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 사진활용교육][PIE(Photo In Education) 수업현장] 어항 속 금붕어 사진찍은 아이 "제 꿈은 자유예요"

원선우 기자 2013. 4. 16. 03: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꿈' 주제로 사진 찍고 글 쓰고.. 사진 속 숨은 '이야기' 읽다보면 상상·사고력 함께 키울 수 있죠

"사진에 나온 어린이들은 사진가가 자기들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신용산초등학교 체육관. 웬디 이월드, 케이티 하이드 미 듀크대 교수가 이 학교 6학년 3반 학생 23명에게 물었다. 두 교수가 단상의 스크린에 띄운 사진은 미국의 저명 사진가 헬렌 레빗(1913~ 2009)의 대표작 '깨진 거울(Broken Mirror)'. 거울을 깨뜨린 뉴욕 빈민가 아이들이 거울 틀 곁에 모여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유리를 깨뜨렸기 때문에 아무도 그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진가는 아이들 모르게 멀리서 줌인 해서 찍은 것 같아요." "아이들은 전혀 포즈를 잡은 것 같지 않아요."

학생들의 대답에 이월드 교수가 설명했다. "아이들은 사진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사진가는 아이들 오른쪽 사람들을 찍는 시늉을 하다가 별도 렌즈로 아이들을 촬영했지요. 당시로써는 최신 '몰래카메라' 기술이었답니다."

이월드 교수는 '사진 활용 교육(PIE· Photo In Education)'의 창시자다. 이번에 처음 방한한 그가 한국 어린이들과 처음으로 사진 활용 교육에 나섰다. "사진을 본다는 건 사진 속 '이야기'를 읽는 것입니다. 사진에 나타난 대상, 대상을 촬영한 사진가, 그리고 사진을 보는 내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를 찾을 수 있지요."

이월드 교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사진으로 표현하게 한 뒤 이를 다시 글로 풀어 써보게 함으로써 창조력과 표현력을 높이는 사진 활용 교육을 한다. 헬렌 레빗의 사진으로 사진과의 '거리'를 좁힌 아이들은 자기가 찍은 사진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아이들에게 제시한 주제는 '꿈'이었다. "여러분의 희망을 담은 꿈이어도 좋고, 밤에 잠을 잘 때 꾸는 꿈도 좋습니다. 자유롭게 여러분의 느낌과 생각을 적어보세요."

축구 선수가 꿈이라는 강태호(12)군은 학교 화단에서 막 싹을 틔운 옥잠화를 찍었다. "내 콤플렉스는 키다. 키가 작아 몸싸움, 공중볼 경합에서 밀린다. 아직은 저 식물처럼 작을지 몰라도 열심히 먹어서 소나무처럼 커질 것이다. 아무리 먹어도 키가 크지 않는다면 메시나 이니에스타처럼 키가 작아도 기술로 승부하는 근성을 보일 것이다."

화장지를 옷 모양으로 자른 사진을 찍은 윤수연(12)양은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라 했다. "언제나 휴지가 필요한 것처럼 나의 옷을 사람들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이 일을 하기 위해 스펙을 많이 쌓아 걱정 없이 대학을 갈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패션쇼도 가고, 미술 잡지도 보고, 미술 학원도 즐겁게 갈 것이다."

어항의 금붕어 두 마리를 찍은 강우석(12)군은 이렇게 썼다. "나의 꿈은 자유를 찾는 것이다. 금붕어도 아마 나와 같은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금붕어는 항상 어항에 갇혀 있다. 이 모습을 보면 나는 항상 슬펐다. 나도 언제쯤 이 빡빡한 일정에서 해방될지 모르겠다. 해방되면 밖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것이다. 하루빨리 이 금붕어를 풀어주고 싶다." 강군에게 "왜 자유를 찾느냐"고 묻자 "학원 때문이에요"라고 했다.

학생들은 방과 후 학원·과외를 평균 4~5개 다니고 있었다. 한 학생은 "영어, 수학, 독서, 피아노, 국어, 한자, 미술을 따로 배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어떤 애는 학원·과외를 9개까지 하고 매일 밤 11시가 넘어야 집에 간다"며 "좋은 학교 들어가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애가 많다"고 말했다.

이월드 교수는 사진 활용 교육이 경쟁에 지친 한국 학생들을 치유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PIE는 학생들의 삶, 경험, 그리고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학생들은 사진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으로 더욱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의 선생님들이 이를 통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이 아이들이 맞닥뜨린 난관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겠지요."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