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조금만 잘 해줘도.." 취업 '갑' 막말 강의

김종원 기자 2013. 5. 15. 20: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 대기업 인사팀 담당자가 숙명여자 대학교에서 황당한 강의를 했습니다. 참석한 여대생들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서 항의했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수직으로 스테이플러가 찍힌 유인물.

수업 시작하면서 이 유인물을 나눠줄 때부터 막말은 시작됐습니다.

[여대생/숙명여자대학교 :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은 스테이플러를 가로로 이렇게 딱 맞춰서 찍어서 각이 잡히는데, 여자들은 이렇게 사선으로 찍고 어린애 같이 군다.'(는 식으로 얘기하셨어요.)]

여대생 비하 발언은 수업 내내 이뤄졌습니다.

[PT(강의안) 제목부터가 '여대생들이 회사에서 저지른 만행' (이었어요.) (여대생들은) 조금만 잘 해줘도 관심 있는 줄 아는데, 자기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다, 남자 상사한테 그러지 마라.]

성희롱이 별거 아니란 식의 발언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요즘엔 손등만 툭툭 쳐도 다 법으로 걸고 넘어지면 (남자 입장에선) 어쩔 수 없으니까'라는 식으로 말을 하시면서 약간 비꼬는 식의…]

외모 비하라고 느낄 수 있는 발언도 있었다고 합니다.

[(학생들을) 일으켜 세워서 '너는 미간이 좁으니까 인상이 되게 좁아 보인다, 인상이 더러워 보인다, 어떤 애한테는 '이마를 까라, 못생겨도 이마를 까야지 취업이 된다. (그 소리를 듣고) 불쾌감이 들었습니다.]

비싼 학비 내고 듣는 2학점짜리 정규 강의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학생들은 한마디도 못했습니다.

특정 대학까지 콕 집어 언급해 가며 자신의 힘을 과시했단 겁니다.

[모 대학교를 말씀하시면서 거기서 사기를 몇 번 당하셨대요, 그 학교 학생에게. 그래서 자기가 지금은 (신입사원) 뽑는 인사과장이기 때문에 서류 심사 할 때부터 그 학교 학생들은 아예 뽑지를 않는다.]

[취업 준비생 입장이다 보니까, (강사가) 대 놓고 잘 보이라고 말씀을 하시니까 불쾌한 감정이 들어도 대놓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것 같아요.]

참다 참다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린 학생들은 지난해에도 이 인사담당자의 강의를 듣고 불만을 표했는데, 학교 측이 올해 또 강의를 맡겼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숙명여대 관계자 : 지난해에도 (같은 강사가) 강의하셨다고 하는데, 올해는 특히 사회 시류랑 맞물려서 사실 (강의 내용이) 부적절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학생들 불만이 있으니까 (대기업 측에) 시정해 달라고 했습니다.]

일이 커지자 강사로 나섰던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대학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고, 해당 대기업은 이 직원을 직위해제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김경연)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