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오세훈 정치쇼 2조5000억 날렸다

정락인 기자 입력 2013. 5. 15. 19:40 수정 2013. 5. 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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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라뱃길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대운하'의 축소판이다. 총 2조5000억원을 투입해 3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해 5월 개통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장밋빛 미래는 없었다. 화물 물동량은 없고, 관광객도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경인아라뱃길은 문을 열자마자 유령 운하로 변했다. 이제는 쓰레기 운송로로 전락할 처지가 됐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한국의 첫 해상 실크로드로 불린 '경인아라뱃길'이 지난해 5월24일 우여곡절 끝에 개통됐다. 인천 서해바다와 한강을 연결하는 경인아라뱃길 공사는 2009년 3월 착공해 약 3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됐다. 인천 오류동에서 서울 개화동 한강까지 18km를 4000톤급 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부터 경인운하 사업을 염두에 뒀다.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경인운하 일부 구간을 포함시켰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한반도 대운하가 국민 반대 여론에 밀리자 포기하는 대신 경인운하 사업을 추진했다. 사실상 경인운하는 '한반도 대운하'의 축소판이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이 대운하의 연장선이고 경제성이 없다며 반대하자 "대운하와 관련 없다"며 공사를 강행했다. 여기에는 약 2조25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이명박 정부는 경인아라뱃길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운하'라는 용어가 부담스러웠던지 '아라뱃길'로 이름을 바꿔 개통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과연 경인아라뱃길은 꿈과 희망을 실어 나르고 있을까.

< 시사저널 > 은 아라뱃길을 제대로 보기 위해 한강에서 서해갑문까지 노선을 따라가 봤다. 주변 시설도 직접 들러, 시설 관계자와 관광객을 만났다.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얘기도 들어봤다. 정부가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세웠던 각종 자료들도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4월30일 오후 초여름 같은 무더운 날씨였다. 김포에서 인천 서해 바다 쪽으로 뻗은 뱃길은 한눈에도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뱃길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 길도 한번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 쪽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김포 고촌 김포터미널은 신식 건물로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수백 대의 승용차를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도 마련돼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터미널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안으로 들어가 봐도 썰렁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유람선 표를 파는 매표소에는 표를 끊는 관광객이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족히 200명은 탈 것 같은 유람선에 10명 남짓이 탔다. 김포터미널로 들어오는 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화물은 없고, 손님은 안 타고

배 안은 승객 반, 승무원 반이라고 할 정도로 썰렁했다. 터미널 반대편에 있는 컨테이너 부두 야적장에는 컨테이너가 별로 없었고, 화물선은 텅 비어 있었다. 이런 풍경은 인천터미널도 마찬가지. 이것이 경인아라뱃길의 현실이다. 평일이라서? 아직 홍보가 안 돼서? 그게 아니었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니 그 실상은 더욱 심각했다. 정부가 장담했던 경제성, 물동량, 관광객 유치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여기에 주민 불편, 환경 문제 등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던 경인아라뱃길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런 상황이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경인운하를 추진하던 초기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경인운하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훨씬 이전부터 검토되고 있었다. 1987년 굴포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큰 침수 피해를 봤다. 관할 부처인 건교부는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굴포천 방수로 사업에 착수했다. 건교부는 1995년부터 방수로 사업을 경인운하 사업으로 추진했다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꿈틀거렸다.

2008년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재추진을 발표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경제성 분석 용역을 의뢰했다. KDI가 경제성이 크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추진 근거가 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KDI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수요 예측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경인아라뱃길의 경제성은 물동량이 좌우한다. 국토부는 경인운하를 통해 트럭 250대 분량의 컨테이너를 한꺼번에 싣고 운반할 수 있으며, 컨테이너 1TEU(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부산~김포) 약 6만원의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했다.

부산, 광양 등에서 도로로 운송되는 컨테이너를 연안을 따라 수도권으로 직접 운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포터미널의 경우 중국, 부산 등에서 화물이 환적 없이 바로 들어오므로 수도권 북부 지역 화물 처리에 유리하다고 했다. KDI는 개통 첫해 물동량이 컨테이너 29만4000TEU는 될 것으로 분석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국토부와 KDI의 분석은 완전히 어긋났다. 올해 4월까지 11개월간 경인아라뱃길에서 취급한 물동량은 2만3000TEU밖에 되지 않는다. KDI가 예상한 수치의 7.9% 수준이다. 예상치와 차이가 너무 난다. 예상 물동량이 부풀려졌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한 물류 전문가는 "이미 예상된 결과다. 물류에는 경제성과 신속성이 생명인데, 경인운하 구간은 승용차로 30~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이런 거리를 여러 개의 갑문을 거치고 서너 시간 걸려서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현재 상태에서 이 수치를 확 끌어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상 물류 운송 수단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결국 경인아라뱃길의 경제성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관광 수요는 어떨까. 정부는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중국 화물·관광객을 수송하고, 해양 스포츠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현재 경인아라뱃길에는 여의도-김포-인천을 오가는 유람선이 운항 중이다. 외국인은 인천터미널이나 김포터미널에서 유람선을 탈 수 있다. 국토부와 KDI는 개통 첫해 여객선 승선객을 59만9000명으로 예측했다. 여객선의 경우 2010년 10월29일 시범 운영에 들어갔는데, 지난 한 해 승선객은 25만명에 그쳤다.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화물 물동량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경제성을 따지기에는 형편없는 수치다.

화물 수요와 관광객이 턱없이 적자 '쓰레기 운송'이 조심스레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는 컨테이너에 쓰레기를 담아 화물선에 실어 경인아라뱃길을 이용해 수도권 매립지로 운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아라뱃길을 '쓰레기 운반용'으로 사용하자고 수자원공사에 제안한 상태다. 이럴 경우 이명박 정부는 2조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쓰레기 운송 뱃길을 만든 셈이 된다.

정부는 아라뱃길이 개통되면 생산 유발 효과 3조900억원, 일자리 2만5000개가 생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물류와 관광 수요가 없는데 생산·고용 효과가 있을 턱이 없다. 이것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진 예상치였다.

이명박 정부는 경인운하 사업은 친환경적이며 저탄소 녹색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환경단체나 환경 전문가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강 하구의 물과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인근의 오염은 이미 한계치에 달했고, 서해 바닷물이 들어오면 수질 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 전문가들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아라뱃길의 물속 대장균 수치는 정상 수치의 50배가 넘게 검출되는 등 수질 오염이 심각했다. 환경부 물환경 정부 시스템에 따르면 인천시 계양구 장기동 아라뱃길에서는 100㎖당 2만750마리의 총대장균군이 검출됐다. 이는 하천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질인 2급수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것이다. 쓰레기 매립지 주변 주민들은 악취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시나 지역 사회에서도 아라뱃길은 골칫거리다. 벌써부터 아라뱃길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의회는 경인아라뱃길사업개선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인아라뱃길 개통식에 참석해 "아라뱃길 건설로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도권 시민들이 직접 배를 타고 서해안 도서 등에 갈 수 있게 됨으로써 관광·레저 명소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고, 개통 1년 만에 천덕꾸러기가 됐다.

경인아라뱃길 찬성론자들 누구인가

2009년 5월 경인아라뱃길 현장보고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수도권 광역 단체장들. ⓒ 연합뉴스

경인아라뱃길이 엄청난 혈세를 투입하고도 애물단지가 된 배경에는 찬성론자들이 있다. 이들은 운하의 경제성 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적극적인 찬성 목소리를 냈다. 지금에 와서는 누구 하나 판단 착오를 인정하거나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선봉장이라면 당시 서울·경기·인천 지역 광역단체장들은 호위 장수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상수 인천시장은 경인운하 전도사를 자처했다. 이들은 '경인운하 연계 사업의 상호 협력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하는 등 누구보다 경인운하 사업에 앞장섰다. 2009년 2월에 채택한 경인운하 사업 환영 공동 선언문에서는 "경인운하는 한강의 뱃길을 서해로, 세계로 연결하는 역사적인 사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경인운하 추진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정치인 한 명이 있다. 송영길 현 인천시장으로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다. 송 시장은 야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경인운하 사업에 쌍수를 들고 환영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나중에 계양구 주민들이 경인운하 사업에 반대하자 다시 입장을 바꿨지만, 송 시장은 당장 눈앞의 표만 의식한 채 소신을 버린 정치인이 됐다. 결과적으로 지역의 미래와 주민들의 삶에 큰 불이익을 가져오게 한 장본인이 됐다. 송영길 시장 외에도 당시 경인운하 통과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새누리당 의원)과 현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손범규 변호사(전 한나라당 의원) 등도 찬성하는 쪽에 섰었다.

관료 중에서는 건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과 환경영향평가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이만의 환경부장관을 꼽을 수 있다. 경인운하 사업 주체인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도 경인운하 책임에서 비켜나기 힘들다. 학계에서는 이상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가 대표적인 찬성론자였다. 그는 "경인운하는 경제적 타당성이 아주 크다"고 주장했고, 관련 토론회 등에서 찬성측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

혈세 1300억원 삽질한 오세훈표 토건 사업

ⓒ 시사저널 이종현

경인아라뱃길 사업의 쌍두마차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세우자, 오세훈 시장은 같은 해 7월 한강을 여객·물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 시장이 구상하는 서울의 모습은 여객+관광+크루즈가 한 번에 가능한 동북아 중심 수상 관광도시다. 서해 비단뱃길은 서울 한강이 경인아라뱃길 총 18km까지 다다르기 위한 별도의 한강 주운 기반이다. 경인운하로부터 용산·여의도까지 15km 구간에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로써 한강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한강변의 문화·역사 자원을 발굴해 국내외 관광객을 집중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마곡·용산·여의도·합정 지구를 수변 도시로 만들어 한강을 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꿈을 꿨다.

그런 구상 아래 서울에서 대대적인 토목 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자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그가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다.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오 시장이 사퇴하면서 '한강 르네상스'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오 전 시장이 벌인 토건 사업을 백지화했다. 그는 경제성이 있는지를 따져봤더니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1339억원을 투입했다. 한강예술섬(551억원), 서해 뱃길 조성(43억원), 양화대교 교각(490억원), 한강 지천 뱃길 조성(40억원), 한강 유람선 아라호(112억원), 마곡지구 개발 사업(157억원) 등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서해 뱃길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고,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접기로 했다. 2016년까지 서울 여의도·용산~경인아라뱃길 김포갑문까지 15km 구간에 조성 중이던 서해 뱃길 사업은 2011년 10월 감사원 감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중단됐다. 이미 투자한 43억원은 허공에 날렸다.

서해 비단뱃길 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2월에는 양화대교 교각 확장 공사도 벌였다. 대형 선박이 통행할 수 있도록 양화대교 교각 간격을 42m에서 112m로 넓히고, 왕복 8차로에 총 길이 112m 규모의 아치 교량 건설에 착공했다. 하지만 다리가 기존의 일직선에서 'ㄷ' 자 모양으로 휘어지면서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주범이 됐다. 결국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14일 양화대교를 다시 일직선으로 변경한 후 개통했다.

안양천·중랑천 등 한강 지천 뱃길 조성 사업도 취소됐다. 오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09년 12월 서울시는 40억원을 들여 안양천과 중랑천 수변 공간 조성 기본 설계를 실시했다.

박 시장은 이것도 전시성 사업으로 분류해 공사비 820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 노들섬에 추진하던 한강예술섬(오페라하우스·콘서트홀·야외 음악공원 등 조성)도 중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 전 시장은 2010년 11월 한강 르네상스와 서해 뱃길 사업을 위해 112억원을 들여 한강 유람선 '아라호'를 자체 제작했다. 이 배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있었고, 지금은 매각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로써 오세훈 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1000억원이 넘는 세금만 축낸 채 흐지부지됐다.

정락인 기자 / freedom@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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