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본 '그때 그곳'>이대 공연 '사건'들.. 클리프 리처드 내한, 여고생 팬클럽 아이디어로 시작

기자 2013. 4. 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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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부르다 실수한 밀바, 가사 쪽지 던지고 퇴장

이화여대 강당에서의 내한공연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낳았다.

1971년 4월 29일 이대강당. 칸초네의 여왕 밀바의 노래를 들으러 갔던 3000여 관중은 분노를 터뜨렸다. 초만원을 이룬 관중들의 열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팀은 아티스트의 감기를 이유로 당초 10곡을 들려주겠다던 밀바의 노래를 다섯 곡으로 축소시켰다. 당시 한 스포츠지는 "악단의 연습부족 때문에 밀바 특유의 짙은 호소력이 표출되지 않았고 밀바의 눈치를 보느라 악단원들끼리도 호흡이 맞지 않는 추태를 노출시켰다"고 비꼬기도 했다.

밀바는 '지중해의 장미' 등을 부른 뒤 앙코르송으로 '보리밭'을 불렀다. 밀바가 '보리밭' 1절을 부른 뒤 간주가 흘렀다. 밀바는 한국말로 노랫말을 제대로 외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악단은 이를 노래를 마치고 마지막 멘트를 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아예 2절을 연주하지 않고, 멜로디를 엔딩처리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밀바는 악단을 노려보며 가사를 적은 종이를 피아노 위에다 내던지고 퇴장했다.

이대에서 열린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공연을 최초로 기획한 사람들이 여고생들로 구성된 클리프 리처드 팬클럽인 CRC(Cliff Richard Club) 회원들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클리프 리처드는 영국에서 가수보다 '더 영 원스'(1961), '서머 홀리데이'(1962) 등의 청춘 영화에서 미남 배우로 인기를 얻고 있었던 것. 그의 영화 '더 영 원스'가 1964년 12월 한국에서 개봉되면서 한국의 소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계천 5가에 있는 미미레코드에서 클리프의 음반을 열심히 사던 여학생 일곱 명이 모여 1965년 초에 클리프 리처드의 팬클럽인 CRC를 결성했다. 당시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여학생들이 걱정한 것은 10대의 여학생들이 외국의 남자 팝 스타에게 지나치게 열광하는 것에 대한 어른들의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건전하게 보이려고 애썼다. 클럽 창단 1주년이었던 1966년에 클리프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 메달을 제작했다. 클리프의 사진을 제작해 행사 때 판매해 거둔 수익금을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기탁하는 선행을 베풀었다.

팬클럽 회원들은 클리프의 음악을 국내에 알리기 위해 대담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다. 일본의 음악잡지 '뮤직라이프' 편집장에게 일본에 있는 클리프의 팬들과 교류를 원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팬들과 교류하면서 클리프의 음반들을 사 모았다. 이 음반들을 각 방송국의 음악 프로그램 담당자들에게 손수 전달했다. 클리프의 음악이 방송을 타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팬들은 1969년 클리프 리처드 일본 공연이 확정되자, 이 때를 한국공연 유치를 위한 절호의 시점으로 판단했다. 그들은 사전에 모임을 갖고 전문적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클리프 리처드 공연을 유치하도록 설득했다.

한국에 도착한 날 꽃다발, 사진, 피켓을 준비하고 한복을 착용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같은해 10월14일 생일을 맞이했던 클리프 리처드를 위해 생일선물을 준비했다. 한복을 클리프 리처드는 물론 4인조인 새도우즈 단원에게까지 선물했다. 6돈짜리 금메달, 한국 고유의 무늬가 새겨진 안경집, CRC회원 배지와 회원증, 인형, 앨범 등도 줬다.

김형찬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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