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은 파리 날리고 주민들 한숨은 깊어진다

이규대 입력 2013. 5. 15. 19:40 수정 2013. 5. 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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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번지르르했지만 안에서는 곪아가고 있었다. 4월30일 오후 서울의 관문인 김포터미널과 서해 갑문인 인천터미널까지 경인아라뱃길 노선을 따라 현장 취재에 나섰다. 먼저 서울 인근에 있는 김포터미널을 찾았다. 평일임을 감안해도 대합실은 너무 썰렁했다. 취재진을 제외하면 채 열 명도 되지 않는 승객이 그곳에 있었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 매표소 쪽에서 격양된 목소리가 들렸다. 한 승객이 직원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었다. 경기 고양에서 온 50대 주부 김 아무개씨였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안내 전화로 문의한 결과 "오후 2시30분에 운항하는 배가 있으니 그 전까지 오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실제 사정은 달랐다. 2시30분에 예정된 유람선의 운항 여부는 불투명했다. 승객이 10명이 되지 않으면 배를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유람선 운영업체의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화했을 때는 분명히 운항한다고 하지 않았나. 만약 멀리서 온 외국인 관광객이 나와 같은 일을 겪는다고 생각해봐라. 얼마나 어이없어하겠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4월30일 경인아라뱃길 유람선엔 10명 남짓이 탑승했다. 최대 탑승 인원은 200명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탑승객 없어 유람선 운항 취소 잦아

여객선의 최대 탑승 인원은 200명이다. 그럼에도 승객은 한 자릿수를 넘기기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운항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대해 매표소 직원은 "그럴 때면 왜 운항하지 않느냐며 따지는 승객이 많다. 중간에 있는 입장에서 대처하기 참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수십 명 이상의 단체 승객이 있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매번 반복된다. 승객이 비교적 많은 주말에도 하루 20~30명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배를 띄우느냐, 못 띄우느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후 운항은 예정대로 이뤄졌다. 출발 전까지 여객선 주변에 모인 승객이 총 16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또한 200명이라는 정원을 고려하면 10분의 1도 안 된다. 이 때문에 여객선은 뱃길의 종착점인 인천항까지 가지 않았다. 승무원은 "원래는 인천항까지 가야 하지만 승객 수가 적어 수지가 안 맞는다. 중간에 있는 귤현나루까지만 갔다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람선 운영업체 직원은 "운하라고 하지만 스케일이 작다. 보기만 해도 절로 탄성이 나오는 중국의 거대한 운하에 비하면 관광객을 끌어들일 요인이 부족하다. 유람선을 운항하는 과정에서 승객들을 즐겁게 해줄 만한 관광 요소도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총 18km 길이의 운하 인근에는 자전거도로·수변공원 등 각종 휴양 시설이 조성돼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은 평일인 만큼 한산한 편이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 및 자전거 동호인 등 이곳을 찾는 이들의 수가 꽤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관광과 레저의 명소'를 표방했던 당초 계획과는 여러모로 거리가 있었다. 자전거 정도를 제외하면 관광객이 즐길 만한 레포츠 아이템이 보이지 않았다. 귤현나루에서 자전거대여소를 운영하는 박정국씨(64)는 "자전거도로만큼은 괜찮다는 평이다. 동호인들이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가족 단위 관광객이 폭넓게 즐길 만한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인아라뱃길이 시민들 사이에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환경 문제다. 유속이 느려 수질 문제가 발생하면 오염원의 신속한 제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경인운하 건설이 추진된 이래 지역 환경단체들이 줄곧 반발했던 이유다.

4월30일 찾은 인천터미널 물류단지가 텅 비어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수질, 최하 등급에도 못 미쳐

지난해 6월 인천 지역 환경단체들이 공동으로 수질을 검사한 결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9~14.4mg/ℓ으로 측정됐다. 수질 등급 중 최하 등급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립환경과학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 평상시 수질 상태가 3~5mg/ℓ이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그런데 올해 2월 환경부의 물 환경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100㎖당 2만705개의 대장균군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천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수질 기준은 100㎖당 1000개다. 이것보다 20배가 넘는다.

땅값 호재 기대했으나 투자 열기 '폭삭'

경인아라뱃길 주변에 조성된 물류 인프라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인천터미널 주변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류센터 및 창고는 단 4개에 불과했다. 중국으로부터의 화물 운송 수요를 기대하며 확보해둔 넓은 부지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화물을 싣고 내리거나, 화물선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경인아라뱃길 사업의 미래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낙관과 비관이 엇갈렸다. 사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직은 사업 초반이다. 시간이 지나고 자리를 잡으면 나아지지 않겠나"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20년간 끊임없이 논란이 돼온 사업인 만큼 이런 낙관론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인천터미널 전망대에서 만난 한 주민은 "몇조의 돈을 들였다는데, 이렇게 (사업이) 지지부진할 수 있나. 국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 망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운하 인근 지역 주민들은 경인아라뱃길의 착공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국책 사업인 만큼 이로 인한 개발 호재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운하 인근 부동산의 투자 열기는 이미 사그라진 지 오래다. 이 지역 땅값이 뛴 것은 2007년 무렵이다. 경기 김포 고촌읍 ㅎ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02년만 해도 3.3m2당 45만원 수준이던 농지가 당시 96만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인운하라는 대형 개발 호재를 감안하면 가격이 크게 뛴 편이 아니다. 주변에 그린벨트가 많다는 약점 때문이다. 이후 전국의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하면서 이 지역도 그 여파에 휩쓸렸다. 현재 인근 부동산 시세는 정체 상태다.

김포터미널 인근에 있는 전호마을은 경인아라뱃길이 생기기 전까지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가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운하가 생기면서 많은 농지가 운하 부지로 수용됐고, 농부들은 마을을 떠나거나 농사짓는 것을 포기했다. 취재진이 전호마을에 갔을 때는 농지가 있던 곳에 상조회사와 공장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한 주민은 "마을 주민 대다수는 농업을 생업으로 삼았는데, 운하가 들어오면서 일도 잃고 제대로 된 노후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며 씁쓸해했다.

이규대 / bluesy@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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