자살했다고 표현하면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나도 죽어야 되나'라는 심리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이 모방 자살로 이어지는 '베르테르 효과'는 이미 수치로도 증명됐다.

자살예방협회의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월 유명 탤런트 최진실 씨의 자살 후 두 달 동안 국내 자살자는 3081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807명보다 무려 1274명 증가했다.

이은주 씨(2005년 2월), 유니 씨(2007년 1월), 정다빈 씨(2007년 2월), 안재환 씨(2008년 9월)의 자살 이후 2달 동안에도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자살자가 각각 414명(2154→2568명), 508명(1822→2330명), 312명(1992→2304명), 915명(1961→2876명)이 늘었다.

이처럼 왜곡된 기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자살 보도와 과련된 세세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연예인 관련 인터넷 매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자극적인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규제가 더욱 절실해졌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는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오는 9월부터 공표할 방침이다.

또한 자살보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준칙을 지키지 않은 언론사 순위를 공개하는 등 사후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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