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박원순 사정활동 강화"..정부엔 "예산 제동"

입력 2013. 5. 15. 08:30 수정 2013. 5.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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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원 작성 추정 문건 내용은

"검·경은 고소·고발사안 철저 수사감사원·행안부는 비리 적출하라"국가기관 총동원한 공격방안 담겨보수단체엔 "규탄집회 독려"전경련·경총엔 "비난여론 조성"문건 내용 상당부분 현실화"작성형식 등 국정원 문서 확실"전·현직 직원들 의견 밝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 문건은 서울시정에 대한 종합적이고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깎아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치공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기관과 민간단체까지 동원해 박 시장을 공격하는 방안들이 실제로 실행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들도 보인다.

■ 검찰·경찰·감사원·여당까지 국정원이 좌지우지?

문건에는 검찰·경찰·감사원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박 시장을 공격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검·경은 재보선 과정에서 (박 시장이) 고소·고발된 불법사안에 대한 철저 수사·처벌과 함께 시정 운영상 불법행위에 대한 사정활동 강화"라는 내용이 나온다. 또 "시 인사·주택정책 등 각 분야별 폐해와 관련해서는 (중략) 여건 성숙시 행정·제도적 견제수단을 총동원해 본격 압박"해야 한다고 적고, 그 방안으로 "감사원·행안부 감사를 통해 각종 부조리·비리 적출 및 시정 촉구"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밖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국비 지원시 매칭사업들을 심층 진단, 재정적 견제방안도 병행 강구"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한 서울시 사업을 예산 배정을 지렛대로 방해한다는 뜻이다. 이와 연관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서울시가 지난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예산 지원을 보건복지부에 여러 차례 요청했을 때 복지부는 "미리 중앙정부와 협의하지 않은 신설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해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건에는 "여당 소속 시의원(28명)들에 시 예산안에 대한 철저한 심의를 독려"하라고 밝히는 등 여당까지 정치공작 수단으로 보는 내용이 들어 있다.

■ 보수단체도 박원순 시장 공격에 활용?

문건에는 보수단체를 동원한 정치공작 방안도 나와 있다. "(박 시장이) 하이서울 페스티벌 행사(09.5)를 방해한 시위대 8명의 생활형편을 이유로 손해배상금(2억여원) 징수 포기 또는 유예 검토"를 한다고 비판하면서 "건전단체들의 항의방문·가두시위 등으로 (이런 방침의) 철회를 압박"하겠다고 하고 있다. 또 "자유청년연합·어버이연합 등 범보수진영 대상 박 시장의 좌경사 시정을 규탄하는 집회·항의 방문 및 성명전 등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한다는 등 직접 특정 단체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때마침 8개 보수단체는 이 문건이 작성된 지 나흘 만인 2011년 11월28일 '박원순은 서울시민의 시장인가? 불법시위대의 시장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서울시청 앞에서 박 시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울시가 기간제 노동자 28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서울지하철 해고자 34명의 복직을 검토한 것을 두고서는 "사용자(서울시)가 직원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어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실정"이라며 "경총·전경련 등 경제단체를 통한 비난 여론 조성" 방안을 제시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문건이 나온 지 10일 뒤인 2011년 12월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박원순 시장의 노동행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내고 △서울지하철 해고자 복직 △2800여명의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 △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민주노총 주도의 비정규직센터 설립 등을 비판했다.

■ "국정원 문서 확실" "수사 확대 필요"

복수의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은 "문건 작성 형식, 사용하는 기호, 내용 면에서 국정원에서 작성한 문서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건에 나온 계획의 상당 부분이 실현된 정황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국정원 3차장(대북파트) 산하 옛 심리정보국 활동에 맞춰진 검찰 수사가 더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문건은 국내정보를 담당하는 2차장 산하 부서에서 작성된 것으로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국정원에서 이런 문건을 작성했다면 명백한 국정원법 위반이다. 검찰이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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