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음악에서 오로라가 보이지 않나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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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코, 내 인생 최고의 공연이에요."(대중음악평론가 M)
그러게, 이런 콘서트는 처음이었다. 그들의 연주는, 어떤 한계를 설정하지 않은 채, 경험한 적 없는 음의 세계를 먼저 상상한 다음, 그걸 어떻게든 표현해내려고 노력해서 마침내 다다른 피땀 어린 경지 같았다.
1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 아이슬란드 록 밴드 시구르 로스(Sigur Ros·승리 장미)는 6500명의 관객에게서 중력장을 걷어갔다. 첫 노래로 신곡 '이피르보르드(Yfirbord·표면)'를 연주할 때 무대는 'ㄷ'자 모양의 흰 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리더 욘시(보컬, 기타)는 과도한 증폭과 잔향을 실은 전자기타를 첼로의 활로 연주했다. 활의 수직 운동은 예리한 칼 같았고, 기타는 도륙되는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잔향과 노이즈를 장내에 자욱하게 토해냈다. 둘째 곡 '니 바테리(Ny Batteri·새 배터리)'의 절정에서 막은 쏟아져 내렸다. 관악, 현악, 신시사이저, 드럼, 베이스, 기타의 11인조 편성이 드러났다.
이들은 록의 단단한 문법을 풀어헤친 포스트록이 뭔지를 낱낱이 보여줬다. 대표곡 '스베픈-기어-엥글라르(svefn-g-englar·잠자는 천사들)'에서 '치우후, 치우후'를 반복하는 욘시의 여리지만 단호한 팔세토 가성은 성대가 아니라 하늘에 연결된 듯 푸른 음향의 안개를 뚫고 공간을 유영했다. 이때 관객들은 음의 양력(揚力)을 타고 날아오르려는 듯 두 팔을 벌렸다. 관현악과 신시사이저, 베이스 기타, 드럼이 합세해 1분 이상 차오르는 크레셴도(점점 소리가 커짐)는 종종 닿을 수 없어 보이는 곳까지 가 닿았다.
시구르 로스는 다음 달 일곱 번째 정규 앨범 '크베이쿠르(kveikur·심지)'를 낸다. 이날 마지막으로 연주한 신곡 '브렌니스테인(brennisteinn·유황)'은 휘몰아치는 노이즈와 광포한 리듬에 핵실험의 이미지를 담은 영상을 결합해 환경 파괴와 전쟁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관객들의 눈빛은 마치 달콤한 악몽을 꾼 듯 흔들렸다. 장외에서 만난 뮤지션 양방언에게 이들 음악의 매력을 물었다. 그는 짧게 반문했다. "음악에서 오로라가 보이지 않나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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