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元祖'에 가다 - 김수혜 기자 르포] (下) 아일랜드의 조언 "자유학기제, 4가지 있어야 성공"

더블린 2013. 4. 25.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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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다양한 프로그램 준비 ②학부모를 설득해라 ③학교 감사는 철저히 ④기업은 사회 환원 태도를

중1~중2 한 학기 동안 종이 시험 없이 진로 탐색에 집중하는 '자유학기제'가 올해 시범 실시를 거쳐 3년 뒤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자유학기제의 '원조'는 아일랜드다. 아일랜드는 1974년 '전환학년(Transition Year)'을 도입했다. 중3을 마친 아이들에게 1년간 종이 시험 없이 다양한 실습과 직업을 체험할 여유를 주는 제도다. 전환학년을 택하면 졸업은 1년 늦어진다. 대신 확실한 꿈 없이 뒤늦게 방황하는 걸 줄인다. 더블린에서 만난 아일랜드 전문가들은 "자유학기제 도입에 성공하고 싶거든 네 가지를 꼭 기억하라"고 했다.

일반 수업보다 더 철저히 준비하라

"실습하고 체험한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게 아니다. 자기가 이걸 왜 하는지 알아야 배움이 된다.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짤 때마다 모든 아이가 참여할 수 있게 디자인해야 한다. 아이들 스스로 무엇을 왜 알고 싶은지 발견하고 답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기존 강의식 교수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교수법을 다양하게 개발해 공유해야 한다. 아일랜드 정부는 교수법 바꾸는 데 과감하게 예산과 인력을 투자했다"(팻 페이·세인트폴스칼리지 전환학년 담당 교사, 폴린 더피·콜린스타운파크커뮤니티칼리지 교장)

학부모에게 성과 보여줘라

"전환학년 도입한 지 40년 됐는데도 불만을 가진 학부모가 아직 적지 않다. 정반대 계층이 정반대 이유로 불만을 품는다. 한편에선 극성 학부모들이 '학과 공부를 더 시키지 1년간 종이 시험도 안 보고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반면 먹고살기 힘든 학부모들은 '원래대로 5년에 졸업하면 빨리 밥벌이할 텐데…' 하고 불평하거나 '부자 동네 애들은 더 좋은 프로그램 돌릴 텐데…' 하고 불안해한다. 그럼에도 전환학년을 경험한 아이들이 대학 진학 후 적응도 잘하고 앞길도 잘 찾아간다는 점을 정부와 학교가 끈기 있게 설명해왔다. 동시에 아이들 각자 해낸 프로젝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학부모에게 보여줘야 한다. 포트폴리오 형식도 좋고, 발표회도 좋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성장하다니 전환학년 할 만하구나' 하고 안심시켜야 한다." (저 올리어리·콜레이스트나인세중학교 교장 등)

애들은 시험 안 봐도 학교는 평가받아야

"전환학년 제도의 목적은 아이들이 자기 앞날에 대해 '준비된 선택(informed choice)'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학교마다 자유학기제 전담 교사가 임명될 텐데, 이 사람은 상상력·호기심·열정이 넘치면서 동시에 조직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가령 '한국에서 기자가 온다는데 만나볼 사람?' 하면 '정말? 재밌겠다!'하고 얼른 나서고, 수많은 프로그램을 착오 없이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교장이 자유학기제 전담 교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학부모가 알 수 있어야 한다. 아일랜드는 교육부가 정기적으로 모든 학교를 감사해서 그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한다. 아일랜드 교육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학교 찾기'를 클릭하면 전반적인 운영 상황과 과목별 학업 성취도는 물론 전환학년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까지 뜬다."(제리 제퍼스·아일랜드국립대 교수, 마이클 올리어리·아일랜드 교육부 전환학년 코디네이터)

기업에 부담 없어야 한다

"대학생 인턴은 일을 시킬 수 있다. 잘하면 나중에 뽑기도 한다. 기업에도 이익이 된다. 하지만 전환학년 직업 체험은 다르다. 만 15~16세 학생들에게 시킬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기업이 일손을 던다기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어른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 기회를 준다는 의미가 크다. 요컨대 사회 환원 차원에서 한다. 아일랜드는 추억의 힘이 큰 몫을 한다. 제도가 자리 잡은 지 오래됐기 때문에 직장인들 누구나 '나도 옛날에 직업 체험 나갔을 때 즐거웠지, 큰 도움이 됐지' 하는 추억이 있다. 다들 자식 키우는 입장이라 '우리 애가 당신네 직장에 가보고 싶다'고 하면 '얼른 오라'고 한다. 일종의 품앗이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 연줄 없이 노크해도 자리가 있으면 받아준다. 단, 기업이 그 비용을 지불할 순 없다." (폴 밴스·KPMG 인적자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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