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비서실장·대통령 '3단계 사과'.. 위기관리 능력이 '위기 상황'

임지선 기자 입력 2013. 5. 13. 22:41 수정 2013. 5. 1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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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문제없다" 청 핵심 참모들 헛발질일 터질 때마다 부실 대응으로 파문만 키워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이 벌어진 지 닷새 만에 사과했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나온 세번째 사과다. 이남기 홍보수석(10일 밤), 허태열 비서실장(12일)에 이어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선 것이다. 매번 일이 터질 때마다 한번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파문만 키우던 모습이 되풀이된 셈이다. 핵심 참모진은 이번 과정에서도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연달아 헛발질만 하면서 청와대의 위기관리 능력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무엇보다 귀국 후 사건을 수습할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 지난 10일 밤 이 홍보수석의 첫 사과는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기보다 사실상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이었다. 그는 "국민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국정 난맥을 사과하면서 대통령 눈치보기 등의 논란이 뒤따랐다. 특히 이 홍보수석의 사과문에는 '해외동포께 사과'라는 말은 있었지만 정작 피해자를 위로하는 말은 빠져있었다.

홍보수석 '빈 자리'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동안 '윤창중 성추행 사건'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홍보수석의 자리가 비어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의혹을 풀어야 할 첫 브리핑도 속시원한 해명이 되기는커녕 또 다른 의문만 불러일으켰다. 윤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과 귀국 결정 과정 등에 대해 이 수석은 "모르겠다", "전광삼 행정관과 이야기하라고만 했다" 등의 회피성 답변을 되풀이했다. 아예 나머지 브리핑은 전광삼 행정관에게 맡기고 춘추관 기자실을 떠났다. 이후 취재진이 항의하자 30분 뒤에 다시 나타나 2차 브리핑에 나섰으나 "어렴풋하게만 기억난다"는 듯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후 반박하는 11일 브리핑 자리에서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이라는 위험한 말을 사용했다.

허 비서실장의 두번째 사과에선 피해자가 언급됐지만, 본인을 포함한 참모진의 책임과 인책에 대해선 두루뭉술한 원론으로 갈음했다. 대신 이미 이틀이 지난 이 홍보수석의 사의 표명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여론 악화를 막으려는 의도였지만, 이미 여론 악화 정도는 그 수위를 넘었다. 곽상도 민정수석의 "귀국을 종용한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없다"는 발언도 부적절했다. 범죄인이 도피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마당에 '청와대가 귀국을 종용했든 하지 않았든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데다 정무적으로 미숙한 발언이다. 법적 문제 이전에 고위공직자의 일탈이란 정치적 책임이 큰 문제였다.

박 대통령의 사과도 엄밀히 따지면 진정한 대국민 사과는 아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 '국민' 등의 용어를 썼지만 발언이 이뤄진 자리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였다. 수석비서관회의는 수석비서관들과 하는 내부 참모회의다. 여기서의 발언을 '대국민 사과'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기자회견 등 직접 국민을 마주보고 한 사과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앞서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잇달아 인사 낙마 사태를 겪고서도 직접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사과했고, 당시 참석한 인사들에 의해 발언이 알려졌을 뿐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는 형식만은 피하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가 나온다.

<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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